2000년 노무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재직할 때입니다. 당시 노 장관이 임기를 거의 마칠 즈음 출입기자와 회식하던 자리로 기억합니다. 노 장관은 자신있는 표정으로 “후임 장관 인선은 내가 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 말에 회식자리에 같이 있던 차관을 비롯한 실·국장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왜냐하면 장관 인사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하는 것이지 전임 장관이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사실 권위주의 시절엔 이런 비슷한 말을 했다가 불경죄로 혼난 정치인도 여럿입니다. 어찌됐든 당시 노 장관이 후임 장관을 인선했는지 알 수 없지만 ‘참 인사에 자신감 넘치는 장관’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요즘 참여정부의 인사에 대해 코드인사니, 낙하산인사니 말이 많습니다. 하지만 코드인사가 나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서로 뜻이 통하는 사람과 일하겠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회사도 사시 혹은 사장의 뜻에 맞는 사람을 뽑는 것이고 언론사도 국장과 팀워크가 잘 맞는 사람과 일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니까요. 또 그게 정당정치, 책임정치 구현에도 맞는 겁니다.

하지만 낙하산인사는 그게 아닙니다. 아마 노 대통령도 야당 의원 시절 당시 군인이 정부와 국·공기업체에 줄줄이 임용되는 것을 두고 ‘낙하산인사’라 비판했을 겁니다. 노 대통령도 1980년대 육사와 서울대 법대 공안검사 출신이 온 나라를 말아먹는 ‘육법당 시대’를 저주했을 겁니다.

사실 ‘낙하산인사’에 대한 분명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해당분야 전문성이 없어도 발군의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있고 수십 년간 공직생활을 한 관료가 산하기관에 가는 것을 낙하산이라고 몰아붙이기도 뭐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과거에도 낙하산인사로 분류됐습니다. 특히 문제는 정당가입서를 쓴 정치인입니다. 당적을 가지고 선거에 기여한 사람이 국·공기업에 임용되는 것은 낙하산인사의 전형입니다.

기획예산처가 관리하는 공공기관이 318개라고 합니다. 우리가 파악한 것에 의하면 낙하산인사는 300명이 넘습니다. 물론 장관, 정책보좌관 등 정부기관에 계약직 공무원으로 임용된 경우까지 합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겁니다.

이번호 ‘뉴스메이커’에 참여정부 낙하산인사에 대한 종합보고서를 실었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참여정부의 참담한 인사정책 난맥상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시스템에 의한 균형인사라고 강변합니다. 정말 대단한 인사고집입니다.

<원희복 편집장 wonhb@kyunghyang.com>

2006/07/3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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