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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편지

여의도에 울리는 ‘박비어천가’

7월 1일 임기를 시작하는 광역자치단체장 중 몇몇 분은 제가 잘 아는 사람입니다. 국회의원 출신인 어떤 사람은 강직하고 별다른 취미도 없이 원칙에만 충실한 반면, 고위공무원 출신인 어떤 사람은 유들유들하고 고스톱 같은 잡기에 두루 능합니다.

하지만 이들 모두 경력이나 능력 면에서 지방정부를 운영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훌륭한 사람입니다. 특히 그 사람이 국회의원으로서 지역민에게 보인 신념과 고위공무원으로서 국민에게 봉사했던 열정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한마디로 ‘사나이’ 그 자체였습니다. 유권자도 이러한 점을 헤아려 표를 몰아줬을 것이고 결국 이들 모두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습니다.

그런데 깜짝 놀랐습니다. 이런 훌륭한 분들이 박근혜 전 대표 앞에서 하는 발언을 보니 거의 용비어천가 수준인 것입니다. “박근혜 대표에게 신명을 바쳐 정권을 찾겠다”는 표현은 기본이고 “(박 대표는)프랑스를 위기에서 구한 잔다르크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극찬하고 있습니다.

사실 당원이 당대표에게 존경을 표현하는 것은 당연한 예의입니다만 우리 동양적 관습으로 면전에서 윗사람을 극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또 면전에서 윗사람을 극찬하면 “입에 침이나 바르고 하라”고 오히려 면박당하기가 십상인 것이 우리네 칭찬 문화입니다. 칭찬과 아부는 깻잎 한 장 차이니까 어슬픈 칭찬은 아부로 오해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죠.

하지만 입담이 세기로 이름난 어떤 이는 “~대표님은 당이 위기에 처해서 한치 앞을 분간할 수 없을 때 당을 맡으셔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그 선한 웃음을 잃지 않은 채 항상 승리로 당을 우뚝 세웠습니다~”라고 거의 용비어천가 수준의 노래를, 그것도 공개적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노래하는 사람도 전혀 쑥스러워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전당대회가 코앞에 닥쳤고 박 전 대표의 지원이 절실하다 해도 아무나 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노래를 듣는 사람 또한 당연하다는 표정입니다. 가만히 보면 내년 대통령 후보 지명 전당대회는 물론이고, 본선인 12월 선거도 하나마나라고 판단한 듯합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자유입니다만.

이번호 뉴스메이커에서 바로 그 ‘박비어천가’를 들어보십시오. 독창이 아닌 합창으로 여의도에 울려퍼지는 ‘박비어천가’는 거의 환상적입니다.

<원희복 편집장 wonhb@kyunghyang.com>

2006/06/26 (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