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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캡슐

서청원과 이석기는 동지(同志)?



■원희복 기자의 타임캡슐(41)

서청원과 이석기는 동지(同志)?

 

  7선의 서청원 의원이 광폭의 행보를 하고 있다고 한다. 국회 최고 권위자인 강창희 국회의장이 6선이고, 새누리당에서 정몽준 의원과 함께 최다선이니 그럴 만도 하다. 서 의원은 최소한 하반기 국회의장은 따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아무 연고 없는 화성에 그토록 비난을 무릅쓰고, 그것도 보궐선거로 국회에 들어오려 한 이유가 바로 그것일 것이다.

  서청원 의원은 조선일보 기자 출신으로 5공화국 전두환 정권 시절 어용 야당 민한당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재야 언론인 생활도 함께 했다. 그는 이 시절 정치활동이 금지된 정치인과 재야인사들이 만든 민주산악회 기관지인 <자유의 종> 편집인을 지냈고, 김영삼(YS)의 상도동과 김대중(DJ)의 동교동이 처음으로 손을 잡고 만든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기관지인 <민주통신> 주간을 지냈다.

  이런 재야언론은 보도지침이 지배하던 당시 진실을 보도하고, 바른 말을 하는 언론으로 이름을 날렸다. 요즘같이 인터넷 언론이 없던 당시에는 <>지와 <자유언론> <다리> <동아정경> 등 재야 정치잡지는 실날같은 진실의 목소리를 전달하던 언론매체였다.

 우리는 해방 42주년을 맞으면서 민주화와 화해의 시대를 맞이하길 기원해 왔다. ‘민주를 부르짖다 감옥에 갇히는 자, 군사독재의 그늘에 신음하는 자, 눈물과 한숨을 짓는 한 많은 가족들이 새 시대를 끊임없이 갈망해온 것이다. 박종철 군의 고문살인, 애국학생 이한열 군의 죽음, 분신자살, 김근태 씨의 용공조작 등 우리는 제5공화국 정부가 들어선 이래 용공좌경이란 말을 자주 들어왔다.

  민족적 존엄과 자주에의 요구, 통일에의 열망, 사회정의에의 절규가 용공이니 좌경이 될 수 있겠는가. 내 민족 내 국민을 화합에의 대열로 이끄는 것이 용공좌경 행위가 될 수 있단 말인가!”




1986년 자유의 종 편집인으로 부천서 성고문사건을 폭로해 수감됐다가 출소하는 서청원(한복 입은 이). 출처 <우정은 변치 않을 때 아름답다>



  1987년 민추협 역사를 기록한 <민추사>라는 책에 서 의원이 기고한 글이다. 

사진은 당시 자유의 종 편집인으로 부천서 성고문사건을 폭로했다가 구속된후 출감하는 모습이다. 지금 재판을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과 많이 닮았고 글도 이 의원의 다음과 같은 법정 모두 진술과 비슷하지 않은가?

  “종북색깔 공세와 함께 당내 비례 경선을 둘러싸고 저를 조준한 부정선거 의혹이었습니다....하지만 검찰은 저를 기소조차 못하였습니다.”

  사실 서청원 의원과 이석기 의원은 비슷한 점이 적지 않다. 우선 두 사람은 대학 재학 중 반정부 시위로 투옥된 전력을 가지고 있다. 50대 초반 초선의원 시절 앞서 글처럼 자주적 통일의 열망을 좌경 용공으로 매도하는 것에 강하게 비난하는 글을 썼다. 1980년대 중반에는 좌경용공이나, 요즘 종북몰이는 용어만 다르지 같은 맥락이다. 그러고 보면 서청원과 이석기는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의지를 가졌던 동지(同志)라고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서청원 의원은 이 글에서 자신의 의지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올바른 시민의식과 국가관을 지닌 국민이라면 결코 이 정권에 안주할 수 없을 것이다....내 동포 내 조국의 평화를 짓밟는 독재정권에 투쟁하기 위해 언제나 의롭게 살아 숨쉴 것이다.... 내 동포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큰 그릇이 되고자 노력하련다.”

  얼마나 자신감 있는 자기 확신이고, 대 국민 약속인가? 지금 이석기 의원은 저리가라고 할 정도이다. 그러나 이런 약속에도 불구하고 서 의원이 민족적 존엄과 자주 통일의 열망, 사회정의를 추장하며 정치생활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불행히도 서 의원의 이런 다짐은 지켜지지 않은 것 같다.

야당은 물론 많은 시민단체 인사, 학자와 성직자들은 지금 상황을 민주주의의 후퇴를 넘어 유신체제로의 회귀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무분별한 종북몰이는 최악의 남북관계를 야기하고 있다.

이런 정치상황에서 여당 최고 중진, 실세로 통하는 서청원 의원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과거 자신이 쓴 이런 글을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 최소한 자신이 속한 당의 후배 의원들이 벌이는 종북몰이부터 준엄하게 꾸짖어야 하지 않을까? 그 정도는 돼야 광폭의 정치행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의문이 서청원과 이석기의 다름인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에 항의하는 가두시위를 벌이는 서청원, 왼쪽은 조희철 의원>



               <민추사에 실린 서청원 의원의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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