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복 기자의 타임캡슐(50)

변호인, 기자 & 큰 정치인

 

정치인이 충원되는 루트는 여러 가지다. 논두렁 밭두렁을 타고 넘어 형님, 아우하며 바닥을 다지는 지방의원부터 시작하거나, 갑자가 청와대 낙점을 받아 공천을 받는 유형까지 천차만별이다.

 

그나마 정치권에 많이 충원되는 직업이 법조인과 언론인 출신이다. 변호인 출신과 기자출신은 나름 정치판에서 효용성이 크기 때문이다. 법조인은 당 운영 과정에서 숱하게 닥치는 법률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자 출신은 정치에서 중요한 언론 창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어떤 법조인이나, 기자들은 일찌감치 정치를 염두에 두고 행동하다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사진은 19886월 통일민주당 김영삼 총재(YS)가 참모들과 진지하게 대책회의를 하는 모습이다. 당시 소장 판사 200여명이 사법부 개혁을 요구하는 성명을 내는 이른바 제2차 사법파동이 일어났다. 사진은 당 차원에서 이 사법파동에 대한 정치적 대응책을 논의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왼쪽 YS 옆에 판사출신의 강신옥 의원, 오른쪽에 김광일 의원, 그리고 노무현 의원이 논의하고 있다. 저쪽 소파에는 기자출신 강인섭 의원과 서청원 의원이 앉아있다. YS두뇌는 빌릴 수 있으나 건강은 빌릴 수 없다는 지론으로 많은 인재를 정치판에 영입했다.


강신옥 의원은 대표적인 1세대 인권변호사이다. 요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을 그린 영화 변호인이 사상 최대의 관객을 끌고 있지만, 사실 인권변호사로서는 강신옥 변호사가 훨씬 뛰어나다. 그는 1975년 민청학련사건 무료변론을 하다가 법정에서 구속됐다. 변호인이 법정 구속되는 사태는 세계 사법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김광일 의원은 영화 변호인에 등장하는 노무현 변호사의 선배 인권변호사이다. 노 변호사를 정치로 끌어들인 당사자이기도 하다. 대선배 앞에 노무현 의원이 다소 곧이 앉아 있다. 2차 사법파동으로 김용철 대법원장이 사퇴했다. 그리고 통일민주당은 국회에서 후임 정기승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키는 정치적 강수를 뒀다.


권위주의 시절 정치판에서 한 가지 속설이 있었다. 법조인과, 기자, 교수 이 3대 직업 출신은 절대 큰 정치인이 못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항상 갑()의 입장에서 편안하게 산 이들은 신념이나 의지가 약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속설을 깬 사람이 바로 고졸 변호인 출신의 노무현 대통령이다. 아마 노무현 의원이 명문대를 졸업했다면 중도에 편안한 길로 바꿨을 가능성이 크다. 명문대를 나온 선배 인권변호사 강신옥 의원은 나중에 정몽준 의원의 국민통합 21로 노선을 바꿨다. 역시 명문대 출신 김광일 의원도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지냈으나 공천에 탈락하자 다른 정치적 노선을 걸었다.


기자출신으로 가장 큰 정치인으로 성장한 인물을 꼽으라면 한국일보 편집국장 출신의 조세형 의원 정도일 것이다. 그는 4선 의원으로 1996년부터 새정치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을 지냈다. 그는 총재 권한대행시절 기자출신 정치인으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고 농담하곤 했다. 하지만 그의 총재권한 대행은 자신의 정치력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 DJ의 지명에 의한 것이었다


사진 속 서청원 의원이 이번 새누리당 당대표에 도전한다는 소식이다. 원내 최다선인 7선에,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까지 받고 있어 그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서 의원이 당권을 거며 쥐면 기자출신으로 명실상부한 집권 여당의 대표가 되는 첫 번째 인물이 되는 셈이다. 물론 그는 친박이지만 스스로의 정치력도 보통은 아니다.


사실 사진 속 인물 모두 박정희 정권 시절 초산 테러, 법정 구속 등 지독히 고난을 받았고, 지금도 '반박'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서청원 의원만 박정희 시대를 찬미하고 '찬박'임을 자임하고 있다. 솔직이 그런 변신이 지금 여당의 유력한 당 대표후보가 된 배경인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 역시 지명 혹은 '월급 대표'일 뿐이다.


 큰 정치인은 형식적인 지위가 말해주지 않는다. 진정으로 큰 정치인은 초심을 지키며 열정을 갖고,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정치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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