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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캡슐

총리봉변 진짜이유

■원희복 기자의 타임캡슐(61)

총리봉변 진짜이유

 

헌법에 의하면 국무총리는 유사시 대통령을 대리하고, 국무위원 임명제청권 등을 가진 막강한 자리이다. 물론 최고 권력자가 국무총리를 어떻게 대우하느냐에 따라 실세 총리혹은 대독 총리’ ‘방탄 총리등으로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국민 대부분은 국무총리가 힘이 없음을 안다. 그래서 총리하면 그냥 큰 어른정도로 생각하고, 경호도 그리 철저하게 하지 않는다.(물론 총리도 경호관이 항상 따라 다닌다) 총리를 상대로 테러를 하는 경우가 거의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권위주의 시대에 총리가 봉변을 당한 경우가 있다. 노태우 정권시절 정원식 총리가 그 주인공이다.

 



 

사진은 199163일 오후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계란과 밀가루 세례를 받은 정원식 국무총리 서리 모습이다. 밀가루를 뒤집어 쓰고 망가진 그의 몰골은 국무총리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다. 당시 학생들이 던진 물건중에는 계란과 밀가루 말고도 짱돌과 심지어 인분까지 있었다고 한다.


당시 정국은 고문으로 대학생을 죽이는 강경대군 치사사건이 일어나고, 최근 재심 결정이 난 강기훈씨 유서대필 논란이 벌어지는 등 학생들의 연이은 분신이 벌어지던 매우 참담하고 암울한 시기였다. 정 총리는 바로 이 시기 학원을 책임진 문교부장관이었다. 


정 총리는 훗날 자신의 이런 봉변을 전교조를 인정하지 않은 것에 대한 학생들의 분노라고 해석했는데, 그건 아니다. 당시 외대 학생들이 정 총리에게 계란과 밀가루, 인분을 던진 것은 선생님 노조를 인정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정부가 학생들의 고문과 투옥, 그리고 분신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총리가 자신이 왜 봉변을 당했는지 모른다는 것은 더 문제다. 바로 민심을 모른다는 얘기기 때문이다.


23년 만에 총리가 봉변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17일 여객선 세월호 침몰 가족이 있는 진도실내체육관을 방문했다. 정 총리는 유족들이 '똑바로 해' '씨**아'라고 소리치는 가운데도 꿋꿋하게 카메라 앞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분위기는 유족들과 진정어린 대화라기 보다, 카메라 앞에서 언론과의 대화라는 느낌이 강했다. 급기야 흥분한 가족들이 욕을 해대며 정 총리에게 물병을 던졌다. 물세례를 받은 정 총리는 경호관들에 둘러싸여 서둘러 체육관을 빠져나갔다.


앞서 정원식 총리가 계란과 밀가루, 심지어 인분세례까지 받은 것에 비하면 정홍원 총리가 받은 생수세례는 매우 깨끗한 봉변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유족들이 총리에게 생수병을 던진 것은 잘못이다. 이럴수록 유족들도 냉정을 찾아야 한다.


정 총리도 유족보다, 카메라 앞에서 언론을 상대로 말하는 태도를 보인 것은 분명 잘못이다. 선배 정원식 총리도 그랬지만 정홍원 총리 역시 민심을 너무 모른 것이다. 


게다가 당장 현장 대응과 수습도 중요하지만 총리 정도면 사고의 재발방지책을 고민해야 한다. 정확히 무엇이 이런 사고를 야기했고, 어떤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한 것인가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가만히 따져보면 십중팔구 우리는 안전에 대한 법규가 대단히 소홀하다는 결론에 이를 것이다. 이런 해난사고를 미연에 대비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법규와 제도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규제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기업의 입장에 서서 규제를 대폭 해제하겠다고 나섰다. 물론 불필요한 규제는 마땅히 풀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안전을 중시해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이름까지 바꾼 이 정부가 안전에 대한 규제를 푼다는 것은 큰 모순이다. 바로 그 모순의 선두에 정홍원 총리가 있다. 기자는 정홍원 총리가 당한 생수봉변의 정확한 의미는 바로 안전과 관련된 규제를 풀지 말라는 외침으로 들린다. 그것을 정 총리가 깨달을지는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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