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복 기자의 타임캡슐(68)

대식가 김대중의 斷食

 

6·4 지방선거가 끝났다. 이번 세월호 참사 때문에 지방선거를 좀 연기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도 일부 있었지만 이는 옳지 못하다. 우리는 1952년 한국전쟁 와중에서도 지방선거를 치렀다. 우리의 지방자치법은 정부수립 직후인 19497월 제정됐는데, 이행되지 않다가 524월 비로서 선거를 실시했다.


5·16 쿠데타 이후 박정희 정권은 지방선거를 유보했다. 이후 지방자치는 우리 정치사에서 사라졌다가 80년대 말 야당의 집요한 노력으로 다시 추진됐다. 당시 노태우 정권은 정치적 약속을 해놓고도 지방자치를 실시하지 않는 등 끝까지 거부했다.




이때 김대중 평민당 총재가 단식에 돌입했다. 1990108DJ는 정치사찰 금지, 지방자치 전면 시행 등을 요구하며 여의도 평민당사에서 단식에 들어갔다. 사진은 평민당사에서 단식이 길어지면서 DJ가 탈진, 병원으로 옮겨지는 장면이다. 왼쪽의 권노갑, 신순범, 한화갑 등의 가신과 큰아들 홍일, 부인 이희호 여사가 보인다.



DJ와 같이 식사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DJ는 무척 식사량이 많은 대식가이다. DJ는 기름진 중식을 풀코스로 남김없이 먹는 스타일이다. YS가 소식가라는 점과 많이 달랐다. 그래서 당시 정치권에서 ‘YS는 단식할 수 있지만 DJ는 못할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그런 DJ가 무려 13일 동안 단식한 것이다. DJ는 이 단식으로 지방선거 전면 시행이라는 확답을 얻어냈다. 하지만 지방자치 선거는 YS가 대통령이 된 95627일에서야 전면 시행됐다.


이후 우리의 지방자치 제도는 보완을 거듭, 제도만으로 보면 세계적으로 완벽하다. 주민감사청구제나 주민투표제는 물론이고, 유럽도 드물고, 미국에도 일부 주에서 시행하는 주민소환제까지 갖추고 있다. DJ조차 대통령이 되자 자치 과다라는 이유로 대도시 자치구를 폐지하는 것을 추진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문제는 제도를 시행하는 데 있어 중앙정부의 예산배분 의지와 운영하는 지방정치(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수준이다. 제도는 좋은데 운영을 못하는 것이다


이번 6·4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여야 무승부’로 평가하는 사람이 많다. 야당이 전국적으로 승리했지만 수도권에서 졌고, 여당도 수도권에서 신승해 전면 패배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심지어 '박근혜 눈물' 혹은 '여당의 읍소 마켓팅'이 승리했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결과만 본 표피적인 분석이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여당은 완패했고, 야당은 완승하지 못한 선거라고 규정한다. 여당이 잘해 수도권에서 신승한 것이 아니라 야당이 지독히 못해 광역 수도권과 기초에서 패배한 것이다. 그 야당의 패착의 주범은 바로 범 민주, 시민, 개혁, 진보세력의 단일화 실패다. 기초의 패배는 어설픈 '우클릭'을 시도한 공천 잘못이다. 새정치연합은 많은 기초단체 지역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능가하는 보수 수구 후보를 공천했다. 


야당은 여당의 텃밭인 부산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이곳은 민주, 시민, 개혁, 진보세력이 비교적 합리적으로 단일화를 이뤄낸 지역이다. 그러나 단일화에 실패한 경남은 큰 표차이로 야당이 패했다. 통합진보당 후보는 5.1%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낙선한 김경수 후보 당사자도 패인으로 '통합진보당과 단일화 실패'를 꼽고 있다. 


수도권 패배지역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권의 수도권 패배는 '전체 선거 패배로 규정될 정도로 중요했다. 인천에서 당락을 가른 것은 2만1천여표차이다. 통합진보당 후보는 이보다 많은 2만2천여표를 얻었다. 무효표도 1만4천여표나 됐다. 


특히 경기도의 무효표는 149886표에 달한다. 당선자와 표차에 거의 5배에 이르는 엄청난 무효표이다. 이는 통합진보당 후보와 단일화가 늦어 투표용지에 정당과 후보이름이 그대로 인쇄됐기 때문이다. 대부분 정치 평론가도 그렇게 분석한다.


그렇다면 수도권의 패배, 즉 야권패배의 근본 원인은 야권이 민주, 개혁, 진보세력까지 아우르는 대통합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4~5%라는 확고한 지지율을 가진 통합진보당을 끝까지 통합에서 배제 했던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전략적 미스였던 것이다. 기초단체 공천 잘못 역시 새정치연합이 책임이다.


소선거구제에서 연대를 통하지 않고는 진보정당(통합진보당, 정의당, 녹색당 등)의 당선은 애당초 여려운 일이다. 진보정당의 퇴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선거전에도 그랬지만 야당이나 언론은 선거후에도 유독 통합진보당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는 야당은 연대를 추진하지 않은 지도부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언론(진보)은  지난 통합진보당 경선 오보를 영원히 뭍어 버리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세월호 참사의 맥락과 다르지 않다. 정확한 원인 분석을 바탕으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세월호 참사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것을 잊은 모양이다. 세월호 참사를 그렇게 비난했던 야당도 언론(진보)도 세월호 참사를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타임캡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활용 총리·'인듯~' 총리  (0) 2014.06.27
공국진의 마지막 투쟁  (0) 2014.06.18
대식가 김대중의 斷食  (0) 2014.06.09
최형우 뇌출혈 미스터리  (3) 2014.05.28
해양부장관 노무현의 강단  (18) 2014.05.23
막걸리 따르는 대통령  (0) 2014.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