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 하나를 말해보자. 최근 카카오톡 감청 논란으로 사이버 망명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카톡 사용자가 이탈하고 대신 텔레그램이라는 외국 매신저가 각광을 받고 있다. 회사를 합병하고 멋지게 출범하는 다음카카오의 주가는 폭락하고, 급기야 사장이 법원의 감청영장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나섰다. 사이버 망명이 계속되면서 한국 IT산업의 위기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 사태는 9월 16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도를 넘는 모독’”이라는 발언에서 시작됐다. 9월 18일 대검찰청에서 사이버 엄단 범정부 대책회의가 열렸고, 온라인 대피령으로 이어졌다.

이런 온라인 대피 분위기와 텔레그램을 처음 소개한 언론은 ‘불편하게도’ 팟캐스트 ‘김어준의 파파이스’다. 김어준은 9월 26일 카톡 사용자 이탈을 감지하고 텔레그램의 안전성을 처음으로 소개했다.(이 팟캐스트 녹화는 24일 이뤄졌다. 실제 보도는 더 빨랐던 셈이다) 팟캐스트 방송 이후 무료앱 부문 111위에 불과했던 텔레그램은 일주일도 안 돼 1위로 뛰어올랐다. 한국에서만 무려 200만명이 넘는 사용자가 텔레그램으로 이동하는 사이버 엑소더스가 벌어졌다. 만약 기자가 ‘이달의 기자상’(기자협회에서 매달 수여하는 나름 가장 권위 있는 상) 심사위원이라면 당연히 ‘김어준의 파파이스’를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 부문에 선정했을 것이다.

딴지그룹 총수 김어준 | 원희복 기자


기존 언론 물먹인 텔레그램 최초 보도
여기서 ‘불편한’이라는 표현은 개인이 운영하는 조그만 팟캐스트가 기성 언론보다 앞서 특종을 했기 때문이다. 우수한 기자를 다수 보유하고, 해당 분야의 전담조직이 있으며, 수십년간 취재의 노하우를 가진 기성 언론이 물을 먹은 것(낙종)이다. 기성 언론 입장에서 당연히 불편하다. 기자 세계엔 나쁜 속성이 있다. 물을 먹으면, 물을 먹인 매체(김어준의 팟캐스트)를 비난하는 것이다. 낙종에 대한 책임회피다. 이런 책임회피가 상습화되면 기성 언론은 카르텔을 형성, 해당 매체를 집단적으로 ‘왕따’시킨다.

김어준에 대한 기성 언론의 대응에는 솔직히 그런 점이 있다. 김어준은 ‘나꼼수’(나는 꼼수다)라는 팟캐스트 방송을 처음 도입했으며, 정치·시사 프로그램으로 많은 특종을 했다. ‘나꼼수 신드롬’을 일으키며 애플의 팟캐스트 정치·시사 부문 다운로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기성 언론 입장에서 부럽다 못해 질투가 날 만도 했다. <중앙일보> 김진 정치전문 기자는 ‘사실관계 확인에 소홀하고 비평 대상이 편파적’이라는 이유로 기성 언론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질투가 ‘저주’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동아일보> 송평인 논설위원은 김어준에 대해 ‘반지성과 마초주의’를 넘어 ‘양아치’에 비유하기도 했다.

언론노조서 주는 민주언론상 받아
사실 출연자 몇 명이 ‘떠드는’ 팟캐스트는 시사 토크쇼에 가깝다. 추론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너무 앞서 나가다가 오보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무분별한 말을 쏟아내는 종편에 비하면 점잖은 축에 속한다. 팟캐스트도 사실을 전달하고 진실을 밝히는 측면에서 분명 언론이다. 이미 그는 전국언론노동조합에서 주는 민주언론상을 받았다. 게다가 요즘 언론 수용자들, 국민들은 프로그램을 다운받는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의 마음에 드는 매체를 찾아 듣고 본다. 이번 세월호 참사과정에서 다양한 팟캐스트, 인터넷 방송 등 이른바 ‘대안언론’이 각광을 받은 것도 그런 맥락이다.

더욱 불편한 진실은 팟캐스트를 듣는 사람들이 종이신문을 보는 사람보다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요즘 김어준의 팟캐스트는 보통 회당 200만명, 특별한 이슈가 있는 경우 500만명이 듣는다고 한다.(파파이스 측 주장) 이는 웬만한 일간신문 주간 발행부수를 능가하는 것이다.

김어준은 1968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공무원인 덕분에 2년간 미국물을 먹었다. 서울대학교를 세 번이나 낙방한 후 홍익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대학 1학년 때부터 배낭여행을 시작, 졸업할 때까지 40여개국을 다녔다. 대학 졸업 후인 1995년 포스코 해외영업부에 근무하다가 8개월 만에 퇴사, 다시 세계 곳곳을 여행했다. 그는 “여행이 자신을 키웠다”고 말했다. 그는 배낭여행과 인터넷을 결합한 여행상품을 개발한 여행사를 차려 돈을 잘 벌었다. 여행 중 만난 입양아들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수완도 발휘했다. 하지만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사업이 망했다.

실업자 상태에서 심심풀이로 만든 것이 바로 개인 홈페이지 <딴지일보>다. <딴지일보>의 ‘딴지’는 ‘비주류 마이너리티’의 표현이다. 본인도 “패러디는 마이너리티의 언어”라고 말한다. 기성 언론에서 할 수 없는 제도권에 대한 풍자와 패러디, 또 풍부한 여행 경험이 먹혔다. 결정적 성공 계기는 2009년 모바일 시대에 팟캐스트라는 새로운 플랫폼(소통기구)으로 ‘김어준의 뉴욕타임스’를 만든 것이다. 여기에서 확신을 얻은 그는 2011년 4월 ‘나는 꼼수다’를 통해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통찰력과 해학적 매력 vs 짜증과 비아냥
그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등 새누리당을 노골적으로 비판한다. 스스로 ‘닥치고 정치’라는 책을 통해 진보 집권 플랜을 제시하기도 했다. 무명의 문재인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야당 대통령 후보로 키우는 정치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의 비약적인 발전에 당연히 찬사와 비난이 쏟아졌다. 혹독한 실명 비평으로 유명한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통찰력과 해학적 매력을 기반으로 다수의 ‘신도’를 거느린 ‘교주형 멘토’”라고 높게 평가한다. <삼국지 인물전>을 쓴 김재욱은 김어준을 주역과 수학에 정통해 앞날을 알아맞히는 재주가 있는 관로에 비유해 ‘영원한 자유인 관로’라고 평가했다.

서울 대학로 벙커1 화장실 벽에 써놓은 구호는 김어준의 진면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한 혹독한 비난도 많다. 기성 언론의 비판 이유는 앞서 설명했다. 진보비평가로 통하는 진중권은 김어준에 대해 “리버럴과 우익마초의 측면이 공존한다”면서 “나꼼수와 극성팬은 스스로 자멸의 길을 택했다”고 극언까지 했다. 하지만 김어준은 자멸하지 않고 훌륭히 사업을 하고 있다.

이념을 떠나 김어준을 가장 솔직하면서도 분명하게 읽을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그의 사무실 화장실에 써붙인 구호(사진)이다. 기자는 이 구호가 김어준의 진면목이라 생각한다. ‘맨땅에 헤딩하자’ ‘해보자’ ‘쫄지 말자’ ‘가능하다’는 구호는 그가 지금껏 살아온 방식, 즉 도전정신과 모두 이어져 있다. 아마 80여개국 여행에서 쌓은 경험에서 나왔을 것이다. ‘쪽팔리게 살지 말자’는 그의 인생관이다. 비겁하게 살지 말자는 다짐이기도 하다. 배웠다는 사람들은 ‘정명’ ‘지성’ 등의 수사로 치장하지만 그는 포장하지도, 돌아가지도 않는다. 그리고 ‘분노하십시오’는 불의에 대항해 행동하라는 것이다. 김어준은 그 싸움을 ‘악착같이’ ‘끝까지 물고 늘어지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무실 화장실에서 발견한 이 구호는 나약하고 의타적인 지금 젊은이에게 가장 필요한 요소는 아닐까. 이념을 떠나 ‘불의에 분노하는 것’은 사실 현대 시민이 갖춰야 할 기본적 소양이다.

그가 언론인인지는 논란이 분분하지만 적어도 인문학을 동경하는 자유로운 사고의 사업가이며 행동가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그를 비판하는 기성 언론은 그의 ‘놀라운 성과’에 질투하는 것 아닐까.

“진보비평가의 비판에 관심없다”


팟캐스트를 들어보면 김어준은 굉장히 건방진 말투에 욕도 잘한다. 하지만 직접 만나보면 의외로 겸손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그는 기자를 만났을 때 담배를 피우려다 뒤로 숨기는 예절바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벙커1에서 만났을 때 김어준은 “시간이 너무 늦었고 녹화를 해야 한다”면서 “내일 SNS로 인터뷰하자”고 제안했다. SNS로 인터뷰하기는 기자생활 27년 만에 처음이다. 인터뷰는 10월 16일 저녁 8시25분부터 10시 넘어서까지 2시간 정도 이뤄졌다.

딴지그룹에 대해 간략한 소개와 앞으로의 비전은 무엇인가.

“(딴지그룹은) 최초의 인터넷 미디어. (앞으로 비전은) 버티자, 끝까지.”
(김어준은 법인명 ‘딴지그룹’의 법적 대표이사다. 직원 20여명이 근무하는 딴지그룹은 인터넷 신문사 <딴지일보>, 팟캐스트를 하는 <딴지라디오>, 온라인 상거래 업체인 <딴지마켓>, 그리고 <딴지까페>와 문화사업·특강을 하는 <벙커1>이라는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딴지그룹은 최근 3년 동안 직원 20여명의 월급을 한 번도 밀리지 않았다고 한다. 딴지일보 김용석 편집장은 “직원들의 노고에 비해 월급을 많이 준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적게 주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번 텔레그램 특종처럼 그동안 김어준이 내세울 만한 특종 3개와 오보 3개를 든다면.

“나꼼수 시절 선관위 디도스, 내곡동, 십알단이 특종, 오보가 아니라 흡족하게 확증해내지 못했던 것은 많다.”

IT분야에 대해 취재력이 뛰어난 것 같은데, 전자공학을 전공했기 때문인가. 아니면 많은 제보자 덕분인가.

“관심, 취향, 제보, 정보, 추론, 직관, 조력.”(김어준은 여러 분야와 지역(해외 포함)에서 무보수로 기고하고 제보해주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같은 멤버였던 김용민과 달리 기성 언론에 대해 맞대응(비난)은 안 하는 것 같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나를 마땅히 이해해줘야 할 의무가 그들(기성 언론)에게 없다. 내 손을 떠난 메시지는 제 생명력만큼 생존할 것이고, 해서 억울한 게 없다.”

진중권 등 이른바 진보비평가의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각자 제 몫을 하는 것이다. 당연해서 관심이 없다.”

감성진보를 표방하지만 텔레그램이나 세월호 진도VTS 교신기록 조작 등에서 보듯이 매우 과학적 논리를 추구한다. 정서가 논리를 이긴다는 지론과 배치되는 것 아닌가.
“논리는 툴(도구)이고, 정서는 OS이다.”(OS는 오퍼레이션 시스템의 약자로 컴퓨터 ‘운영체계’다)

하고 싶은 말이 더 있는가.
“없다. 인터뷰를 즐기지 않아서요. 꾸벅.”(하지만 김어준은 세월호 참사에서 에어포켓과 자신의 재판문제로 한동안 기자와 문자질을 계속했다. 그는 11월 10일 고법 결심공판이 신경 쓰이는 듯했다)


<원희복 선임기자 wonhb@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