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숭고한 일을 꼽으라면 단연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일 것이다. 더구나 그 숭고한 일이 자신의 희생을 통해 이뤄진 것이라면 그것은 숭고함을 넘어 진한 감동까지 준다.한 철도원이 위험에 처한 어린아이를 구하고 두 다리를 잃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됐다고 하지만 그는 영원히 불구로 살아야 할 것이다. 국민은 공무원인 그의 희생에 감동을 느끼며 그동안 낸 세금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대통령과 총리가 그를 위로하고 각계의 성원이 몰려들고 있다.

또 한편의 철도원들이 있다. 58명은 파면됐고, 21명이 해임되는 등 133명이 중징계를 받았다. 8,648명은 징계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실에서 농성중인 이들의 징계사유는 불법파업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격려를 받은 철도원과 징계를 받은 철도원. 같은 시기에 같은 철도원에 대한 두 장면은 180도 다른 차원의 얘기인가. 두 장면에는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고 본다.

철도노조가 파업을 했을 때 언론을 비롯한 국민 대부분은 공무원이 국민의 발, 산업의 동맥을 막았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파업에 돌입하면서 '열차 안전운행을 위해 최소한의 인원을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우리 자신의 안전에 대한 호소였지만 그 누구도 이를 진지하게 듣지 않았다.

또 어린아이를 구한 철도원의 경우 어린아이가 어떻게 위험한 철길에서 혼자 놀 수 있었는지, 사고 역에 안전장치가 왜 없었는지 같은 구조적 문제에 대해선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두 장면은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지만 우리의 안전불감증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또 하나는 정작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일을 하는 공무원은 대접을 못 받는다는 사실이다. 징계를 받은 한 역무원은 자신의 근무환경에 대해 이렇게 절규했다.

"내게 죄가 있다면 1년에 30여명의 동료들, 그 서러운 살점을 철길에 묻은 죄, 밤을 낮으로 삼아 철길에서 밤을 새운 죄, 명절날 청장 하사품으로 받은 라면 한개를 생으로 깨물어 먹은 죄입니다. 그것이 죄라면 달게 받겠습니다"
어린아이를 구한 철도원이나 징계를 받은 철도원이나 공무원으로서 근무환경은 비슷했다. 어린아이를 구한 철도원도 한때 노조원이었다. 사실 공무원사회 내부를 들여다보면 넥타이를 맨 사람이 대우받고, 작업복을 입은 공무원은 멸시당한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공무원은 가장 유능한 대국민 서비스맨이 돼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한다. 하지만 넥타이를 맨 지체높은 공무원들은 승객의 안전을 위해 2만5천V의 전차선(電車線)에 오르는 철도원이나, 폭우를 맞으며 제방 순회로 꼬박 밤을 지새는 재해담당 공무원, 불길이 치솟는 지하 호프집에 몸을 던지는 소방관을 이해하지 못한다. 게다가 그들은 매년 수십명씩 철길에서, 불속에서 죽거나 다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험한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뛰는 것만큼 숭고한 행정서비스는 없다. 그 숭고한 행정서비스에 대한 댓가는 평소에도 그들을 진정으로 대우하는 것이다. 그것이 한 역무원의 희생을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할 진정한 교훈이다. 다음은 지체높은 공무원이 한번 읽어야 할 글이다.

'제가 부름을 받을 때에는 신이시여/아무리 강렬한 화염속에서도/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주소서/너무 늦기전에/어린아이를 감싸안을 수 있게 하시고/공포에 떨고 있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당신의 귀를 주시어/가냘픈 구조의 외침까지도 들을 수 있게 하시고/그들의 고통까지도/나의 품안에 안을 수 있게 하소서/그리고, 신의 뜻에 따라/저의 목숨을 잃게 되면/신의 은총으로/저의 아내와 가족을 돌보아 주소서…'(소방관의 기도) 


원희복
/ 지방자치부 차장 wonh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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