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분립이 기가막혀"


요즘 중학교 사회책에 나올 만한 3권분립 원칙을 놓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노무현 대통령이 국회가 의결한 특검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자 거대 야당 대표가 단식에 들어갔다. 국회는 "대의민주주의와 권력분립 원칙을 뒤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발끈하고, 대통령은 "거부권은 3권분립 원칙에 의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맞서고 있다.

아예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이라도 요구하면 명확히 가려지겠지만 지금 행정부와 국회는 '정치적' 대결을 벌이고 있어 쉽게, 또 명확하게 판가름나지 않을 전망이다.

사실 요즘 국회의 권능은 가히 무소불위에 가까울 정도다.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을 갈아치운 데 이어 감사원장도 국회 임명동의안 문턱을 넘지 못했다. 최근 대통령은 개혁입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각당 정책위의장을 청와대에 모셔 사정하고, 각 부처 장관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은 여의도로 달려가 의원들에게 읍소하고 있다. 지금의 우리 국회 모습은 한때 "남자를 여자로 만드는 것 외에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18세기 영국 의회를 연상시킬 정도다.

지금 모습을 보면 바로 1년 전만 해도 제왕적인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는 점에서 격세지감이다. 그만큼 '법대로만 하면' 우리 헌법은 대통령의 권한이 크지 않고 나름대로 3권분립 원칙이 잘 반영돼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국무위원 해임건의나 감사원장 임명동의는 헌법에 명시된 국회 고유의 대(對)행정부 견제기능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최근 국회를 보면 행정부의 영역까지 넘보는 법을 만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마 몽테스키외가 이것을 봤다면 기가 막혀 말문을 열지 못했을 것이다.

얼마전 충남 계룡시가 생겨 시장.시의회의원 선거를 치렀다. 계룡시엔 축하할 일이지만 여기에는 사실 3권분립 원칙상 적잖은 문제점이 있다. 현행 지방자치법에는 인구가 5만명 이상이어야 시를 설치할 수 있는데 특례를 둔 것이다. 군으로 승격한 충북 증평군도 마찬가지다. 인구가 주는 데도 의원입법으로 군으로 승격시켰다. 이런 자치단체는 인근 1개 동사무소도 안되는 인구로 자치단체장, 시.군의회를 두고 있다.

문제는 이런 행정구역을 조정하는 것이 입법부의 권한이냐, 행정부의 권한이냐는 것이다. 모든 행정행위는 법에 근거를 두지만 전국적 균형과 일관성이 요구되는 행정행위는 행정부 몫이다. 만약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역구 읍.면을 정치적 필요에 따라 군으로 만들고, 군을 시로 만든다면 행정은 일관성을 잃고 국민은 혼란에 빠질 것이 자명하다. 지금 국회에는 행정부의 권한인 정부조직이나 공무원 직제까지 늘리는 법안이 의원입법이라는 이름으로 계류중인 것이 많다.

이번에 문제가 된 특검법도 마찬가지다. 특검제라는 것이 오욕의 검찰 역사로 인해 도입된 불가피한 산물이긴 하지만 수사 및 공소제기 권한은 분명 검찰권, 즉 행정부 권한이다. 더구나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을 미진할 것이라 예단하고 국회가 특검법을 남발한다면 사법제도는 근간이 흔들린다. 특검법에 수사대상과 시기를 최소화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1748년 3권분립 이론을 체계화한 몽테스키외는 "법을 만들고, 공적 결정을 집행하고, 개인간 분쟁사태를 판단하는 세가지 권력을 한곳에서 행사한다면 모든 사람은 자유를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식하는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에게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을 다시 일독할 것을 권한다.


원희복 지방자치부 차장 wonh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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