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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탑

남북은 하나가 아니다? 시골에 사는 만득이가 서울을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초행길이라 걱정이 되는 어머니는 역까지 바래다주면서 "가장 큰 역에서 내리라"고 신신당부했다. 만득이는 열차를 타고 한참 졸다가 엄청 큰 역이 눈에 들어오자 서둘러 내렸다. 만득이는 플랫폼에서 "서울역이다"라며 좋아했다. 그런데 대전역이었다. 시골에서만 살았던 만득이는 대전역이 자신이 본 역 가운데 가장 컸기 때문이다.적당한 비유가 될지 모르지만 얼마전 한 언론학자가 '남북은 하나가 아니다'라고 쓴 글을 읽고 생각해 봤다. 그분은 부산 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코리아라는 명칭으로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에 따로따로 가입하고 국기도 저마저 다른, 하나 아닌 두 나라로 이뤄진 이 괴이한 단일팀…"이라며 "우리는 .. 더보기
'DJ 名臣言行錄' 중국 송나라 때 유능한 신하의 언행을 기록한 '송명신언행록(宋名臣言行錄)'이라는 책이 있다. 주자학을 집대성한 주희(朱熹)가 엮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 책이다. 요즘 우리가 많이 쓰는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살지 않는다'는 말도 여기서 나온다.중국은 송대에 이르러 과거제가 완전히 정착돼 고급관료 대부분이 과거 합격자로 채워졌다. 이들은 황제가 직접 최종시험을 주관하는 과거를 통과하면 지방관료를 거쳐 치열한 경쟁을 뚫고 중앙관료로 진출했다. 이 책은 바로 책임감과 사명감에 불타는 뛰어난 관료 97명의 언행을 기록한 것이다. 그중 범중엄(范仲淹)이라는 사람의 얘기가 있다. 그는 평생 선우후락(先憂後樂)을 좌우명으로 삼았다. 그 의미는 '신하는 천하에 근심거리가 있을 때 먼저 근심하고, 즐거운 일이 있을.. 더보기
복구도 땜질, 보상도 땜질 옛말에 "불은 아무데로나 번지지만 물은 가난한 쪽으로 흐른다"고 했다. 수해는 주로 땅값이 싼 저지대에 사는 사람들이 당하기 때문에 생겨난 말일 게다. 사실 이번 태풍 '루사'로 피해를 입은 사람 대부분은 저지대에 사는 '없는' 사람들이다.이들은 비바람을 막아주던 오두막과 그나마 입에 풀칠해주던 손바닥만한 밭, 추석명절때 쓰려고 키웠던 돼지를 물에 떠내려 보냈다. 그래도 남은 것을 추슬러보려고 노력해 보지만 들리는 소식은 울화통만 치미는 것뿐이다. 특별재해지역에서 제외된다는 소식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네 이웃들은 유독 상대적 불평등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다같이 없으면 없는 대로 살지만 남보다 차별 당한다고 생각하면 '욱' 하는 기질이 나온다. 더구나 공평해야 할 행정 혜택에서 불평등을 감내하라고 한다면 .. 더보기
기술직 우대, 행자부 부터 얼마전 한 대기업 회장이 5천억원 규모의 장학재단을 만든다고 해 화제가 됐다. 일반인은 5천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재단 규모에 놀랐겠지만 정책결정권자는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 그 이유는 이 장학금의 주 수혜대상을 이공계로 했다는 점이다. 얼마나 이공계 지원자가 줄어 앞으로 기업 운영이 우려됐으면 민간에서 그런 고육책을 내놨겠는가.이공계 혹은 기술직 우대 얘기는 아마 1960∼70년대 '기술입국'을 외치던 시절부터 계속됐을 것이다. 그런데도 사태는 나아지기는커녕 요즘에는 '이공계 위기론'까지 나오고 있다. 그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정부의 기술직에 대한 홀대도 적잖은 요인이다. 행정자치부는 공무원을 임용하고 교육하며, 또 배치하는 기관이다. 공무원 인사에서 수범을 보여야 하는 곳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 더보기
개헌 주장의 속셈 요즘 우리 헌법을 놓고 "제왕적 대통령제가 바로 문제"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대통령 아들이 줄줄이 감옥에 간 권력형 비리는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아예 한 노정객은 수십년간 그 제왕적 권력의 주변을 맴돌았으면서도 '황혼에 더 가야 할 길' 중의 하나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끝내는 것이라고 되뇌고 있다. 이들은 지금 대통령제가 우리 정치와 사회에서 '악의 축(軸)'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그들의 말대로 우리의 대통령제는 정말 견제나 통제가 불가능할 만큼 제왕적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천만의 말씀이다. 헌법상 규정된 우리의 대통령 권한은 대통령제를 하는 프랑스나 미국에 비하면 정말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하나하나 따져보자. 우리 대통령 임기는 5년 단임이다. 미국 대통령 임기는 4.. 더보기
이회창판사의 오판 흔히 '판사는 판결로만 말한다'는 법언(法諺)이 있다. 이것은 법관 판결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말이지만 한편으로 자신의 판결에 대한 실제적 혹은 역사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방편으로도 활용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그러나 이 법언이 늘 아무에게나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그 판결이 사회.정치.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그 판결을 내린 사람이 국민으로부터 검증받는 위치에 있을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1959년 진보당사건 상고심 주심판사였던 고(故) 김갑수(金甲洙) 대법관이 바로 그런 경우다. 그는 대법관을 지내고 정계에 뛰어들어 정당의 총재를 지냈다. 아마 대법관까지 지내고 정당 총재가 된 사례는 김대법관과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두 사람뿐일 것이다. 공교롭게 두 사람은 법관시절, 자신의.. 더보기
허울뿐인 부패방지법 이른바 '홍(弘)3'으로 일컬어지는 대통령 세 아들에 대한 비리 의혹이 연일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그 중 누구는 사법처리가 임박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과거 정권에서처럼 대통령의 자식이 사법처리된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간접적인 방식으로 자식 문제에 유감을 표명했다. 그리고 그 주변에선 "야당시절 그렇게 고생시켰는데, 월급쟁이 한번 못한 한(恨) 때문에…"라는 변명 아닌 변명이 흘러나온다. 이런 식의 김대통령 유감 표현 방법은 자식을 둔 아버지 입장에만 머물러 있다는 느낌이다. 사실 김대통령은 자식 문제에 관한 한 사태를 스스로 초래한 측면도 없지 않다.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공무원윤리법상 하도록 돼 있는 직계 존비속의 재산 공개를 거부해왔다. 막내 아들이 미.. 더보기
공무원노조와 '철밥통' "솔직히 대답해 주세요. 교사와 일반 공무원 둘 중 어디가 노조와 어울린다고 생각하십니까"(차봉천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 위원장)"사용주(국민)가 동의하지 않으면 안돼요. 법이 만들어져야 합니다"(이근식 행정자치부 장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출범 전인 지난 2월22일 행자부 장관은 노조를 결성하려는 전공련 위원장을 만났지만 서로의 입장만 확인한 채 끝났다. 그래도 범법자로 취급해 대화조차 하지 않던 행자부가 이들을 만났다는 것이 변화라면 변화다. 지난 23일 '예정대로' 공무원노동조합이 결성됐다. 전체 84만여 공무원 중 이미 노조가 결성된 분야를 제외한 30여만명이 대상인 거대 노동조합이다. 정부는 이날 집회에 참가한 공무원을 '공무원은 노동운동 기타 임무 이외의 일을 위한 집단적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