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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편지

황복회 한 접시 올립니다 경기도 파주 임진강가엔 요즘 황복이 제철입니다. 연어처럼 회귀성 어종인 황복은 서해바다에서 2~3년 살면서 살이 올라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고향에 돌아오는 황복은 강화도에서도 잡고 김포에서도 잡지만 끈질기게 자신의 고향까지 온 파주 임진강 황복을 최고로 칩니다. 사실 황복철은 아카시아꽃이 피는 4월 중순부터 시작해 6월 초 정도면 끝물이지만 임진강 상류까지 올라온 최고의 황복을 맞보려면 지금이 최적입니다. 황복은 최고의 요리입니다. 요즘 양식황복도 있어 다소 싸졌다고 합니다만 회 한 접시에 십수만 원이 훨씬 넘는 요리입니다. 황복회는 매우 얇게 썹니다. 회를 접시 그림이 비칠 정도로 얇게 써는 것은 황복의 값이 비싸서가 아니라 육질이 단단해서입니다. 살이 무른 참치를 두껍게 써는 것과 대비되는 것이지요... 더보기
오세훈 서울시장과 커뮤니케이션 참여정부가 들어서고 ‘코드’(Code)라는 말이 꽤 유행했습니다. 코드의 사전적 정의는 ‘기호를 다른 기호 계열로 표현할 때의 약속, 또는 그 기호 계열을 말한다’라고 다소 복잡하지만 쉽게 풀어보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서로의 약속’ 정도로 이해하면 됩니다. 한때 참여정부의 코드를 전기 코드(Cord)에 빗대어 “나는 아무 곳에나 다 맞는 멀티코드다”라고 말하는 공무원도 봤는데 이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전기코드 역시 ‘송전된 전기를 가전제품을 가동시키는 데 필요한 연결’이라는 측면에서 ‘코드’(Code)의 정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찌됐든 ‘코드를 맞춘다’는 것은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한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사실 코드를 맞춘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더보기
‘뗑깡’ 국회의장 임채정 오래 전 얘기지만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얘기 하나 할까 합니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김영삼 ‘양김씨’의 후보단일화 실패로 노태우씨에게 대통령을 넘겨준 야권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1988년 총선을 앞둔 YS의 민주당과 DJ의 평민당은 야권통합이라는 국민적 ‘강요’에 통합논의를 시작했습니다. 1988년 2월 12일 서울 남산 외교구락부에서입니다. 김재광 의원:): 통합원칙과 소선거구제에 합의하고 재야와 통합문제를 다룰 소위를 구성합시다. 이중재 의원(평민): 좋습니다. 정치는 기술이니 기술적으로 해결을 모색합시다. 신기하 의원(평민): 김 선배님, 재야를 빼고 통합하자는 말씀입니까. 김재광 의원: 빼자는 것이 아니라 이중재 의원 말대로 기술적으로 처리하자는 것입니다. 임채정 위원(평민): .. 더보기
여의도에 울리는 ‘박비어천가’ 7월 1일 임기를 시작하는 광역자치단체장 중 몇몇 분은 제가 잘 아는 사람입니다. 국회의원 출신인 어떤 사람은 강직하고 별다른 취미도 없이 원칙에만 충실한 반면, 고위공무원 출신인 어떤 사람은 유들유들하고 고스톱 같은 잡기에 두루 능합니다. 하지만 이들 모두 경력이나 능력 면에서 지방정부를 운영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훌륭한 사람입니다. 특히 그 사람이 국회의원으로서 지역민에게 보인 신념과 고위공무원으로서 국민에게 봉사했던 열정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한마디로 ‘사나이’ 그 자체였습니다. 유권자도 이러한 점을 헤아려 표를 몰아줬을 것이고 결국 이들 모두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습니다. 그런데 깜짝 놀랐습니다. 이런 훌륭한 분들이 박근혜 전 대표 앞에서 하는 발언을 보니 거의 용비어천가 수준인 것입니다. “박근혜.. 더보기
고건 전 총리가 믿는 구석 공무원 사회에서 신화적 인물로 꼽히는 사람이 바로 고건 전 총리입니다. 고 전 총리는 박정희 대통령 밑에서 전남지사와 청와대 정무2비서관, 최규하 대통령 옆에서 정무수석비서관, 전두환 대통령 밑에서 교통·농수산·내무부 장관으로 국정운영에 참가했습니다. 또 노태우 대통령으로부터 서울시장 임명장을 받아 관선시장을 지냈고 김영삼 대통령 때는 2인자인 총리에 올랐습니다. 정권 교체가 이뤄졌어도 고 전 총리의 출세가도는 여전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에게 다시 민선시장 공천장을 받아 당선됐고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다시 총리로 지명됐습니다. 학생혁명과 군사쿠데타, 대통령이 피습되고, 전직 대통령이 줄줄이 감옥으로 끌려간 파란만장한 우리 현대사에서 무려 7명의 대통령을 모시며 온전히 국정을 운영한 사람은 아마 고 전 총.. 더보기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십시오 “일제 치하 35년간 일제의 주구(走狗)가 되어 동족을 좀먹기에 광분한 친일매족도배를 광복의 조국 하늘 아래서 민족의 이름으로써 이들을 단죄함에 이르게 된 것은 실로 감개무량하고 또한 통결(痛決)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개인에 대한 복수가 아니라 자손만대의 산 교육이 되게 하고 정신의 거울이 되게 하자는 데서 반민자 처단의 참된 의의가 있는 것이다.” 1948년 반민족행위특별위원회(반민특위)가 생기고 특위 활동을 기록한 책 ‘반민자죄상기(反民自罪狀記)’에 반민특위 김상덕 위원장이 쓴 서문의 일부입니다. 58년 전에 쓴 글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때 이루지 못한 친일청산 문제가 지금까지 계속 정치·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국민통합을 방해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노무현.. 더보기
경제 저격수가 아니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반대의 목소리는 농민에서 지식인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과 같이 일하던 청와대 출신까지 가세했습니다. 노 정권의 지지기반인 재야·시민단체, 진보적 지식단체 대부분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물러서기커녕 여전히 ‘고’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어떤 교수는 “박정희의 돌진적 개방을 흉내내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또 다른 사람은 “노무현의 개혁욕구와 김현종의 야망이 만났다”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김현종이라는 사람은 바로 한·미 FTA를 주도하는 외교통상교섭본부장입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국내에 소개된 책 하나가 있습니다. 원제는 ‘Confession of an Economic Hit Ma.. 더보기
이승엽 한방으로 정말 짜증나는 한 주였습니다. 물난리가 나고 고시원에 불이 나고. 게다가 북한까지 이산가족 상봉을 취소해 버린 한 주였습니다. 저는 거의 일주일 내내 재난보도·방송을 보며 안타까웠습니다. 언론은 “예고된 인재라느니, 3년 전에도 침수됐는데 또 당했다느니, 댐을 늘려야 하니 마니,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니 마니 등등” 매번 수해마다 반복되는 정말 짜증나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재난보도는 재난현장을 중계하는 것이 아니라 재난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겁니다. 재발방지책, 실패에서 얻는 교훈, 이게 중요합니다. 그런데 온통 재난현장 중계이고 지엽적인 관점에서 얘기를 하니 짜증이 나는 겁니다. 매년 반복되는 수해를 항구적으로 예방하는 방법을 알려드릴까요. 매우 간단합니다. 그것은 바로 .. 더보기
노무현 대통령의 인사고집 2000년 노무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재직할 때입니다. 당시 노 장관이 임기를 거의 마칠 즈음 출입기자와 회식하던 자리로 기억합니다. 노 장관은 자신있는 표정으로 “후임 장관 인선은 내가 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 말에 회식자리에 같이 있던 차관을 비롯한 실·국장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왜냐하면 장관 인사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하는 것이지 전임 장관이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사실 권위주의 시절엔 이런 비슷한 말을 했다가 불경죄로 혼난 정치인도 여럿입니다. 어찌됐든 당시 노 장관이 후임 장관을 인선했는지 알 수 없지만 ‘참 인사에 자신감 넘치는 장관’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요즘 참여정부의 인사에 대해 코드인사니, 낙하산인사니 말이 많습니다. 하지만 코드인사가 나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더보기
김근태의 변신은 무죄? 참여정부 들어 공무원을 매우 많이, 그것도 고위직 위주로 늘렸습니다. 정부는 ‘공무원이 늘어도 행정서비스가 좋으면 된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맞습니다. 공무원이 늘어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국민에게 얼마나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하는가가 문제입니다. 지난해 1월쯤입니다. 정부는 고위직을 많이 늘린 데 이어 복수차관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그 즈음 방학중 아이들 급식으로 무 몇 조각과 건빵 반찬이 담긴 도시락을 제공해 사회적 충격을 줬습니다. 또 대구에서는 어린이가 장롱 속에서 굶어죽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은 우리 아이에게 최소한의 식사를 제공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이 완전히 ‘개판’임이 드러난 충격적인 일입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다른 데 있습니다. 사회복지 최일선에서 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