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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편지

군사기밀을 누설합니다 저는 1980년대 초반 강원도에서 작전병으로 군생활을 했습니다. 그때 군사2급 비밀인 우리나라 작전계획을 처음 봤는데 의문이 ‘5027’이라는 숫자였습니다. 00사단 작전계획은 ‘00사단 작전계획 5027’‘00연대 작전계획 5027’식입니다. 바로 ‘5027’이라는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매우 궁금했습니다. 알아보니 우리의 작전통제권이 미국에 있고 미국은 세계지도를 놓고 작전계획을 짜기 때문에 50이라는 숫자는 극동 고유번호, 27은 남한 번호로 결국 5027은 ‘미국작전계획의 극동계획 중 남한의 작전계획’을 의미한다고 하는 겁니다. 참 착잡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작전계획 5027에는 유사시 방어-지연전-후퇴 계획밖에 없는 것입니다. 최대한 방어하고 남쪽으로 후퇴하다 끝나도록 돼 있는겁니다. 그때 저.. 더보기
아이젠하워의 퇴임사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를 놓고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어떤 전직 국방장관은 전시 작전통제권을 되찾으면 북한이 남침해 대한민국이 곧 망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습니다. 6·25의 참상을 체험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선량한 국민은 불안한 마음뿐입니다. 물론 우리의 안보는 한치의 빈틈이 없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군사력 북한 우위, 미군 없는 전쟁은 필패’라는 신념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합니다. 곰곰이 그 이유를 따져봤습니다. 우리가 내린 첫 번째 결론은 교육 탓이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안보교육에서 흔히 등장하는 것이 남북한 군사력 비교입니다. 국방부가 발표한 2004년 남북 군사력 비교를 봅시다. 한국군 병력수가 68만1000여 명인데 북한은 117만여 명으로 우리보다 월등히 많습니다. 전투기도 북한은 83.. 더보기
바다에서 쏘아올린 한방 온통 바다이야기뿐입니다. 허가가 어떻고 승률 위변조가 어떻고 정치헌금이 어떻고… 온통 바다이야기뿐입니다. 대형 LCD화면에 펼쳐지는 세련된 그래픽에 환상적인 사운드. 게다가 베팅을 유혹하는 갖가지 숨은 장치는 우리가 자랑하는 전자기술의 결과물입니다. 바다이야기가 아니라도 컴퓨터와 결합한 갖가지 게임은 널려 있습니다. 문화상품권이 문제라고 난리인데 문화상품권은 도박의 환전 수단일 뿐 이번 사태의 본질은 아닙니다. 결국 이번 사태의 주범은 도박입니다. 도박의 사회적 문제, 도박공화국의 문제가 어제 오늘 문제였습니까. 장난삼아 하는 컴퓨터 고스톱 게임도 널려 있고 요즘 집안에서 아이들이 즐기는 인터넷 게임도 도박의 일종입니다. 요즘 별의별 바다이야기 난무하고 대책이 나오는데 주(主)와 종(從)이 헷갈리는 경우.. 더보기
노무현 대통령의 돌려막기 인사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이니까 2003년 1월쯤일 겁니다. 대통령 당선자는 ‘뜨는 해’지만 ‘지는 해’인 현직 대통령 입장을 고려, 관공서를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거나 하지는 않는 것이 예의입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으로 방문한 관공서가 딱 하나 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중앙인사위원회입니다. 중앙인사위원회는 공무원 인사정책을 총괄하는 대통령 소속 행정위원회입니다. 당시 노 당선자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워낙 공무원 인사가 중요한 일이라 당선자 신분이지만 관심을 가지고 왔다”며 업무보고도 받고 ‘적재적소’라는 글도 남겼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공무원 인사정책’은 확실히 챙기겠다는 약속도 했습니다. 실제 참여정부 들어 공무원 인사정책은 무지하게 변했습니다. ‘경국대전’ 이래 계속됐을 법한.. 더보기
한 차원 높은 담론을 지금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14%라고 합니다. IMF 직후 한 자릿수대 대통령 지지율을 기록한 적이 있지만 평시로는 역대 최저입니다. 3당 합당이나 DJP연대같이 ‘비정상적인 야합’ 없이 단독으로 48.9%라는 최고 지지율로 탄생한 노무현 정권의 참담한 현실입니다. 교육부총리 하나 임명하는 데도 한 달이 걸리는 것을 보면 사실 레임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정권에서 국방장관, 총리까지 했던 사람까지 비난의 목소리를 내는 ‘변절자의 등장’을 보면 정말 ‘말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선 불행합니다. 임기가 있는 선출직 공직자는 필연적으로 레임덕을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부총리가 한 달 내내 빈 것에서 보듯 행정의 공백과 이완은 국민에게 직접 피해를 끼칩니다. 그래서 레임덕을 슬기.. 더보기
지난 여름 우리가 한 일 올 여름 대부분 국민은 무엇인지도 모르는 ‘바다이야기’에 빠져 허우적거렸습니다. 마치 쓰나미처럼 모든 사회와 권력을 단번에 삼켜버릴 기세였던 바다이야기는 지금 너무 조용합니다. 지금 감사원 감사와 검찰이 수사 중이긴 하지만 언론도, 검찰도, 문제를 제기한 정치권도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정말 피서철 반짝 바다처럼 찬바람 한번에 완전히 철 지난 바다 분위기입니다. 바로 그 바다이야기 중심에 한 인물이 있습니다. 그는 바다이야기의 배후이며 게임산업의 황제이며, 현 정부 최대의 권력형 비리 주인공으로 지목됐습니다. 모든 언론이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추적했습니다. 그에 관한 기사가 난무했습니다. 확인은 필요치 않았습니다. 그럴 듯한 개연성만 보이면 썼습니다. 일부 정치인은 그의 실명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더보기
올 가을 좀 너그러워집시다 정말 갈등의 시대입니다. 그 잘 나가는 사람이 모여 있다는 법원과 검찰, 변호사끼리도 싸우고 난리입니다. 물론 다 국민을 위한다고 합니다만 정말 그러길 빌어야지요. 그것보다 시급한 것은 당장 입에 풀칠하는 문제입니다. 대기업은 수출이 잘돼 달러가 쌓이고 중소기업은 급전 마련에 부산합니다. 한쪽에선 가짜 고가 명품에 사기를 당했느냐 난리고 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할 이웃은 늘어갑니다. 주변을 보면 있는 사람은 베풀기에 인색하고 배고픈 사람은 악다구니만 늘어가는 느낌입니다. 빈부의 양극화 문제는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사고의 양극화, 다시 말하면 이념의 양극화 문제입니다. 이 문제 역시 하루이틀 된 문제가 아니지만 요즘 양상을 보면 최소한의 국익도 없어 보입니다. 신문지면.. 더보기
김문수 경기지사 따져보기 김대중 전 대통령과 식사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DJ는 굉장한 대식가입니다. DJ가 수십 년 간 정치를 하면서 딱 한 번 단식을 했는데 그것이 바로 민선자치 도입을 주장하면서입니다. 올해로 민선자치 10년을 맞습니다. 지방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 ‘민주주의 교육장’ 등으로 불리며 많이 발전했습니다. 물론 지방의 열악한 재정력, 지방의회의 미흡, 지방토호의 기득권 유지 등 지방자치를 저해하는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주민에게 봉사하는 행정’이라는 큰 틀은 갖춰졌습니다. 이젠 과거 권위주의 시절처럼 국민 위에 군림하는 공무원은 별로 없습니다. 그중 광역자치단체는 말 그대로 ‘소정부’입니다. 건설·복지·노동·환경·해양 등 중앙부처 업무 중 국방과 외교를 제외하고 대부분 관장합니다. 더구나 지방행정은 주민.. 더보기
‘제철 만난’ 대한민국 보수세력 북핵실험이 세계를 흔들고 있습니다. 북한 핵실험 성공의 진위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만 위기국면인 것은 사실입니다. 사실 한반도는 1953년 불안정한 휴전협정으로 여러 번 위기국면을 맞았지만 이번은 최악 수준으로 보입니다. 요즘 언론보도를 보면 북한 핵실험으로 유엔의 대북 제재, 나아가 군사적 대응까지 별의별 시나리오가 나옵니다. 이런 주장, 저런 주장 물론 다 논리도 있고 이유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일본·러시아·중국이 뭐라고 하든 가장 중요한 가치는 한반도에서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이것보다 최우선하는 가치가 있으면 나와보십시오. 한반도가 다시 전장(戰場)이 된다면 우리 민족의 장래는 그것으로 끝이기 때문입니다. 통일 방법론에 있어서 동·서독의 평화적 방식을 택할 것인가 베트.. 더보기
인문학 위기와 논술 스타 얼마 전 전국 대학의 인문학과 교수가 모여 ‘인문학의 위기’를 토로하는 시국선언 비슷한 것을 발표했습니다. 사실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은 10년 전부터 나오던 말로 지금쯤 인문학은 위기를 넘어 ‘사망’ 수준에 이르렀다고 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인문학의 바탕이 되고 있는 것이 바로 논술이 아닐까 합니다. 인문학이란 사람과 사람의 문화·철학·논리 등을 탐구해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것 아닙니까. 또 각자의 가치관을 논리적으로 전개해 글로 써놓은 것이 논술입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인문학은 논술이 바탕 혹은 기초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논술은 광풍 수준이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까지 여겨지고 있습니다. 입시를 앞둔 고교생은 물론, 초등학생부터 논술공부가 일반화된 지 오래입니다. 올해 국정감사 자료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