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현대건설에서 함께 근무했던 사람에게서 1960~70년대 건설업계 분위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대목은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는 방법입니다. 당시 건설회사들은 수주할 때, 특히 설계를 변경할 때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합니다. 그 시기 이명박 사장은 결재를 꼭 연필로 했다는 겁니다. 물론 정식 공문도 없고요. 연필로 ‘건설부 모 국장, 1천’에 사장 사인이 있는 메모지를 경리과에 가져가면 커다란 금고에서 1000만 원짜리 돈가방 하나를 주는 방식이라는 겁니다. 물론 뇌물이 불법이니까 정식 서류도 아닐 테고 또 유사 시 문제가 될 우려도 있으니 증거를 없애기 위해 지우기 쉽게 연필로 결재하는 것이지요.
또 미분양 주택이 넘치는데도 그린벨트를 풀어서 공급을 늘리는 것이나, 종부세를 무력화하고 재산세를 늘리겠다는 것도 비슷합니다. 그리고 이번 호 weekly경향에서 지적하듯이 안보 문제나 송파·분당 주민의 반대에도 특정 재벌에 초고층 건축을 허가할 움직임을 보면, 건설업계를 살리기 위해선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건설회사 사장 시절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때 보완하면 되고’식의 정책 집행은 연필로 결재할 때 습관이 남아서인가 하는 의문이 들게 합니다.
그러나 이지원은 원래 기안한 결재 서류에 중간 간부의 의견(정책 변화)을 고스란히 기록에 남기도록 했습니다. 국장, 차관, 장관 중 누가 정책을 어떻게 변경하거나 개악했는지 기록에 남겨 책임 행정을 꾀하기 위한 무서운 장치인 것입니다. 연필로 결재하는 것과는 180도 아니 1800도 다른, 매직펜으로 결재한 사실을 영원히 남기는 방식입니다. 2008/10/07 (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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