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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편지

임명권자도 어찌할 수 없는 사람

사실 올 초 제가 책을 하나 썼습니다. 제목은 ‘말단에서 장관으로 오르는 공무원 승진의 연금술’이라는 책입니다. 공무원 인사와 교육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를 오랫동안 출입하면서 ‘아, 이런 유형의 공무원이 승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말단 9급에서 계장-과장-국장-1급-차관-장관까지 해야 할 역할과 성공한 공무원의 사례를 통해 교훈을 추려낸 것입니다.

이 책을 쓴 동기는 물론 베스트셀러로 만들어서 많은 수입을 얻기 위한 것입니다. 또 일반 회사에서 처세술이나 승진학은 많지만 공무원의 처세술을 다룬 책은 없었기 때문에 정리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입니다.

책에는 성공하는 장관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들어 있습니다. 먼저 ‘임명권자의 철학으로 무장하라’는 대목이 있는데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철학으로 무장하지 않는 장관은 애당초 장관으로 임명될 수 없을 겁니다. ‘청와대 비서실을 내 편으로 만들어라’는 대목은 장관직을 대통령과 함께 수행하는 데 매우 필요한 대목입니다. ‘장관 업무의 75%는 정치다’라는 대목은 국회 대책입니다. 장관이 법을 만들고, 예산을 배정받는 국회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업무 수행이 어려우니 장관의 국회 대책을 정리한 것입니다. 또 장관은 각종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도 인사에 소신을 지켜야 합니다. 그래야 조직을 장악할 수 있으니까요. 여기까지는 장관에 임명돼 최소한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조건입니다. 우리 경제를 책임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여기까지 조건은 갖췄다고 봅니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 성공하는 장관이 되기 위해서는 ‘여론의 흐름을 읽고 미래지향적으로 사고하라’는 조건이 필요합니다. 세계 여론이 모두 한국 경제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혼자서만 ‘아니다’라고 우기는 모습은 꼭 11년 전 IMF 외환위기 직전과 비슷해 불안합니다. 게다가 강 장관은 외환위기를 불러온 실무 책임자(차관)였으니까요. 더구나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면 차분하게 미래지향적 정책을 구상해도 시간이 모자랄 텐데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을 쏘다니는 ‘쌍팔연대식 쑈’를 하니 더욱 불안합니다.

또 장관이 되면 버릴 것은 빨리 버려야 합니다. 구시대적 사고방식은 물론 재산 문제에서 가족 문제까지. 특정 학교만 선호하거나 민원을 챙겨주는 버릇도 버려야 합니다. 현 정부 들어 이것을 몰라 낙마한 장관이 한둘이 아니지 않습니까.

마지막으로 장관의 이미지입니다. 국민과 시장에 신뢰를 줘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강 장관은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뢰는커녕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50인의 경제 관련 전문가 대다수가 지적하고 있습니다. 결국 강 장관은 임명의 조건은 충족했을지 모르지만 성공하는 장관의 조건에는 미달한 겁니다. 이건 임명권자도 어찌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번 호 Weekly경향에서 강 장관이 왜 ‘OUT’돼야 하는지, 그 대안은 누구인지 같이 고민해봅시다.

<원희복 편집장 wonhb@kyunghyang.com>

2008/10/28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