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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편지

지령 800호 단상

베이징 올림픽이 2008년 8월 8일 오후 8시에 개막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중국인의 유별난 8자에 대한 호감을 감안해 날짜와 시간을 택한 것이라고 하지요. 사실 동서양을 막론하고 8자는 심오하고 또 좋은 의미를 가진 숫자로 통하고 있습니다. 특히 종교에서 의미하는 8자는 매우 철학적입니다. 불교에서 8자는 신참자가 칠천계(七天界)를 지나 최종 도달하는 낙원과 재생, 부활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기독교에서 8자는 7일간의 단식과 참회를 끝내고 재출발하는 숫자로 다시 태어남을 의미합니다. 이슬람교에서는 8자가 무한대 표시를 옆으로 뉘여놓아서인지 재물이 무제한으로 들어오는 횡재수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동양철학에서는 우주 만물의 근원인 음양의 조화를 8괘로 표시했고, 이에 따라 결정되는 사람의 운명을 팔자라고 했습니다. 사방팔방 하면 우주의 전 방향을 가리키는 말로 통합니다. 보통 팔경(八景) 하면 그 고장의 대표 경치 8개를 꼽습니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8자는 별로 좋은 이미지로 다가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운명을 의미하는 ‘팔자’라는 단어도 활기보다 운명론적인 한숨과 어울립니다. 8자가 오뚜기 모양이어서 재기를 의미하는 숫자로 통용되기도 합니다. 경기도에 있는 육군 8사단은 흔히 ‘오뚜기 부대’로 통합니다. 부대 측은 어떠한 좌절에도 일어서는 불굴의 의지로 오뚜기 부대라고 하지만 사병들은 하도 훈련이 ‘빡세’ 손과 발이 다 달아 없어져 오뚜기가 됐다고 투덜댑니다.

흔히 구시대, 혼란시대를 표시하는 말로 ‘쌍팔년도’라는 표현을 씁니다. 쌍팔년도의 의미에도 여러 ‘학설’이 있지만 다수설은 단기 4288년, 즉 1955년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6·25 전쟁이 끝난 후 무법 질서가 판을 치던 혼돈의 시절을 의미하는 말로 통합니다.

‘the meaning of 8’이라는 뮤직비디오가 있습니다. 내용은 황량하게 죽은 비둘기를 묻는 장면에 음악도 음침하고 서러운 분위기입니다. 음반의 해설자는 카를 융의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죽음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했다나 어쨌다나 하는데… 솔직히 권할 만한 음악은 아닙니다.

어찌됐든 우리에게 8자는 그리 좋은 이미지로 다가오는 것 같지 않습니다. 8자형 사회, 2 대 8의 사회로 간다는 것도 중산층이 몰락하고 빈부의 격차가 극심한 양극화 사회를 의미하고 있습니다.

이 지령 800호를 맞았습니다. ‘뉴스메이커’라는 제호로 창간해 올 9월 현재 제호로 바꾼 것을 합한 것입니다. 16년간 쌓아온 나이테입니다. 그래서 8자를 강조하는 기획을 했습니다. 8자형 사회, 우리에게는 별로 좋은 의미는 아니지만 우리 현실을 냉철하게 진단하고 미래를 대비하자는 의미에서입니다. 그래야 활기찬 미래를 설계할 수 있으니까요. 이번 주 에서 8자형 사회의 현재만 보십시오. 그리고 미래는 8자의 또 다른 의미인 재출발, 재물의 무한대, 재생과 함께 하십시오.

<원희복 편집장 wonhb@kyunghyang.com>

2008/11/18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