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든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그 중에서 많은 사람이 지목하는 요인은 다름 아닌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일 것’이라는 점입니다. 당시 이 후보는 맨몸 하나로 건설회사에 입사해 30대 나이에 CEO를 지내며 셀러리맨의 신화, 경제부흥의 견인차라는 이미지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유권자는 “도덕적 문제가 있지만 국민경제 하나는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그에게 몰표를 줬을 겁니다.
그런데 경제의 거울이라고 할 수 있는 주가는 계속 추락하고 있습니다. 개미들은 이미 ‘악’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깡통을 찼습니다.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코스닥 지수도 500선이 붕괴했습니다. 코스닥 지수 500선이 붕괴한 것은 3년 만입니다. 물론 세계경기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우리만 호경기를 기대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의 불황이 꼭 세계경기 탓일까요. 수출은 잘된다고 하지 않습니까. 수출이 잘되는데 왜 주가는 폭락합니까. 진짜 이 대통령이 경제를 잘 살리고 있는데 실물경제가 뒷받침하지 못해서 주가가 폭락하는 겁니까. 그런데 왜 여당 내에서도 경제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경제학자들은 경제 수장을 갈아치우라고 성명을 냅니까.
정부는 8·21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수도권에 신도시를 건설하고 강남 재건축을 완화하고 세제 지원 등의 전형적인 건설업체 지원책이 고스란히 들어 있습니다. 몇 년 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할 당시 한 고위 공무원의 보고서를 슬쩍 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라는 것은 5~6년 주기로 부동산과 건설 관련 규제를 조였다가 풀었다가를 반복한 게 전부였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이번 부동산 대책이 그 수준이라면 여전히 구시대적 경제 운영이라고 비판받을 만합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번 부동산 대책이 부동산업자와 소수의 건설업자, 그리고 ‘강부자’(강남 부동산 부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누구는 부동산 투기를 유도해 미분양 아파트 문제를 해소하고 건설업계를 살리려는 조치라고 혹평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조치의 핵심인 재건축 규제 완화와 세제 개편은 강남 부동산 값 폭락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비아냥거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민 경제를 살리겠다’는 약속은 어디로 간 것입니까. 혹시 이 대통령은 지금도 자신이 현대건설 사장, 아니면 강남의 부동산 임대업자라고 착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호 뉴스메이커에서는 코스닥 CEO의 세계를 들여다봤습니다. 코스닥은 우리나라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과 미래에 도전하는 벤처기업의 가치를 평가한 것입니다. 아이디어와 실행력을 통해 거대한 부를 일군 그들의 면면과 명암은 분명 건설업과 부동산 임대업과는 다른 차원의 CEO 이야기입니다.
<원희복 편집장 wonhb@kyunghyang.com>
2008/09/02 (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