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이(YS) 최근 중환자실에 입원했다는 소식이다. 26세라는 최연소 의원 기록을 가진 YS는 누가 뭐래도 한국정치사의 산증인이다. 그는 23세에 정치에 입문한 이후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반대’하는 정치행위까지, 무려 52년간 정치를 한 셈이다.
한국 현대정치사의 거목중 또 한 사람이 바로 고 김대중 대통령(DJ)이다. 57년에 정치에 입문해 대통령까지 지내고 말년에 민주주의의 퇴행을 안타까워하다 2009년 서거했으니 근 42년간 정치를 한 것이다.
사실 YS가 노태우와 3당 합당을 하고, DJ도 김종필과 DJP연합을 통해 대통령이 됐지만 두 사람은 원천적으로 ‘야당인’이다. DJ는 물론, YS도 지난 대선에서 야당행보를 걸었다. 상도동(YS) 동교동(DJ)으로 상징되는 두 사람이 쓴 야당사는 우리 현대정치사 그것이다.
40년~50년 넘게 정치를 하다보니 그의 정치문하생은 수없이 많다. 아니 우리 현대 정치사에서 양김씨로부터 자유로운 정치인을 꼽는 편이 훨씬 빠를 것이다.
사진은 1987년 7월1일 통일민주당 김영삼 총재와 김대중 고문이 당사 현판을 걸고 박수를 치고 있는 모습이다. 전두환 정권의 정치풍토 쇄신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묶여 정치활동을 못하던 두 사람이 창당한 야당이 바로 이 통일민주당이다. 당시 두 사람은 ‘대통령중심 직선제개헌, 진정한 민주화와 평화적 정권교체, 선명하고 강력한 국민적 정당’에 합의해 이 통일민주당을 만들었다.
이 통일민주당은 6월 항쟁을 주도했고, 결국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이뤄냈다. YS와 DJ 두 사람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분열, 결국 87년 10월 DJ가 탈당했지만 말이다.
사진의 YS 오른쪽에서 박수를 치는 머리 벗겨진 사람이 ‘사무라이’라는 별명의 김영배 전 국회부의장이다. 그가 엇그제(4월 27일)별세했다는 소식이다. 사무라이라는 별명은 DJ의 지시로 정적을 제거하면서 붙여졌다. 그는 충청도 사람이지만 서울 양천구에서 6선을 거치며 DJ이외는 누구도 모시지 않은 DJ맨으로 기억되고 있다.
사진속 DJ 왼쪽에 있는 이중재 의원 역시 남다른 지조의 정치인이다. 사실 이중재 의원은 해방직후 남로당 정판사위폐사건 재판정에 ‘난입’할 정도로 패기있는 젊은 피였다. 그는 전남 출신이지만 DJ와 정치족보가 달랐다. 한때 DJ와 함께 평민당 부총재를 지내기도 했지만 결국 그는 YS와 함께 신한국당을 지켰다.
김영배·이중재 두 사람은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정치적 원류인 DJ와 YS와 함께 정치를 마무리했다. 이것이 정치에서 ‘의리’인지 ‘지조’인지 모르겠지만 야당인으로 손색없는 행보였다.
사진 속에서 YS의 두번째 뒷쪽 그러니까 통일민주당 현판에서 ‘일(一)’자 오른쪽에 머리와 눈만 보이는 사람이 바로 김무성 의원이다. 그는 당시 통일민주당 재정국장으로 이 당사를 마련한 장본인이다. 사실 서울 서부역 중림시장 언덕배기에 있는 중림동 당사는 정당 사무실로는 어울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생선냄새가 진동하는 시장바닥을 통과해야 하는 것이 곤혹스러웠다. 하지만 당시 김무성 국장은 전두환 정권의 방해를 피해 어렵게 이 당사를 마련했다.
‘돈 많은’ 김 국장은 이 당사를 마련한 공로로 YS의 신임을 받았다. 그리고 상도동 서열로 따지면 YS 3세로 자리잡았다. 김 국장은 이후 YS와 함께 승승장구, 청와대 민정·사정비서관을 거쳐 15대·16대·17대·18대 의원에 연속 당선됐다. 그는 낙천의 아픔을 겪고 지난 대선에서 사실상 대통령선거를 지휘,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 4월 보궐선거를 통해 당당히 원내에 복귀해 박근혜 정부의 최고 정치적 실세로 등장했다.
이중재 의원의 아들은 이종구 전 의원으로 새누리당 박근혜 대표 아래 의원을 했고, 김무성 의원과 마찬가지로 지난 총선에서 낙천했다. 그러고보니 YS·DJ의 정치 2세였던 김영배·이중재 의원과 달리 정치 3세들은 정치적 사부인 YS·DJ와 다른 길을 갔거나 가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정치적 지조나, 신념은 변하는 것 같다. 하기야 정치에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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