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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캡슐

허리를 감싸고 찐한 부르스…정치인과 여자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이 충격을 주고 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청와대 대변인이, 다른 때도 아니고 대통령 해외순방에 동행하면서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것은 세계적 망신거리이다.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과 정치적 책임과 생사를 같이 해야 한다. 사실 윤 전 대변인은 대권캠프 언론특보, 청와대 등을 자주 오고간 언론인이라기 보다 정치인에 가까운 사람이다. 


고위 공무원이나, 정치인이 일으키는 여자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문제는 동서양, 고금을 막론하고, 항상 논란거리다. 미국에서는 현직 대통령이 혼외정사로 사고를 치고, 유럽에서는 고위 정치인이 대놓고 스캔들을 벌이기도 한다. 혼외정사나 스캔들에 관대한 나라기에 망정이지 우리나라였으면 대통령직 하야 얘기까지 나오지 않았을까.


하지만 ‘사랑’은 일시적 스캔들로 끝날 수 있지만 ‘추행’은 범죄이다. 더구나 상대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지위, 즉 위력에 의한 추행은 더욱 악질적이다. 이번 사건처럼 청와대 고위 공직자와 임시직 인턴의 관계가 그것이다. 권력을 가진 정치인의 여자관계가 스캔들이냐, 범죄냐 논란이 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사진은 1960년 한 모임에서 초선의 박준규 의원(사진 왼쪽)과 박해충 의원(사진 오른쪽)이 나비넥타이를 메고 여성과 찐한 부르스를 추고 있는 모습이다. 같이 춤을 추는 여성이 한복을 입은 모습이 이채롭다. 현역 국회의원과 공개적으로 춤을 출 정도라면 상당한 ‘신식·엘리트 여성’으로 양장을 했을법 한데 한복을 입고 있다.


무엇보다 현직 국회의원이 이렇게 찐한 부르스를, 게다가 언론이 사진을 찍는데도 개의치 않는 것을 보면 굉장히 강심장이었던 것 같다. 요즘 국회의원이 이렇게 찐한 부르스를 추다가 들키면 스포츠신문이나 주간지 톱을 장식하고, 아마 종편은 며칠간 속보를 내보냈을 것이다. 당사자들은 최소한 국회윤리위에 회부되지 않았을까. 


박준규 의원은 1960년 당시만 해도 뭇 여인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당시로선 드문 미국유학 경력의 대학교수에 젊은 국회의원이니 말이다. 게다가 당시 박 의원은 별명이 ‘영국신사’일 정도로 세련됐다. 박해충 의원도 안동에서 잘생기고 유망한 젊은 정치인으로 꼽혔다.


찐한 부르스를 추던 박준규 의원은 이후 9선을 거치며 국회의장까지 승승장구했다. 9선은 YS(김영삼 전 대통령)와 같은 우리나라 국회의원 최다선 기록이다. 또 그는 3번의 국회의장을 지낸 진기록을 가지고 있다. 박해충 의원도 이후 5선을 기록했다.


잘 나가던 박준규 의원은 YS가 도입한 공직자 재산공개 결과 수십채의 집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그는 부동산 투기자로 몰려 국회의장직에서 물러났다. 여자문제가 아닌, 재산 문제로 정치권에서 퇴출된 것이다. 당시 박준규 의원(대구)과 사진속 박해충 의원(안동), 그리고 김영삼 의원(부산) 세 사람은 비슷한 또래로 정치권의 ‘영남 3총사’로 서로 친한 사이였다. 친구가 도입한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에 ‘유탄’을 맞은 것이다. 


사실 우리는 과거 정치인의 여자문제에 조금 관대했던 분위기였다. 이는 과거 중앙정보부가 유력 정치인의 여자관계를 수집해 선거때 흑색선전 자료로 활용했던 것도 한 원인이다. 여자관계가 드러난 야당 의원은 ‘정치보복’이라 주장했고, 국민들도 이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인물이던 모 인사는 야당의원 시절 정보기관이 뿌린 여자관계 문서로 선거에서 낙선했다. 요즘 국가정보기관이 인터넷에 댓글을 달다 정치개입 문제가 됐지만 과거엔 정보기관이 치졸한 일을 참 많이 했다.


하지만 요즘은 정치인의 여자문제가 엄격해 지는 추세이다. 술자리 성희롱성 발언이 큰 문제가 되기도 한다. 정치인의 여자 문제가 아무리 관대해도 명확한 기준이 있다. 권력과 금력에 의한 성희롱은 범죄라는 것이다. 성추행은 더 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