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복 기자의 타임캡슐(65)
막걸리 따르는 대통령
요즘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 속이 어수선하다. 물론 선거를 앞두고 공천 후유증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도대체 컨트롤타워가 없어 보인다. 세월호 참사에 대응하는 정부의 컨트롤타워 부재 만큼이나 야당도 컨츠롤타워가 난맥을 보이고 있다. 물론 3김씨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 놓여 있던 과거보다 당내 민주화가 이뤄졌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지난 12일 열린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서 김영환 의원은 당의 전략공천에 대해 “4선 국회의원으로 의원총회장에 앉아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나”면서 “당으로부터 저의 제명을 요청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비난했다. 전남도당위원장인 이윤석 의원은 김한길 안철수 두 공동대표에게 “당을 나가라”고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비공개 의총에서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다음과 같은 글을 읽었다. “김대중은 젊은 피를 수혈해 고름을 짜냈고 안철수는 생살을 찢고 피멍들게 한다. 김대중은 자기 팔을 잘라 당을 살렸고 안철수는 남의 팔다리를 잘라 당을 죽이고 있다. 김대중은 본선승리가 목적이었고 안철수는 공천승리가 목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신적 지주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현 안철수 공동대표의 정치적 행보를 참 절묘하면서도 신랄하게 빗대 비난하고 있다. 정 의원이 말한 김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로 가보자.
사진은 1968년 목포를 방문한 당시 신민당 유진오 총재가 노상 대폿집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모습이다. 옆에 앉은 사람은 박영록 당시 대변인이고, 오른쪽에서 노란 주전자에 담긴 막걸리를 따르는 사람이 김대중 의원이다.
자신의 지역구를 찾은 당 총재를 깍듯이 모시는 김 의원의 태도가 무척 겸손해 보인다. 게다가 제1야당 총재와 의원들이 허름한 노상 대폿집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모습은 정겹기까지 하다. 식탁을 보니 안주도 변변한 것이 없다.
김대중 의원의 이런 겸손한 태도를 바탕으로 5년 후 대통령 후보로 지명될 수 있었다.(실제는 종이가 없어 명함에 당직을 보장한다는 각서를 써줄 정도로 긴박하고 처절한 당내 세력게임의 결과 이지만) 선배들에게 대든 40대 기수론 깃발을 맨 처음 든 김영삼 의원은 선배로부터 ‘구상유취’하다는 소리를 듣다가 결국 대통령후보 지명에서 패배한 것과 대비된다.
물론 김대중 의원은 이후 죽음을 오가는 민주화 투쟁과 투옥, 그리고 ‘적과 동침’ 끝에 대통령이 됐다. 그리고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켜 노벨평화상까지 받는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고 있다.
사실 당 대표에게 ‘대드는’ 것도 문제이지만, 당 대표가 당원들을 가슴으로 껴안지 못하는 것이 더 문제이다. 특히 정치에서 당 대표, 정치선배들이 비난받는 이유는 정치를 가슴으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야당정치는 가슴이나, 열정, 의리보다 행정적이고, 사무적, 타산적이 되어 간다는 평가가 많다. 말로는 동지라 하지만 사진처럼 막걸리나 소주에 스민 인간적 정감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대표가 조금 수틀리면 대들게 되는 것이다.
결국 정치는 겸손한 마음과 자세로 상대를 가슴으로 껴안고, 상대의 마음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의 김대중 의원처럼 말이다. 그런데 지난 대선에서 우리는 소주나 막걸리를 마시지 않는, 게다가 가슴으로 상대를 껴안는 방법조차 모르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았다. 국민들은 그런 민낯을 지금 세월호 참사 수습과정에서 뒤늦게 발견하며 후회하는 것 같다.
흑~~~~휴~~~~통곡과 한숨소리만 길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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