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짜증나는 한 주였습니다. 물난리가 나고 고시원에 불이 나고. 게다가 북한까지 이산가족 상봉을 취소해 버린 한 주였습니다. 저는 거의 일주일 내내 재난보도·방송을 보며 안타까웠습니다. 언론은 “예고된 인재라느니, 3년 전에도 침수됐는데 또 당했다느니, 댐을 늘려야 하니 마니,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니 마니 등등” 매번 수해마다 반복되는 정말 짜증나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재난보도는 재난현장을 중계하는 것이 아니라 재난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겁니다. 재발방지책, 실패에서 얻는 교훈, 이게 중요합니다. 그런데 온통 재난현장 중계이고 지엽적인 관점에서 얘기를 하니 짜증이 나는 겁니다.
매년 반복되는 수해를 항구적으로 예방하는 방법을 알려드릴까요. 매우 간단합니다. 그것은 바로 복구를 않는 것입니다. 상습침수 지역은 애당초 마을 입지가 잘못된 것입니다. 비는 자연 그대로, 또 스스로 물길을 내면서 흐른 것입니다. 그 물길을 막고 콘크리트를 바르고 집을 지은 것은 바로 인간입니다.
따라서 100년 앞을 내다보고 침수대책을 세운다면 지금 침수된 곳은 복구하지 않고 집과 마을을 옮기는 것이 훨씬 현명합니다. 서울 같은 대도시는 다르지만 20여 가구 사는 강원 산골마을에 수백억 원, 수천억 원을 들여 배수펌프장과 제방을 쌓느니 조금 지대가 높은 곳에 아담한 공동주택을 지어 이주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입니다.
상대적으로 땅값이 싼 강원도 상습수해지역은 국가가 매입하면 됩니다. 더구나 산골에는 혼자 사는 노인이 많아 숨진 지 일주일 만에 시신이 발견되는 요즘 이런 방법은 농촌 노인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왜 위험한 강가나 계곡에 건축허가를 해줍니까. 그리고 매번 침수되는 것을 국민의 세금으로 보상해 줍니까.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우리의 이런 재난 보상시스템을 개혁해야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옵니다.
이런 짜증나는 일을 한방에 날려보낸 사람이 바로 야구선수 이승엽입니다. 이승엽은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려다 ‘대망신’을 당한 후 멋지게 재기에 성공한 인물입니다. 그도 지금 우리처럼 처절하게 망가진 자신을 극복했습니다.
그의 성공은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는 되풀이 않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는 것을 대표적으로 웅변하고 있습니다. 짜증나는 요즘 ‘뉴스메이커’를 통해 시원한 한방과 그 속에서 인생 재기의 교훈까지 얻으십시오.
<원희복 편집장 wonhb@kyunghyang.com>
2006/07/2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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