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이 절정이다. 요즘 졸업식은 ‘알몸 소동‘ ’집단 폭력’ 등 눈살을 찌푸리는 뒷풀이가 별로 없다고 한다. 하기야 졸업식장에 경찰을 배치해 살벌하게 만드니 그럴 것이다. 하지만 졸업식 뒷풀이가 조금 과하다고 학원내에 경찰을 동원시키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아무리 고교생이지만, 학교안에서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학원민주화도 소중한 교육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고교 졸업식은 교복을 찢거나 밀가루를 뒤집어 쓰기는 했지만, 그렇게 폭력적이지 않았다. 그 이유 중에는 아마 고교졸업은 곧 ‘사회인’이 되는 관문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진학률이 80%를 넘나드는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대학진학률이 낮았던 40~50년전 고교졸업식은 곧 ‘배움을 마치고’ 사회인이 되는 의식과 같았다. 교복을 찢는 것도 인생에서 ‘학생 끝’이라는 의식의 반영이었다. 그리고 나름 의젓하고 성숙한 생각도 많이 했다.
요즘 마이스터고 등 고교졸업장으로 당당히 취업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들중 상당수는 몇년안돼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에 진학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학벌을 중요시하는 고질적 사회 때문일 것이다. 사실 고등학교 졸업장으로 사회에서 성공하는 경우는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노무현 재단 제공
사진은 1966년 고 노무현 대통령이 고교 졸업 직후 모습이다. 가난했던 그는 상고를 다녔기 때문에 애당초 대학진학은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가난하고 공부 잘한 학생들은 장학금 제도가 많던 상고나, 공고를 많이 진학했다. 사진은 그 즈음, 청년 노무현이 고교 동창들과 부산 남포동 거리를 활보하는 사진이다. 검은색 장화를 신고, 바지에 양손을 찔러 넣은 것이 영락없는 졸업식을 마친 ‘껄렁껄렁한’ 10대이다.
상고를 졸업한 노 대통령은 잠시 회사에 취직했지만 한달 반만에 그만두고 고시공부를 시작했다. 상고 졸업장으로 세상에서 성공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리라. 그는 당시 책값과 생활비를 벌기위해 건설현장에서 노동일을 했다. 그 때 고교 동창이 술을 살 때면 “술 사줄 돈 있으면 차라리 공부할 책을 사다오”라고 말했다고 한다. 외모는 ‘껄렁한 10대’ 이지만 생각은 매우 찰지고 야무졌던 것이다.
이 야무진 청년은 군대에 갔다와 1975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그리고 판사, 변호사를 거쳐 정치인이 됐고, 마침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됐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고졸신화’ ‘인간 승리’ ‘감격적 삶’ 등의 찬사가 뒤따랐다. 비록 그는 스스로 목숨을 던진 마지막 길을 갔지만 여전히 우리 정치·사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대선 패배 원인을 놓고 야당에서는 지금 ‘노짱’ 논란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그런 정치적 논란보다 진정 그에게 본받아야 할 것은 ‘젊음과 고생’, ‘쉼없는 노력’ ‘신념의 길’ 등이 아닐까 한다. 얼마전 이명박 대통령이 마에스터고 졸업식에 참석해 치사를 했다. 만약 고 노 대통령이 고교 졸업식에 참석해 치사를 했다면 무슨 내용이었을까. 아마 이 한장의 사진이 그 치사 내용을 설명하고 있지 않을까. 바로 “고졸 청년이여, 희망과 용기를 가지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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