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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캡슐

박근혜 당선인, ‘부친에게 교훈 얻어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단행한 청와대 개편에 대해 말이 많다. 특히 청와대 경호실장을 장관급으로 격상시키고 청와대를 비서실장, 경호실장, 안보실장 3두 마차 체계로 운영키로 한 대목이 논란거리다. 사실 대통령 경호실은 축소되는 추세였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차관급으로, 이명박 정부에선 아예 비서실에 통합해 운영했다. 


그래서 박 당선인이 청와대 경호실이 15년 만에 장관급으로 격상시킨 것은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라는 지적이 많다. 당장 야당은 “청와대 기능과 권한을 축소한다고 해 놓고, 경호처장을 장관급인 실장으로 격상시킨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경호실과 경찰청이 수직적인 관계가 돼 무소불위의 경호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1962년쯤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의 모습이다. 군복에 별 넷 대장 계급장이 선명하다. 그 뒤에는 박종규 최고회의 의장 경호대장, 그 오른쪽 조금 피곤한 모습으로 앉아있는 사람이 이후락 최고회의 공보실장이다. 박 의장 옆에는 아마 최고회의 부의장 아닌가 생각된다. 


박종규 대위는 민정이양 이후 경호실장으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 ‘피스톨 박’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했던 그는 군 별자리들 ‘조인트’(정강이)를 발로 차는 것은 물론, 장관 얼굴까지 후려갈겨길 정도였다. 얻어맞은 장관은 ‘찍소리’도 못하고 안대를 낀채 대통령 보고를 했다고 한다. 경호실 예산을 깎은 총무처 차관이 경호실로 끌려가 10여분간 구타를 당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오른쪽 이 공보실장은 육군 소장에서 예편한 후 최고회의 공보실장을 지내고, 박 대통령 초대 비서실장이 됐다. 이 비서실장은 삼국지의 제갈량과 조조를 합한 지략가로 ‘제갈 조조’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빠른 두뇌회전으로 지금의 정수장학회와 영남대학교 등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이렇게 막강한 박종규 경호실장과 지략가 이후락 비서실장, 그리고 친척이자 동지인 김종필 중앙정보부장 3인이 이 시대 최고 실세였다. 이 비선라인은 공식 라인인 총리나, 내각의 국무회의, 당과 국회 등을 누르고, 사실상 박정희 시대 18년을 지배했다. 이 비선라인 주인은 서로 견제하고, 심지어 총을 들고 싸우다 죽이기까지 했다. 이 3인의 파워게임에서 밀려난 중앙정보부장은 미국으로 망명했다가 프랑스에서 살해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문제가 많았던 것은 차지철 경호실장이다. 10·26의 비극은 바로 이 3인중 경호실장과 중정부장의 암투에서 비롯됐다. 그래서인가, 이번 청와대 개편에 대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박정희 대통령께서 시해당한 것도 말년에 경호실장한테 그 임무에 훨씬 벗어나는 힘을 줬던 게 아닌가 이렇게 볼 수 있고, 그런 것이 역사의 교훈”이라고 말했다.


물론 박근혜 당선자가 청와대 권력을 경호실장, 비서실장, 안보실장 3두 마차 체계로 운영하겠다고 한 것은 부친의 시대와는 분명 다를 것이다. 하지만 박 당선인이 법적 공식라인이 아닌, 비선라인을 선호하는 것은 부친과 일면 유사하다. 3두마차 권력분점이 가져온 비극, 다른 사람도 아닌 박 당선인은 그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