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막장’이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막장드라마에서 막장경찰, 막장국회까지. 오죽했으면 석탄공사 사장이 “막장이라는 표현을 자제해달라”고 애원했겠습니까. 탄광 갱도의 끝으로 광석(희망)을 캐는 장소인 막장은 요즘 ‘갈 데까지 다 간’이라는 부정적 의미로 쓰입니다. 요즘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사법부까지 막장에 이른 분위기입니다. 이젠 막장사회를 넘어 처음과 끝, 진실이 뒤집힌 적반하장 사회로 치닫는 느낌입니다.
세상이 막장으로 치닫는 과정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일을 추진하다 보면 능력이 모자랐건, 운대가 맞지 않았거나 간에 실수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 실수를 인정하고 교훈으로 삼으면 괜찮은데 ‘문제아’는 사안을 완전히 망가뜨려 결국 막장에 이르게 합니다. ‘문제아’는 일이 꼬이면 자신에게 실수가 없다고 변명합니다. 그러다 나중에는 오히려 충고하는 사람을 비난합니다. 마지막에는 거꾸로 충고하는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죠. 이쯤 되면 막장을 넘어 적반하장에 이른 겁니다.
우리 경제가, 우리 사회가 바로 그꼴입니다. MB정부 첫 경제사령탑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여 년 전 IMF 외환위기를 불러온 장본인으로 통합니다. 뒤를 이은 윤증현 장관은 2004년 카드대란의 책임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사람은 과거 우리 경제를 막장으로 내몬 장본인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앞서 예처럼 반성하거나 과거에서 교훈을 얻으려 하지 않습니다. 강만수씨는 퇴임 기자간담회에서도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고 강변했다고 합니다. 강만수씨의 이런 고집은 ‘나는 전적으로 진리다’라는 일종의 종교적 신념도 한몫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소망교회 신도입니다. 그들이 다시 국정 운영의 전면에 등장하자 경제는 IMF 당시로 돌아갔습니다. 참 ‘솔직한’ 시장 반응입니다. 그래도 이들은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기보다 외부 탓만 하고 있습니다. 많은 경제학자는 불황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전투에서 공격 개시가 신호도 울리지 않았다는 겁니다. 지금은 일종의 공격 준비 사격 단계입니다. 모두 참호 속에서 ‘D데이 H아워’ 본 전투에 대비해야 합니다.
이렇게 참호 속에서 버티게 하는 힘은 “내일이면 좋아진다”는 희망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암울합니다. 막장을 넘어 적반하장 기미까지 보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기업을 자기 마음대로 주무르다 퇴출된 ‘불량 기업인’이 요즘 슬금슬금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수많은 근로자의 피눈물을 흘리게 했으며 국가 경제에 큰 손실을 준 그들이 등장하려 합니다. 이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메운 추징금도 내지 않으며 특급호텔을 전전하고 호의호식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정치권과 교회 등 서로 교묘한 끈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이번 호 Weekly경향에서는 우리 서민이 막장사회에서 살아남는 생존술을 알려드립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를 막장에 이르게 한 것도 모자라 가치전도의 적반하장 사회로 끌고 가려는 그들의 추악한 기도와 그 면면을 고발합니다. 범죄의 종합판 격인 이들은 싹이 나오기 전에 잘라야 합니다. 최소한의 양심 사회, 우리가 지켜야 합니다.
<원희복 편집장 wonhb@kyunghyang.com>
2009/03/1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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