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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편지

정치인의 가동연한

 

법률 용어로 ‘가동연한’이라는게 있습니다. 일을 해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시기를 뜻하는데, 소득연한이라고도 합니다. 보통 정년과 같은 의미로 쓰이고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중요한 척도가 됩니다. 현재 판례상 술집 종업원은 35세, 프로야구 선수는 40세, 소설가는 65세고 변호사와 목사가 가장 긴 70세입니다.

그러면 정치인의 가동연한은 얼마일까요. 기자는 오래전 이런 주제를 가지고 기획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정치인의 정년’을 따져보기 위해서죠. 당시 기자는 보험회사, 손해사정인,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취재하며 정치인의 가동연한을 산정했습니다. 그때 관련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인정한 것이 정치인의 가동연한은 목사보다 짧을 것이라는 겁니다. 왜냐하면 지역구를 관리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국회에서 몸싸움도 해야 하는 육체노동자적 성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책임질 일도 없으니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다는 점에서 소설가보다는 ‘장수’할 것입니다. 따라서 정치인의 가동연한은 변호사보다 짧고 소설가보다 긴 67~68세가 타당하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물론 정치인에게 가동연한, 즉 정년을 정하는 것은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헌입니다.

현 정부는 매우 중요한 당(정당)·정(정부)·청(청와대)·언(언론) 4개 기구의 수장이 70대를 넘거나 70세 가까운 인물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만으로 71세, 한승수 국무총리는 73세, 정정길 청와대 대통령실장은 67세,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72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님으로, ‘상왕’으로 통하는 이상득 의원도 74세입니다.

대부분 앞서 따져봤던 ‘정치인의 가동연한’이 끝난 인물입니다. 사실 정치에서 가동연한, 즉 생물학적 나이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복잡한 국정 운영에 이런 분들의 노련한 경륜이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나이 들고 공부도 게을리해 ‘실제적 가동연한이 끝난 인물’은 곤란하지요. 실제적 가동연한이 끝난 사람의 특징을 아십니까. 첫 번째는 요즘 ‘젊은것들’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우리 때는…”을 입에 달고 살며 자신의 한창 시절인 20~30년 전을 그리워합니다. 달라진 세상이 오히려 불편하고 과거의 규율과 제도가 편합니다. 두 번째는 주위의 충고를 잘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근 70평생 쌓인 습관이기도 하지만 ‘성공한 과거’를 가진 노인일수록 더욱 자신의 신념을 고수합니다. 세 번째는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겁이 없다는 겁니다. “살 만큼 살았으니…”라는 생각에 두려움이 없습니다. 두려움이 없으니 거침이 없습니다. 그래서 노욕(老慾)이 무섭다는 겁니다.

74세인 이상득 의원이 최근 “나잇값을 하겠다”며 광폭 행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국회에서 날치기와 몸싸움이 재연됐습니다. 나잇값의 결과가 이것인가요.

<원희복 편집장 wonhb@kyunghyang.com>

 2009/03/10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