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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편지

진정한 선지자(先知者)의 시대

인간이 복수로 생활한 이래, 아니 창세 이래 집단의 리더는 있어 왔습니다. 정치인류학적으로 초기 인류 집단의 리더는 힘보다 목소리가 큰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맹수로부터 위험을 큰 소리로 ‘미리’ 알려주는 경보 기능을 해야 했기 때문이지요. ‘미리 알린다’는 ‘조기 경보’ 기능은 다시 말해 미래를 예측하는 것으로 이것은 리더로서 매우 기본적인 자격 요건입니다.

고대 지도자로 통했던 선지자(先知者)도 ‘미래를 보는 사람’이라는 의미 아닙니까. 내일을 알 수 없는 인간의 불안과 조금이라도 미래를 엿보고 대비하려는 심리 탓이겠지요. 이런 인간 심리가 선지자를 찾습니다. 특히 역사를 보면 난세일수록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더욱 선지자를 요구하고 또 등장합니다.

이 인간 심리와 이를 통한 지도자의 자격 요건은 수천, 수만 년이 지난 지금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과거에는 언제 맹수가 습격할지, 언제 일식이 있을지 경보하고 예측했다면 지금은 국제관계와 경제 상황을 예상하고 현 사회 문제의 전개 양상을 분석해 ‘조기 경보’ 혹은 대비하는 능력으로 바뀐 것이 다를 뿐입니다. 리더가 큰 나무에 올라가 맹수가 오는지 둘러보거나 한밤에 별자리를 관찰하는 시대가 아니라 슈퍼컴퓨터를 갖춘 정치·경제·사회·과학 전문가의 협조를 통해 판단하는 것이지요.

이번 호 Weekly경향은 설 특집호입니다. 매년 정초면 적잖은 사람이 토정비결을 봅니다. 특히 요즘에는 점이나 사주팔자를 보는 사람, 비공식적으로 국운을 예측하는 소위 비기서가 유난히 많습니다. 그래서 Weekly경향은 그 이유를 하나하나 따져봤습니다. 또 역사적으로 알려진 소위 예언서를 하나하나 검증했습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토정비결의 실체를 추적했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예언서의 공통점은 세상이 어지럽고 미래가 불확실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더군요. 소위 지도자가 못해주는 부분을 스스로 찾아 조금이라도 미래를 엿보기 위함이지요.

사실 요즘 구속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미네르바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에게 ‘인터넷 경제대통령’이라는 별명을 붙인 이유가 무엇입니까. 미네르바는 정부가 인수하려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기가 막히게 예측했고, 많은 사람이 알고 싶어 하던 주가 하락과 환율 폭등을 비교적 정확히 ‘예측하고 경보’한 선지자였기 때문이 아닌가요. ‘합법적인 지도자’가 주식을 사면 돈을 번다고 했을 때 미네르바는 주식은 더 떨어진다고 예측했고, 결과적으로 미네르바의 예측이 맞았기 때문이지요. 바로 그것이 인간의 심리이고 자연스러운 통치술입니다. 그것을 별자리로 미래를 예측하던 때처럼 ‘당장 하옥시켜라!’라는 시대착오적 방식으로 해결될지 의문입니다.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모두 힘들고 고통스러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사노라면 언젠가는~”노래를 부르며 버텨봅시다. 그리고 합법적 지도자가 진정한 선지자가 되는 시대를 기원해봅니다.

<원희복 편집장 wonhb@kyunghyang.com>

2009/02/03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