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김종필, 80~90년대 박태준·김윤환, 2000년대 다시 김종필, 2004년 문희상…. 대부분 한때 권력의 심장부에서 권력의 맛을 풍미했던 인사입니다. 직책은 바로 한일의원연맹 한국 측 회장입니다. 박정희 정권 시절 자타가 공인한 제2인자인 김종필 의원이 이 모임의 회장을 지냈고, 전두환·노태우 시절에는 민정당 개국공신으로 일본통이며 포철신화를 일군 박태준 회장이 회장을 지냈습니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세 번이나 대통령을 만들어 킹메이커로 이름을 날린 김윤환 의원이,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소위 DJP연대로 정권 창출의 동반자인 김종필 의원이 두 번째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지냈습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역시 개국공신으로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의원이 회장을 맡았습니다.
한일의원연맹은 한국 측 의원 190여 명, 일본 측 의원 300여 명 등이 모인 일종의 의원 친목단체지만 그 위상은 뛰어난 개국공신, 혹은 정권의 2인자가 맡았습니다. 일본에서도 일한의원연맹 회장은 총리를 지낸 정치인이 맡는 것이 관례고 사실 우리도 한일의원연맹 회장은 정치적으로 총리급 대우를 합니다.
바로 그 한일의원연맹 회장에 11월 11일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뽑혔습니다. 이상득 의원은 몇 개월 전 한일의원연맹 회장으로 거론되자 “(주위 사람이 그런 얘기를 하지만) 나 스스로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슬그머니 취임했습니다.
사실 정치권에서는 지난 총선 공천부터, 그리고 조각과 청와대 비서진 임명은 물론 공공기관 인사 과정에서 ‘모든 것은 형을 통한다’는 만사형통(萬事兄通)이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요즘에는 한 술 더 떠 이 의원의 지역구인 영일만을 따와 ‘영일대군’으로 부르더군요. 그런데 자중해야 할 영일대군의 위세는 점점 하늘을 찌를 듯합니다.
울릉군까지 합쳐 인구 26만7000여 명으로 서울 관악구의 절반도 안 되는 지역구에 무려 1000억 원이나 되는 사회간접자원 예산을 배정받았다고 하더군요. 시장, 시의회 의장, 인근 지역구 국회의원이 모여 ‘물좋다’ ‘노났다’며 희희낙락합니다. 심지어 2조 원 가까이 들여 우리나라 지도의 토끼 꼬리에 해당하는 호미곳에 방파제를 쌓아 영일만을 잇겠다는 구상까지 발표하는 등 난리도 아닙니다.
물론 이것은 지역구 활동에 충실한 영일대군의 노력 때문일 수도 있고, 정부부처가 알아서 긴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체가 부도나 가장은 실직해 거리로 나앉고 카드 빚에 딸자식을 죽이는 것이 현실입니다. 자치단체마다 복지예산을 줄이는 눈물겨운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영일대군의 고향은 정녕 그래야 할까요.
이번 호 에서 현직 대통령의 형이며 만사형통의 주인공인 이상득 의원의 진면목을 보십시오. 그리고 이제 10개월밖에 안 된 이 정부의 싹수도 같이 보십시오.
<원희복 편집장 wonhb@kyunghyang.com>
2008/12/09 (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