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권위주의 시절 청와대 비서실은 권력 그 자체였습니다. 흔히 “권력은 거리에서 나온다”라며 최고 권력자를 얼마나 가까이에 모시느냐가 권력의 척도인 적이 있습니다. 물론 정도는 많이 완화됐지만 이 격언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참모 조직입니다. 정책을 실행하는 조직이 아닙니다. 정책은 장관이 각 부처에서 하는 것이지 대통령실은 아무런 실권이 없습니다. 실권이 없으니 책임도 없습니다. 그럼 수백여 명의 인재가 모인 대통령실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대통령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조언자 기능을 해야 합니다. 많은 학자와 청와대 경험자의 말을 종합하면 대통령실의 역할은 ‘조정과 소통’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조정과 소통이 잘 되고 있느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출범 4개월 만에 바뀐 이명박 대통령의 대통령실은 여전히 부실합니다. 정치적으로 엇박자가 나고 경제적으로 대통령은 계속 헛발언을 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170명이 넘는 거대 여당 대표라는 사람은 몽니를 부려도 정무비서관은 보이지 않습니다. 경제 쪽에는 지식경제부 장관과 금감위원장은 보이지 않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고집만 있습니다.
노동부 장관이 월급 80만 원도 안 되는 아파트 경비원과 비정규직의 등골을 빼는 최저임금법과 비정규직법을 개정하자고 나서고, 환경부 장관이 환경 훼손이 뻔한 운하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해도 사회정책수석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교과서나 학원 문제에서 보듯 총제적으로 10년 전으로 아니 그보다 훨씬 전인 30년 전 독재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도 대통령은 사오정처럼 귀를 닫고 있습니다. 소통의 문제는 촛불집회 명박산성에서 아니 언론대책에서 보듯이 오불관언, 심지어 우의독경 식 마이웨이만 계속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지금 대통령실이 제 역할을 하고나 있는 것입니까. 최소한 기능인 조정이나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요즘에는 보수 언론까지 나서 대통령실 개편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이 무엇을 잘못 하고 있다고 친절하게 표까지 만들어 제시하더군요. 그런데도 이동관 대변인은 ‘추측성 보도’라며 “청와대 조직 개편, 특히 누가 웃을까 쓰지 마세요,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요”라고 하더군요. 지금 대통령실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기사를 쓰는 것 자체가 웃긴다는 얘기인 것 같은데 정말 심각한 불감증입니다.
하지만 우리 언론도 한고집 합니다. ‘고칠 때까지 조지는 것’이 기자 근성 아닙니까. 이동관 대변인이 ‘웃긴다는 기사’를 커버스토리로 담아봤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웃기는 청와대입니다. 하지만 청와대가 2%의 강부자를 웃기는 사이, 98%의 국민은 울고 있습니다. 아마 사오정 같은 청와대는 그 울음 소리를 듣지, 아니 들으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원희복 편집장 wonhb@kyunghyang.com>
2008/12/23 (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