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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탑

"3권분립이 기가막혀" 요즘 중학교 사회책에 나올 만한 3권분립 원칙을 놓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노무현 대통령이 국회가 의결한 특검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자 거대 야당 대표가 단식에 들어갔다. 국회는 "대의민주주의와 권력분립 원칙을 뒤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발끈하고, 대통령은 "거부권은 3권분립 원칙에 의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맞서고 있다. 아예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이라도 요구하면 명확히 가려지겠지만 지금 행정부와 국회는 '정치적' 대결을 벌이고 있어 쉽게, 또 명확하게 판가름나지 않을 전망이다. 사실 요즘 국회의 권능은 가히 무소불위에 가까울 정도다.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을 갈아치운 데 이어 감사원장도 국회 임명동의안 문턱을 넘지 못했다. 최근 대통령은 개혁입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각당 정책위의장을 청와대에 .. 더보기
첫 단추 잘못 꿴 소방방재청 재난관리 체계를 일원화하기 위한 소방방재청이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다. 지난 2월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이후 대통령은 재난관리 시스템 정비를 국정운영의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국회도 재난대책을 마련하라고 대정부 결의안까지 냈으며, 언론도 재난관리 시스템의 후진성을 지적하며 부산을 떨었다.그러나 정작 만들어 놓은 재난관리 시스템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는 듯하다. 언론이야 원래 냄비기질이 있다지만 정부가 만든 소방방재청 진행 과정을 지켜보면 실망스럽다 못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이 정도 역량을 가진 행정자치부가 앞으로 이어질 정부조직 개편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인지에 회의까지 든다. 그 이유는 소방방재청을 만들면서 왜 재난관리 시스템을 일원화해야 하는가 하는 본질적 문제는 사라지고 조직 이기주.. 더보기
우리 시대의 마키아벨리 흔히 '마키아벨리' 혹은 '마키아벨리즘' 하면 목적을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권모술수정치를 일컫는 말로 통용된다. 마키아벨리처럼 철저하게 '악의 화신'으로 전락한 정치인도 드물 것이다. 그는 수백년간 모든 악의 근원이며 음흉한 정치의 상징으로 인식됐다. 로마교황청은 마키아벨리의 모든 저서를 금서로 지정했을 정도다.요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일부계층의 행태도 이와 유사한 느낌이다. 야당과 일부 언론, 극우단체는 노대통령을 모든 국가위기의 원인 제공자이며 혼란의 화신으로 규정하고 있는 듯하다. 사실 노정권이 보여주는 국정운영 행태는 과거 사고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이해하기 어렵다. 청와대라는 권력의 핵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한 통제력에 익숙한 사람에게 지금은 국정난맥으로 보일 수 있다. 그동안 학맥과 .. 더보기
가장 숭고한 행정서비스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숭고한 일을 꼽으라면 단연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일 것이다. 더구나 그 숭고한 일이 자신의 희생을 통해 이뤄진 것이라면 그것은 숭고함을 넘어 진한 감동까지 준다.한 철도원이 위험에 처한 어린아이를 구하고 두 다리를 잃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됐다고 하지만 그는 영원히 불구로 살아야 할 것이다. 국민은 공무원인 그의 희생에 감동을 느끼며 그동안 낸 세금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대통령과 총리가 그를 위로하고 각계의 성원이 몰려들고 있다. 또 한편의 철도원들이 있다. 58명은 파면됐고, 21명이 해임되는 등 133명이 중징계를 받았다. 8,648명은 징계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실에서 농성중인 이들의 징계사유는 불법파업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 더보기
참여정부 '참여의 위기' 사회변동기에는 각종 단체의 집단적 요구가 크게 늘어난다. 특히 권위주의 체제에서 민주화로 옮아갈 때에는 참여요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권위주의 체제에서 억눌렸던 욕구와 주장이 일시에 분출되기 때문이다.이들의 참여요구를 수용할 정당이나 국회, 행정같은 제도화된 시스템이 불충분하면 위기 증후군이 나타난다. 이를 가리켜 정치학에서는 '참여의 위기'라고 부른다. 지금 참여정부는 각종 시민.사회.이익단체의 폭발적인 참여요구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파업, 새만금 방조제를 둘러싼 환경.사회단체의 요구,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대한 전교조의 반발이 계속되지만 이를 수용할 관료는 여전히 보수적이고 정당은 지리멸렬하고 있다. 참여정부가 바로 참여의 위기를 맞는 상황이다. 더구나 참여를 요구하는 측.. 더보기
재난총괄부서의 '적재적소' 새 밀레니엄으로 한창 희망이 부풀어 있을 때인 2000년 한국행정학회가 주최한 동계세미나 주제는 의외로 '행정학의 위기'였다. 그때 한 교수는 "행정학은 정부와 기업 모두에서 외면받고 있다"고 토로했다.2001년 7월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국제행정학회(IIAS) 제25차 총회에 참가한 공무원과 행정학자들은 "전세계적으로 공무원제도는 중요한 변화와 개혁의 소용돌이 속에 놓여 있다"며 "일방적인 행정비용 절감이 행정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는 데 공감했다. 지금까지 정부를 지탱했던 행정학과 공무원제도는 이제 근본적인 변화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공무원 스스로 초래한 요인이 많다. 특히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행정시스템, 변화를 거부하고 경쟁을 회피하려는 공무원, 전문성을 키우지.. 더보기
'리틀 盧'와 '김두관' 리틀 노(盧). 스타일이나 생각, 요즘 즐겨쓰는 표현으로 코드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같다고 해서 김두관(金斗官) 행정자치부 장관에 붙여진 별명이다. 김장관은 44세에 행정의 책임장관으로 발탁돼 언론의 화려한 주목을 받았다. 김장관의 행보는 노대통령 국정운영의 작은 척도라 할 정도로 상징성을 띠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실제 김장관과 노대통령을 비교적 가까이 지켜본 기자가 볼 때 두 사람은 비슷한 점이 많다. 2000년 노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청와대 업무보고를 앞두고 보고내용을 기자에게 브리핑하는 자리였다. 당시 노장관은 TV카메라용으로 30초간만 별도 멘트를 해달라는 방송기자의 요구에 응하면서 '다시'를 연발했다. 웬만하면 넘어가도 될 것을 "발음이 꼬였다" "시선이 밑으로 갔다"며 무려 8번.. 더보기
지하철은 안전하다 지난주 기자는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대구에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지하철공사, 앞뒤 못가리는 사고대책본부, 한 건 하려는 조급한 경찰, 슬픔을 속으로 감내하지 못하는 유족, 그리고 수백명의 기자가 뒤엉켜 있었다.이들은 마치 토머스 홉스가 말한 그 자연상태속에서 '만인(萬人)의 죄와 만인의 결백'을 서로 입증하기 위해 눈에 핏발을 세우며 처절하게 투쟁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지하철은 천하에 몹쓸 ×'이라는 결론과 관련자 10여명을 사법처리하는 '전리품'에 만족하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또 일상을 맞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친다면 지금까지 해 온 일은 한풀이식 마녀사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번 사고의 대가는 냉정하고도 정교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 더보기
삼고초려의 본뜻 요즘 공무원 사회에서 화제 1순위는 고건(高建) 총리 내정자다.고 총리내정자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전남지사와 청와대 정무2비서관(지금의 행정비서관)을 지냈고, 최규하 대통령때는 정무수석비서관, 전두환 대통령 밑에서는 교통.농수산.내무부장관을 지냈다. 또 노태우 대통령 아래서 관선 서울시장, 김영삼 대통령 당시에는 국무총리로 국정을 운영했다. 여기에 김대중 대통령에게서 공천장을 받아 민선 서울시장, 이번에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로부터 또 총리내정자로 지명됐다. 한 사람이 무려 7명의 대통령과 얼굴을 맞대고 국정을 논한다는 것은 거의 '환상적' 경력이다. 그것도 헌정중단과 과거 정권과 차별화가 극심했던 난세의 우리 정치사에서 말이다. 흔히 그를 '달인'이라고 하지만 이 정도면 달인 수준을 넘어 거의 '신(神.. 더보기
沒역사적 시대구분 역사학에서 "모든 역사연구의 노력은 시대구분에 귀착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시대구분은 각 시대의 성격과 특징, 역사 발전의 합법칙성을 규명한다는 점에서 역사학에선 매우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그래서인지 몰라도 우리 위정자들은 시대구분에 매우 민감했다. 현대사만 해도 얼마전까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5공화국, 6공화국 등으로 시대구분을 했다. 모두 과거 정권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그렇게 했을 것이다. 공화제 시행이 200년이 넘는 프랑스도 아직 5공화국인데 50년도 안된 우리가 6공화국인 것은 사실 문제였다. 이는 역사학자는 물론 최소한 헌법학자의 자문도 없이 마구잡이로 전 정권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려 했기 때문이다. 위정자들은 '문민정부' 혹은 '국민의 정부'라는 다소 애매한 방법으로 과거와 다르다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