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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편지

‘제철 만난’ 대한민국 보수세력

북핵실험이 세계를 흔들고 있습니다. 북한 핵실험 성공의 진위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만 위기국면인 것은 사실입니다. 사실 한반도는 1953년 불안정한 휴전협정으로 여러 번 위기국면을 맞았지만 이번은 최악 수준으로 보입니다.

요즘 언론보도를 보면 북한 핵실험으로 유엔의 대북 제재, 나아가 군사적 대응까지 별의별 시나리오가 나옵니다. 이런 주장, 저런 주장 물론 다 논리도 있고 이유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일본·러시아·중국이 뭐라고 하든 가장 중요한 가치는 한반도에서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이것보다 최우선하는 가치가 있으면 나와보십시오. 한반도가 다시 전장(戰場)이 된다면 우리 민족의 장래는 그것으로 끝이기 때문입니다. 통일 방법론에 있어서 동·서독의 평화적 방식을 택할 것인가 베트남처럼 무력에 의한 방법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결론은 자명합니다. 이미 헌법에도 ‘평화적 통일의 사명’을 명시하는 등 평화통일은 국민적으로 합의된 가치입니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은 우리 군산에서 F15E기가, 오산 미 비행장에서 스텔스가 발진해 북한 군사기지를 파괴하는 그래픽을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CNN을 통해 이라크 전쟁을 중계방송 보듯 하지만 우리는 6·25 전쟁을 통해 민족적 비극을 뼈저리게 경험한 당사자입니다. 기자협회는 북한 전문가와 언론학자의 말을 빌려 국내 언론이 지나치게 안보위기론을 조장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10월 10일에는 그래도 배웠다는 사람 100명이 모여 “한반도 평화선언을 할 경우 한·미동맹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를 통해 대한민국의 적화 멸망을 초래할 수 있다”며 “모든 수단을 다해 김정일 폭력정권을 종식시켜야 하고 그 과정상의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는 섬뜩한 시국선언을 발표했습니다.

한반도에서 전쟁 재발을 막는 선언이 왜 대한민국이 멸망하는 길인지 이해할 수 없지만 북한과 전쟁을 불사하라니 이 무슨 섬뜩한 얘기입니까. 대북 포용정책이 북한 핵개발을 불러왔다는 논리의 적절성은 둘째치고 무엇이 최소한의 국익인지는 따져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어떻든 이번 북한의 핵실험은 보수단체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낡은 축음기에 등장할 법한 잊혀진 사람까지 궐기 대열에 등장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그 실체는 더욱 선명해 보입니다. 이번주 뉴스메이커를 통해 ‘제철 만난’ 대한민국 보수세력의 실체를 보십시오.

<원희복 편집장 wonhb@kyunghyang.com>

2006/10/1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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