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갈등의 시대입니다. 그 잘 나가는 사람이 모여 있다는 법원과 검찰, 변호사끼리도 싸우고 난리입니다. 물론 다 국민을 위한다고 합니다만 정말 그러길 빌어야지요.
그것보다 시급한 것은 당장 입에 풀칠하는 문제입니다. 대기업은 수출이 잘돼 달러가 쌓이고 중소기업은 급전 마련에 부산합니다. 한쪽에선 가짜 고가 명품에 사기를 당했느냐 난리고 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할 이웃은 늘어갑니다. 주변을 보면 있는 사람은 베풀기에 인색하고 배고픈 사람은 악다구니만 늘어가는 느낌입니다. 빈부의 양극화 문제는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사고의 양극화, 다시 말하면 이념의 양극화 문제입니다. 이 문제 역시 하루이틀 된 문제가 아니지만 요즘 양상을 보면 최소한의 국익도 없어 보입니다. 신문지면을 보고 있으면 지금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지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그 밑에 실린 의견광고 내용이나 문구를 보면 거의 ‘막가는’ 수준입니다.
이들은 최소한의 예의는커녕, 논리도, 어제와 오늘이라는 역사도 없고 단지 비난을 위한 비난만 있는 것 같습니다. 이들에겐 토론도, 설득도, 상대의 입장을 들어보려는 최소한의 마음가짐도 없어 보입니다.
최소한의 통합기능이 상실된 사회로 치닫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시대 각 부문의 대표적 갈등을 사람을 통해 풀어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잠시만이라도 흥분을 가라앉히고 서로의 주장을 들어보기 위함입니다. 특히 대척점에 있는 두 사람을 통해 현재의 갈등을 분석한 것은 같은 시대를 산 두 사람이 어떤 이유로 정반대의 주장을 하게 됐는지 추적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입니다.
무엇보다 이런 시도를 통해 두 주장이, 두 사람이 수렴하고 이해할 길을 찾는다면 더 없이 의미있는 일이겠지요. 우리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뒀습니다.
사실 이번호는 추석 합본호입니다. 가을은 풍요의 계절이며 모두 넉넉하고 또 관용을 베푸는 시기입니다. 추석은 둥근 보름달처럼 화합하는 날입니다. 딱딱한 주제이지만 잠시만이라도 상대를 이해하려는 여유와 관용을 가지고 읽어보면 고맙겠습니다. 가슴 따뜻한 가족 이야기도 마련했습니다. 올 가을에는 좀 너그러워지길 바랍니다.
<원희복 편집장 wonhb@kyunghyang.com>
2006/09/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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