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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편지

바다에서 쏘아올린 한방

온통 바다이야기뿐입니다. 허가가 어떻고 승률 위변조가 어떻고 정치헌금이 어떻고… 온통 바다이야기뿐입니다. 대형 LCD화면에 펼쳐지는 세련된 그래픽에 환상적인 사운드. 게다가 베팅을 유혹하는 갖가지 숨은 장치는 우리가 자랑하는 전자기술의 결과물입니다. 바다이야기가 아니라도 컴퓨터와 결합한 갖가지 게임은 널려 있습니다. 문화상품권이 문제라고 난리인데 문화상품권은 도박의 환전 수단일 뿐 이번 사태의 본질은 아닙니다.

결국 이번 사태의 주범은 도박입니다. 도박의 사회적 문제, 도박공화국의 문제가 어제 오늘 문제였습니까. 장난삼아 하는 컴퓨터 고스톱 게임도 널려 있고 요즘 집안에서 아이들이 즐기는 인터넷 게임도 도박의 일종입니다. 요즘 별의별 바다이야기 난무하고 대책이 나오는데 주(主)와 종(從)이 헷갈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언론도 무엇이 주범이고 무엇이 종범인지 잘 구분해 보도해야 합니다.

아예 우리는 희망적인 바다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8월 22일 하와이 근처 적도바다에서 희망을 쏘아 올렸습니다. 바로 무궁화 5호 인공위성입니다. 통신위성이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민·군겸용 위성입니다.

이미 발사한 아리랑 1·2호는 상당히 미흡하지만 카메라와 레이더를 장착한, 이를테면 ‘눈’을 가진 위성입니다. 이 위성은 유사시 이 ‘눈’을 군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이번에 발사한 무궁화 5호는 통신용으로 ‘귀와 목소리’를 가진 위성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미흡하지만 우리도 눈과 귀를 가진 위성을 보유하게 된 것입니다.

최근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를 놓고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이 우리의 대북 정보력입니다. 그 대북 정보력 중 북한에 대한 인적 정보는 우리가 미국보다 앞서는데 열세인 것이 바로 실제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미국은 군사용 인공위성과 최첨단 정보기를 수십 대 운용하면서 북한의 실제 움직임을 손바닥 보듯하고 있습니다. 사실 정보력은 얼마나 정교한 눈과 귀를 가진 전자시스템을 보유했냐는 것입니다. 북한의 움직임을 항시,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눈과 그들의 통신을 엿듣는 귀, 이를 빨리 분석해 전파하는 목소리 등은 바로 인공위성이 제격입니다.

이번 호 ‘뉴스메이커’에선 우리의 인공위성 능력을 종합 검증했습니다. 바다이야기에 식상한 독자 여러분, 바다에서 쏘아올린 무궁화 5호를 통해 우리의 정보능력을 확인하십시오. 그리고 혹시 불안했다면 안심하십시오.

<원희복 편집장 wonhb@kyunghyang.com>

2006/08/2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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