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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편지

아이젠하워의 퇴임사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를 놓고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어떤 전직 국방장관은 전시 작전통제권을 되찾으면 북한이 남침해 대한민국이 곧 망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습니다. 6·25의 참상을 체험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선량한 국민은 불안한 마음뿐입니다.

물론 우리의 안보는 한치의 빈틈이 없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군사력 북한 우위, 미군 없는 전쟁은 필패’라는 신념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합니다. 곰곰이 그 이유를 따져봤습니다. 우리가 내린 첫 번째 결론은 교육 탓이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안보교육에서 흔히 등장하는 것이 남북한 군사력 비교입니다.

국방부가 발표한 2004년 남북 군사력 비교를 봅시다. 한국군 병력수가 68만1000여 명인데 북한은 117만여 명으로 우리보다 월등히 많습니다. 전투기도 북한은 830여 대, 한국은 530여 대로 한국이 열등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공군의 절반이 넘는 MIG-15, MIG-17기종이 1949~1953년 제작돼 야간전투도 못하는 고물기종이라는 사실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선량한 국민은 단지 수십 년간 계속된 남북한 군사력 비교표 숫자에만 철저히 세뇌돼 있는 것입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엄청난 국방비를 쏟아붓고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두 번째 결론이 나옵니다. 안보불안으로 노리는 것은 이 떡, 바로 수백조 원이 넘는 국방비입니다. ‘자주국방 요원’을 외치던 전직 국방장관 중에는 과거 수억 원의 ‘떡고물’을 먹다 감방에 간 인물이 여럿입니다.

문제는 현재 참여정부 국방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방부는 2020년까지 국방비로 621조 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621조 원이면 우리 정부 1년 예산의 4배가 넘는 엄청난 돈입니다.

1961년 1월 17일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퇴임사에서 “미국 민주주의는 새로운 거대하고 음험한 세력의 위협을 받고 있다, 그것은 군산복합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군부와 방위산업체는 안보불안과 군비경쟁으로 이득을 보는 대표적 세력입니다.

바로 그 군산복합은 미국을 넘어 우리나라까지 지배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음험한 세력’이 백주에 거리를 활보하는 ‘뻔뻔스러운 세력화’를 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주 ‘뉴스메이커’에서 과도하게 안보 불안을 조성하고 선량한 국민을 협박해 이득을 챙기는 세력의 실체를 확인하십시오.

<원희복 편집장 wonhb@kyunghyang.com>

2006/08/2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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