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권에서 ‘부산 정치 신3국지’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부산출신 정치인 3인이 전성기를 맞고 있다는 말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실세로 부상하며 전성가를 구가하는 3명의 정치인은 바로 허태열 대통령 실장과, 서병수 새누리당 전 사무총장, 그리고 4·24 보궐선거를 통해 입성한 김무성 의원이다.
허 실장은 박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권력은 거리에서 나온다’는 말을 입증하는 정치인이다. 허 실장은 윤창중 대변인 사태로 시련을 맞았지만 건재하며 대통령의 신임을 얻고 있다는 소식이다. 집권당 사무총장을 지낸 서병수 의원은 내년 부산시장에 유력하다는 소식이다. 김무성 의원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사실상 1등 공신으로 꼽히면서 사실상 대표급 대우를 받고 있다. 세 사람은 부산이라는 지역의 대표성을 놓고 서로 협조와 견제하는 삼국지 형상을 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야권에도 부산 정치인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지난 대선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도 모두 부산출신이다. 게다가 민주당과 야권 연대를 이뤄낸 진보정의당 노회찬 대표 역시 부산출신이다. 공교롭게 지난 대선에서 야권 연대 3인방도 모두 부산출신인 셈이다.
여권의 부산 3인방과 야권의 부산 3인방을 보니 아무래도 대한민국 정치1번지는 서울 종로에서 강남으로, 다시 부산으로 옮겨야 하는 것 아닐까. 이 정도면 명실상부, 부산을 신정치 1번지로 자리매김 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이젠 부산 태종대 정기를 받지 않으면 정치인 축에 못끼는 시대가 된 것이다.
노무현 재단 제공
사진은 1990년 통일민주당 김영삼 총재의 3당 합당에 반대하며 8명 의원이 (꼬마)민주당을 창당할때 모습이다. 그 8인은 이기택, 김정길, 장석화, 김상현, 박찬종, 홍사덕, 이철, 노무현 의원 등으로 사진은 부산에서 집회를 여는 모습이다.
사실 당시 DJ(김대중)의 평화민주당이 호남에 기반을 뒀다면 YS(김영삼)의 통일민주당은 부산·경남에 기반을 뒀다. 따라서 부산·경남 출신의원이 YS를 따라가지 않는 것은 안정적인 지역구 당선을 포기하는 ‘정치적 자살행위’와 다를바 없었다. 사진은 그 ‘자살행위’에 가담한 부산 출신의원들이 생사여탈권을 쥔 지역구를 찾았을 때 모습이다. 유세트럭 짐칸에 올라 지역구를 돌지만 이들의 속은 타들어 갔을 것이다.
당시 부산에는 당당한 대권주자급 정치인이 많았다. 앞줄 왼쪽부터 4·19세대로 촉망받던 대권주자 이기택 의원, 다음은 고시3과 합격의 천재적 배경에 ‘무균질 정치’를 외치며 수백만표를 몰고 다닌 박찬종 의원이다. 그리고 당시 중앙정치 무대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초선의 노무현 의원이 수줍은 듯 서 있고, 맨 오른쪽은 김광일 의원으로 그는 노 의원을 정치권으로 영입한 정치선배다.
하지만 이들 대권주자급 정치인은 10년도 안돼 모두 기개를 접었다. 맨 오른쪽 김광일 의원은 1995년 YS에 합류해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다. 박찬종 의원은 92년 대선때 YS와 DJ에 맞서 대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역시 신한국당에 입당, 결국 YS에게 굴복했다. 이후 2012년 대선에선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맨 왼쪽 이기택 의원은 이후 DJ진영으로 옮겼으나 결국 YS의 신한국당에 이회창 후보와 함께 참여했다. 그는 다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지원하는 듯 했으나, 2007년 대선에서는 고대 후배인 이명박 후보를 지원하는 등 좌고우면 했다.
마지막까지 노무현 의원은 YS의 그늘 아래 들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정반대인 호남정권에 합류해 지역감정에 도전, 줄줄이 낙선하는 고난의 길을 갔다. 하지만 현명한 국민들은 그의 진정성을 이해하고 결국 대통령으로 만들어줬다. 하지만 그는 19년후 사진속 ‘정치적 자살행위’가 아닌 ‘실제적 자살행위’를 감행했다.
유력 정치인이 많다고, 대권주자가 많다고 정치 1번지는 아니다. 부산이 진정한 정치 1번지가 되기 위해선 전제돼야 할 것이 있다.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정의와 진실을 추구하는 정신, 그리고 최소한의 부끄러움을 아는 정치, 그것이 정치 1번지의 진정한 필요·충분조건이다. 사진속 노무현 의원이 지키려 했던 신념이 그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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