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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캡슐

재야시대 다시 도래하나?

원희복 기자의 타임캡슐(39)

재야시대 다시 도래하나?

 

거창할 것도 없지만 민주주의는 자신과 다른 다양한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다. 자신과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체계, 획일 지상주의를 전체주의라고 부른다1970년대~80년대 재야라는 단어가 있었다. 누가 맨 먼저 쓴 용어인지 모르지만 다들 그렇게 불렀다. 집권자 측에서 보면 이들은 제도권 밖에서 체제를 전복하려는 세력이고, 국민의 입장에서는 양심적이며 선명한 민주화 세력으로 통했다.


물론 이들은 처음부터 재야가 아니었다. 집권층이 각종 불법 혐의를 씌워 제도권 밖으로 쫒아버린 거였다. 해직 교수, 해직 교사, 해직 노동자, 해직 언론인이 양산됐다. 심지어 종교에도 문익환은 재야목사로, 문학에서 박노해는 얼굴 없는재야시인으로 통했다해직 정치인까지 만들었다. 인간사회의 원초적 행위라고 할 수 있는 정치까지 제도권 밖으로 밀어낸 것이다. 최소한 결사의 자유도 박탈됐다.




사진은 801서울의 봄때 대표적인 재야인사 김영삼, 윤보선, 양일동, 김대중 4(왼쪽부터)이 윤보선 전 대통령 자택에서 모임을 갖는 모습이다. 이 자리에 종교지도자 함석헌 선생은 건강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 의원직에서 제명된 YS, 2공화국 대통령으로 5.16쿠데타 박정희 소장에게 능멸 당했던 윤보선 전 대통령, 비교적 진보정당인 통일당을 이끌었던 양일동 당수, 그리고 역시 정치활동을 하지 못했던 DJ, 종교 지도자 함석헌 선생 등 재야 5인 회담은 당시 민주화운동은 물론 사실상 정국의 핵심이었다.


사진속 모임의 계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김영삼 의원제명 파동을 꼽는다. 사태는 1979929일 신민당 김영삼 총재가 미국 뉴욕 타임스와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독재자)박정희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라는 내용의 인터뷰를 했다. 이에 박정희 대통령이 분노, 국회에 징계 동의안을 제출해 YS의 의원직을 박탈한 사건이다.

이 때문에 ‘의회주의자YS는 이때 재야인사 대열에 합류했다. 그해 10월에 있던 이 YS 제명은 곧장 부산 마산지역의 대규모 시위인 부마항쟁을 촉발했고, 이는 결국 10.26 사태, 유신정권 종식의 계기가 됐다.


요즘 우리 주변을 보면 자꾸 당시를 자꾸 떠올리게 만든다. 해직 기자가 십수년 만에 다시 등장했고, 멀쩡하게 활동하던 전교조를 국제규범에도 없는 억지로 재야 단체로 만들어 버렸다. 정치에서도 대법 판결이 나기도 전에 의원직을 박탈하자는 얘기가 나오더니, 아예 정당을 해산하는 조치까지 추진되고 있다.

생각과 양심이 자기와 다르다고, 마구 제도권 밖으로 내쫒는 시대, 최소한의 결사의 자유도 허용하지 않는 시대, 이른바 재야의 시대가 다시 오는 것이다. 자신과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전체주의적 발상, 즉 재야의 시대가 결국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는 30년도 안된 사진 속에서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데도 말이다.


게다가 지금 한쪽(사법부)에서는 과거 그렇게 쫒아버린 처사는 잘못이라며 국가가 배상하라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과거사 재심사건을 보면 과거 위정자들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자신의 부정을 은폐하기 위해 재야를 양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그들은 책임은 지지 않고, 지금 멀쩡한 국민이 낸 세금으로 그들의 잘못을 배상하고 있다. 십수년 후 지금 위정자들이 저지른 이 잘못은 다시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배상하는 날이 올지 모른다. 그 때를 대비해 지금 위정자들의 재산을 가압류  해 놓아야 하지 않겠나?


(추신=사진 당시 윤보선 전 대통령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YSDJ는 단일화를 못하고, 전두환씨 쿠데타에 빌미를 줬다. 하지만 YSDJ 두 사람은 앞서거니 뒷서거니 대통령이 됐고, 나머지 재야인사들은 대부분은 총리, 국회의장 등으로 출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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