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복 기자의 타임캡슐(59)
변호사 구속-독재정권의 징후
권위주의 정권, 쉽게 말해 독재정권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승만 체제, 박정희 체제, 전두환 체제 등 독재정권의 징후와 그 전개 양상은 어느 정권이나 비슷하다.
독재정권이 노골화 되는 첫 번째 시작은 학생과 교수, 노동자에 대한 구속과 탄압이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원을 억압하고,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를 탄압한다. 학생과 교수, 노동자는 졸지에 국가보안법 위반, 간첩 등으로 조작된다.
두 번째는 징후는 실태를 고발하는 언론에 대한 탄압이다. 언로와 공론의 장을 막음으로써 국민의 입과 눈, 귀를 막아버린다. 이에 저항하는 언론사와 기자는 겁박하고 해직시킨다.
세 번째 단계는 부당한 이런 사실을 추궁하는 야당 의원을 용공조작이든, 뒷조사를 통해 파렴치범으로 만든다. 아예 정적이라고 생각되면 제거한다. 이승만의 진보당 당수 조봉암이 그랬고, 박정희 시대 장준하는 그런 의혹의 인물이다. 전두환의 김대중 납치사건도 비슷한 경우다.
네 번째는 이에 항의하는 성직자를 구속하는 단계이다. 성직자가 구속에 이르렀다는 것은 거의 독재가 노골화 됐다는 증거이다. 위정자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은 성직자들을 탄압해봐야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들은 고난을 즐기는데 익숙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는 정권 유지의 조바심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이다.
마지막 단계는 바로 변호사에 대한 사법처리가 아닐까 한다. 왜냐하면 법에 대해서 ‘빠삭한’ 변호사들을 잡아넣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본인이 큰 실수를 하면 모를까 법망을 피해 다닐 수 있는 변호사를 구속하는 것은 거의 막가파식 결심 아니면 어렵다. 이는 정권이 거의 막장에 이르렀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다. 특히 낙후한 우리 교정 현실을 잘 아는 변호사가 감옥 들어가기를 각오했다는 것은 정권의 정당성도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사진은 1975년 2월 17일 형집행정지로 석방되는 강신옥 변호사의 모습이다. 강 변호사는 1974년 7월 11일 민청학련 사건 변론에서 “지금 검찰관은 나라일을 걱정하는 애국학생을 내란죄, 국가보반법 위반, 반공법 위반 등을 걸어 빨갱이로 몰고 사형이니 무기징역이니 구형하고 있다.~본 변호인은 직업상 이 자리에서 변론하고 있으나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피고인들과 뜻을 같이하여 피고인석에 앉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 변론으로 강 변호사는 재판정에서 끌려나와 구속되는 세계 사법사상 초유의 사건 주인공이 됐다. 긴급조치 위반, 법정모독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으나 7개월여 만에 형집행정지가 결정됐다. 옥중 생활을 마치고 출소하는 그의 얼굴에는 기쁨이 넘치고, 주변에 동료 인권변호사들이 축하하고 있다.
성직자나 변호사를 잡아넣는 것은 권력 내 매파의 입김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반증이고, 정권이 더 이상 쓸 카드가 없다는 신호이다. 강신옥 변호사 구속이후 유신정권은 이병린 변호사 구속(1975년 1월) 한승헌 변호사 구속(1975년 3월) 등 막장으로 치닫다가 결국 비극적 종말을 고했다.
전두환 정권도 이돈명 변호사 구속(1986년), 노무현 변호사 구속(1987년 9월)을 거치다 결국 전두환 자신이 백담사 유배되는 신세가 됐다. 전두환과 노태우는 내란죄로 구속되는 역사적 평결을 받았다.
최근 국정원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으로 박근혜 정권이 매우 어려운 처지에 빠졌다. 국정원은 대선개입 의혹으로 이미 국민적 신뢰를 잃은 상태에서 이번 간첩조작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상을 입었다.
이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의 진실을 밝힌 사람이 장경욱 변호사이다. 그는 한발 더 나가 북한 보위부 직파간첩, 탈북 여간첩도 모두 조작됐다고 폭로하고 나섰다. 정말 국정원의 입장에서 장 변호사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이다.
그런 장 변호사에 대한 사법처리가 검토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장 변호사가 지난해 11월 12일 독일에서 열린 한 학술대회에 참석했는데, 그 자리에 북한 통일선전부 산하 조국통일연구원이 참석한 것이다. 북측인사를 접촉했으면 사전 혹은 사후라도 신고해야 하는데 장 변호사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남북교류법 위반은 물론,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혐의 적용이 가능한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가만히 있다가 5개 월 전 일을 다시 끄집어 낸 것도 그렇지만, 법에 빠삭한 변호사를 구속시키는 일은 앞서 예처럼 쉽지도 않을 뿐 아니라, 후유증도 크다. 게다가 지난번 정권퇴진을 주장한 박창신 신부를 사법처리 하려가 ‘움찔’한 정부가 그보다 단계가 높은 변호사를 사법처리하는 강수를 둘지는 미지수이다. 앞서 예처럼 권위주의 정권의 막장에서나 있을 법한 변호사 사법처리를 설마 강행할까도 의문이다.
그나저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이런 저급한 수준으로 계속 가야 하는가. 참으로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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