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6일 새정부 명칭을 ‘박근혜 정부’로 결정했습니다. 이 이름은 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주관 아래 외부전문가 인터뷰, 간사회의 등을 통해 결정했다고 합니다. 물론 박 당선인에게 보고하고 동의를 받은 것입니다.
사실 정권이 바뀔때마다 정부 이름을 따로 정했던 이유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정치역사 때문입니다. 우리는 정부수립후 이승만 정권을 1공화국, 4·19 학생혁명후 장면정권을 2공화국, 5·16 쿠데타후 박정희 정권을 3공화국 등으로 구분해 불렀습니다. 정치적 격변기가 많아 정부구분을 한 것이지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6일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기자단(출처 : 경향DB)
원래 공화국을 구분한 것은 주권의 소재인 정체(政體), 다시말해 입헌군주제냐, 공화제냐를 구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1789년 혁명이 일어나 공화정이 도입되고 다시 왕정이 복고되는 등 왕정과 공화정이 수시로 교체되는 변혁이 많은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지요. 요즘 인기를 끈 영화 ‘레미제라블’ 배경 바로 그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해방후 공화정이 계속 유지됐지만 1~3공화국으로 나눈 것은, 정상적인 헌법 절차에 따르지 않고 국민주권이 넘어간 것을 구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유신치하를 4공화국으로 부른 것은 박정희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하고 종신 대통령 시대를 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박 대통령은 헌법상 국회를 해산할 권한이 없었는데 탱크로 국회를 막고 해산시켜 버렸거든요.
전두환 정권을 5공화국으로 부른 것은 12·12 군사변란을 통해 정권을 잡았기 때문이고, 노태우 정권을 6공화국으로 부른 것은 직선제 개헌 때문입니다. 사실 노태우 정권은 군사정권의 연장이라는 측면과, 정상적 헌법개정 절차를 거쳤다는 점에서 5공의 연장이었습니다. 하지만 6·10 직선제 개헌투쟁을 시민혁명으로 평가하고, 또 노태우 정부도 전두환의 5공과 단절을 원해 스스로 6공화국으로 불러달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사상 첫 군정을 종식한 김영삼 정부는 7공화국이라고 부르지 않았습니다. 공화국 역사가 220년이 넘은 프랑스가 아직도 5공화국인데, 이제 공화국 역사 50여년밖에 안된 우리가 7공화국으로 부른다는 것이 우스웠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전임 대통령 2명을 감옥에 보내는 전 정권과 단절하고 싶어해 나온것이 바로 '문민정부'입니다.
헌정사상 첫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뤄진 김대중 정부도 '국민의정부' 라고 불렀고, 노무현 정부는 ‘참여정부’라 불렀습니다. 문민, 국민, 참여 등 국민주권이 군인이 아닌 국민에 있다는 점이나, 국민의 참여로 탄생한 정부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지요. 모두 헌법 제1조에 있는 ‘민주공화국’이라는 ‘정체’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실용정부’라는 이름을 쓰다가 흐지부지 됐습니다. 어찌됐든 새정부의 이름은 정부의 국정철학을 한 단어에 집약시키는 것이 관례이고, 또 예의입니다.
그런점에서 ‘박근혜 정부’라는 작명은 참 의외입니다. 마치 국민주권 행사 방법, 국정철학을 묻는 네모칸에 ‘통치자 이름’을 써 놓은 모양새입니다. 국민주권도 통치자에게 있고, 국정철학도 통치자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인수위는 외국도 그런다고 하는데,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남이 부를 수는 있지만, 스스로 쓰기 뭐하다는 것이지요.
인수위에서 박근혜 정부라고 발표하는 날, 기자들 사이에서 “대통령의 이름을 정부 이름으로 쓰는 데 논란이 있다”는 지적에 나왔습니다. 당연한 지적이지요. 이에 새누리당 서병수 사무총장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며 “좋다 나쁘다 하고 확 집어서 이야기할 수 없다”고 얼버무렸습니다.
솔직이 ‘박근혜 정부’라는 작명을 보면서 ‘짐은 곧 국가다’라는 프랑스 절대군주 루이 14세의 이름이 떠올랐습니다. 자신의 권력은 신에게 위탁받은 것으로 자신의 권력을 제한할 수 있는 존재는 오로지 신뿐이라는 태양왕 말입니다. 제발…기자의 생각이 기우이기를 진심으로 고대합니다.
■뉴스 브리핑
경제…‘정책은 어디가고 캠패인만 난무하나’
정부와 금융권이 공동으로 ‘저축 권장 캠페인’에 나선다. 저축관련 캠페인은 1980년대 이후 처음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과 협회가 저축률이 너무 떨어져 공동 행사를 준비했다”면서 “1980년대 이후 처음으로 저축 관련 캠페인 해보는 거라 씁쓸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미래 소득까지 앞당겨서 빚을 내 부동산을 구입하라고 난리를 쳤던 것이 정부였다. 정부의 이런 정책에 가계부채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결국 저축할 여유가 없게 만든 것이다. 많은 서민들은 “정책 따로, 캠페인 따로 벌이는 것은 국민을 무지렁이로 보는 기만 행위”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동흡 헌재 후보자…뭘 믿고 버티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내정됐다가 사실상 ‘낙마’한 이동흡 후보자가 끝까지 버티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후보자는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표결전 사퇴하지 않겠다’며 “인격 살인을 당한 상태인 만큼 지금으로선 명예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재임기간 6년간 받았던 특정업무경비 6억원를 사회에 환원할 용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사퇴’로 여켰던 이 후보가 적극적으로 ‘표결을 하자’고 나선 배경을 놓고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그 배경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후보의 이런 ‘강공’에는 나름 표결에 통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2주동안 여론의 화살을 버티면서 나름 정치권에 부단히 읍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당선인으로부터 ‘모종의 사인’을 받지 않고서는 이런 자신감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박 당선인과의 교감설이 나오고 있다.
한파와 폭설…채소값 급등
6일 서울시 농수산물공사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가락시장에서 거래되는 농산물 도매가격은 일주일전(1월 30일)과 비교해 크게 올랐다. 특히 대파 51.5% 오이 29.0%, 시금치 12.3%, 무 8.1%, 배추가 7.2% 올랐다. 이는 폭설로 출하작업이 어려워진 데다 도로결빙로 수송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폭설과 강추위로 채소 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최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출처; 경향DB)
채소값이 비쌌던 지난해와 비교해서도 크게 올랐다. 배추(특·10㎏)는 작년 이맘때 가락시장 도매가격이 4963원이었으나 현재 1만3242원으로 무려 166.8%나 뛴 상태이다. 작년 2월 둘째주 수요일과 비교해 대파 82.4%, 오이 52.5%, 무 4.5% 가격이 상승했다. 채소값이 폭등하면서 음식점에서는 야채반찬이 사라지고, 서민들은 야채먹기가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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