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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만에 청와대 개편…드러난 7대 인사원칙

5개월만에 청와대 개편…드러난 7대 인사원칙


박근혜 대통령은 5일 김기춘 전 법무장관을 청와대 비서실장에 임명하는 청와대 개편을 전격 단행했다. 정권 출범 5개월여만에 개편이다. 2개월여 공백이던 정무수석에 박준우 전 EU(유럽연합)대사, 민정수석에 홍경식 전 법무연수원장, 미래전략수석에 윤창번 전 하나로텔레콤 대표, 고용복지수석에 최원영 전 복지부차관을 기용했다. 9개 수석비서관중 비서실장과 4개 비서관을 임명·교체한 중·대폭 개편이다.


 

김기춘 비서실장(맨 오른쪽)을 비롯한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이 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이정현 홍보수석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개편 내용을 발표하면서 “하반기에 보다 적극적인 정책추진과 새로운 출발을 위해 새 청와대 인선을 결정했다”고 개편 배경을 밝혔다. 


허 실장은 6일부터 여름 휴가가 예정됐다는 점에서 이번 개편은 매우 전격적으로, 그것도 임명 5개월만에 단행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간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은 되도록 자주 바꾸지 않는 ‘장기 신뢰형’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첫 청와대 비서실장은 오래 함께하는 것이 관례다. 더구나 허태열 비서실장은 그동안 김장수 안보실장이나, 남재준 국정원장과 달리 야권으로부터도 ‘타킷’이 아니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정부출범 5개월만에 조기 경질 부담을 안고 비서실장을 교체하는 매우 이례적 조치를 단행했다. 이것은 박 대통령이 인선 잘못을 심각하게 깨달았거나, 허 실장이 큰 잘못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허 실장은 윤창중 대변인 사태때 지도력 문제가 제기됐고, 공공기관 임원인사에 개입했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인사위원장으로 이를 특별히 문제삼기 어려운 사안이었다. 


관료·정치인 출신 비서실장이 전격 경질된 이유는 후임자 기용을 통해 역으로 해석하면 이해된다. 신임 김 실장은 5·16장학회(현 정수장학회)의 첫 수혜자이며, 법무부 검사로 유신헌법 ‘초안’을 주도적으로 만든 인물이며, 유신시절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부장을 지낸 공안통이다. 또 1992년 12월 부산지역 기관장들이 지역감정을 통해 여당 후보를 지원하는 것을 논의했던 ‘초원복집 사건’의 한 사람이다. 


무엇보다 김 실장은 박 대통령을 돕는 원로그룹인 ‘7인회’ 멤버이며, 사위인 안상훈 서울대 교수 역시 인수위에서 고용복지분과 인수위원으로 활동했다. 공안검사 출신의 신임 김 실장과 박 대통령의 연결고리는 ‘대를 이은 충성’이다. 이는 ‘영혼없는 관료출신’인 허 실장에 비할 바 없다. 


곽상도 민정수석의 경질은 국정원 대선개입 논란과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과정에서 검찰 등 사정당국에 대한 콘트롤이 미흡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는 후문이다. 청와대를 정점으로 일사분란한 지휘체계가 가동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순홍 미래전략 수석도 박근혜 정부의 트레이드 마크인 ‘미래전략’에 대해 확고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개성이 강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결론적으로 이번 청와대 개편은 박 대통령은 부친 박정희 대통령처럼 ‘강력한 충성도를 바탕으로 일사분란한 청와대’를 원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 문외한’을 정무수석에 임명하듯 전문성이나 고령 등 나이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특히 신임 비서실장이나 민정수석(법무장관) 모두 공안통이며, 정치인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한번 입증했다.


이것은 청와대 비서실을 ‘합리적 조정’ 혹은 ‘참모기구’가 아닌 국정운영의 콘트롤 타워로 인식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이번 청와대 개편으로 확인된 박 대통령의 인사 원칙은 ①나홀로·깜깜이 인사는 여전 ②장기 신임은 없다 ③충성심이 최고 덕목이다 ④청와대는 국정운영의 최정점이다 ⑤일사분란하게 돌파하라 ⑥공안통 우대 재확인 ⑦정치인은 역시 싫다 등이다.


이를 반영하듯 민주당은 ‘우려된다, 의문스럽다’는 반응이고, 통합진보당은 ‘국민에게는 가장 끔찍한 인선’이라고 비판했다.



시국선언 교수 국회앞 시위


국정권 대선개입을 비난하는 시국선언을 한 1900여명의 교수모임인 ‘교수연구자 네트워크’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국정원 대선개입은 민주주의를 부정한 범죄이자 군사독재 시절로의 퇴행”이라며 “그럼에도 정권은 이를 처벌하기는커녕 진실을 왜곡하기에 급급했으며 이번 국정조사 특위 역시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아무것도 밝혀낸 게 없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하는 시국선언교수들 (경향DB)



이들은 △대통령 사과 △국정조사 기간 연장을 통한 철저한 진상 규명 △관련된 국정원 및 경찰 책임자 처벌 △국정원장의 즉각 해임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