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관가 고위공무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박근혜 정부의 각종 공약이 재원 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언론에 이어지자 당선인이 ‘공약을 지키겠다’고 쐐기를 박았지요. 이것이 무슨 사인인가 하면, 현직 공무원들에게 대한 경고입니다. 왜냐하면 지금 각 부처 공무원들은 공약을 정책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많아 도저히 실행할 수 없는 공약은 지금 털어버려야 하거든요. 그래서 문제점을 언론이나 정치권. 관련단체에게 슬쩍 흘리면서 분위기를 보는데 그것에 쐐기를 박은 것이지요. “경거망동하지 마라”는 공무원에 대한 경고라고 할 수 있지요. 공무원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는 것이지요.
박근혜 당선자가 공무원에 대해 우회적 경고를 한 가운데, 공무원들 사이에 생존법 배우기가 한창이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 출처: 경향DB)
게다가 정부조직개편이 이뤄지는 부처에 속한 공무원들은 더욱 심란합니다. 가장 전전 긍긍하는 공무원들은 고위공무원 가·나급, 그러니까 과거로 치면 1·2급 공무원들이지요. 이들중 특히 공무원 생활 근 25년 정도 한 각 부처의 실장, 차관보, 본부장 급인 가급이 유독 심합니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에서 발탁돼 차관이나 차관급으로 승진하느냐, 아니면 집으로 가느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습니다. 공무원은 법률로 신분보장이 되지만 고위공무원 가급은 신분보장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아마 인수위에 파견된 공무원은 ‘룰룰랄라~~’하고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1급 공무원들은 책상서랍에 사표를 써놓고 있을 겁니다. 나름 이런 난세에 생존법을 열심히 배우고 있기도 합니다. 그중 <국가가 알려주지 않는 공무원 승진의 비밀>이라는 책에는 이런 시기 살아남는 요령이 정리돼 있어 인기라고 합니다.
그중 고위공무원 편을 간략히 요약하면, 1급이 가장 명심할 것은 ‘천수를 누린 여우처럼 행동하라’는 것입니다. 특히 고위공무원들에게 딱 알맞는 명언은 “남을 것을 기대했다가 낙망하지 말고, 떠날 것을 예단해 실수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 말의 의미는 ‘섯불리 사표를 던지지도 말고, 그렇다고 구질구질하게 버티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이 말은 김대중 정부시절 교수출신의 양성철 주미대사가 한 말이라고 합니다. 이 ‘명언’은 김병배 공정위 부위원장이 2008년 공직을 떠나면서 다시 인용했는데 최근 고위 공무원 사회에서 가장 적절한 명언으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책에는 또 이런 난세는 ‘위기이면서 또 기회’라고 조언합니다. 인수위도 못가고, 당선자와 인연도 닿지 못한다면? 이 때는 자신을 임명권자의 입맛에 맞출 것을 조언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런 난세에 모든 공무원에게 통하는 비법 한가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바로 변화입니다. 타성에 젖지말고 ‘변화의 전도사’를 자처하라는 겁니다. 요즘 박 당선인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 ‘미래’라는 분석이 있는데, 미래의 맥락도 바로 변화라는 겁니다. 일단 첫 장관의 눈에 들면 공무원 생활은 탄탄대로 라는 것이 이 책의 결론입니다.
■뉴스메이커/물세례 당한 박준영 전남지사
대통령 선거에서 호남의 문재인 후보 지지에 대해 ‘충동적 호남 몰표’ 라는 표현으로 물의를 빚은 박준영 전남지사가 물세례 봉변을 당했다. 1969년 9월 김두한 의원이 국회본회의장 인분투척 사건이 발생한 이래, 이런 봉변사태가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다.
박 지사는 23일 제274차 도의회 임시회에서 통합진보당 안주용 의원으로부터 “도지사를 인정할 수 없다”며 컵에 든 물을 끼얹었다.
안 의원은 박 지사의 ‘충동적 호남 몰표 발언’에 대해 사과를 받기 위해 의사진행 발언과 5분 발언을 요구했지 받아들여지지 않자 물컵을 끼얹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도민을 무시한 발언을 한 지사가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은 것에 분개했다”고 말했다.
봉변을 당한 박 지사는 잠시 발언을 중단했다가 준비한 도정업무 보고를 마쳤다. 전남도 의회는 물컵 투척 사건과 관련해 안 의원의 윤리위 회부 여부를 검토 중이다. 본회의장에서 물을 끼얹은 행위의 적절성에 안 의원은 “다시 한 번 되돌아 보겠다”고 사과성 발언을 했다.
■뉴스브리핑
→‘미래’를 보면 박근혜가 보인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의중을 파악하려는 부단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박 당선인이 특히 ‘미래’를 좋아한다는 분석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이유는 박 당선인이 만든 조직에 ‘미래’라는 이름이 유독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이 2002년 당권, 대권 분리를 요구하며 탈당해 만든 정당이 한국미래연합이다. 또 2007년 대권 경선에서 패하고 그를 따르던 인물이 공천에서 대거 밀려나자 만든 것이 ‘미래희망연대’이다. 원래는 ‘친박연대’에서 당명을 변경한 것이다. 또 이번 대선을 겨냥해 2010년 만든 조직이 ‘국가미래연구원’이다. 이 미래연은 대권공약의 산실이다. 그리고 대통령에 당선하고 단행한 정부조직 개편에서 최고 실세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했다. 물론 청와대에는 ‘미래정책수석’까지 만들었다. 그래서 정치권과 관가에서는 “‘미래가 박 당선인의 코드”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박근혜…저소득·초고소득 지지로 당선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당선인은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집중적인 지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산층은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 23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강원택 교수의 ‘사회계층과 투표 선택’ 연구에 따르면, 소득 하위(월소득 199만원 이하) 집단의 박근혜 후보 지지율이 65.7%로, 문재인 후보 지지율 34.3%의 거의 배를 얻은 것으로 분석됐다. 중위(400~499만원)집단에서는 문 후보 지지가 높았다. 중상(500~699만원)에서는 2% 차이로 거의 비슷했다. 하지만 상위(700만원 이상)집단은 다시 박 후보 지지가 높았다. 특히 이들 상위 소득집단은 통합진보당 등에 대한 지지가 매우 낮게 나타났다.
강 교수는 “설사 진보 정당이 저소득층 유권자들에게 보다 유리한 정책을 펼칠 수 있다고 해도 이들이 선거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회적, 문화적 가치’를 중시해 보수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인수위에 ‘하우스푸어 세부대책’ 보고
인수위는 23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하우스푸어 대책’을 별도로 보고 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금감원은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세부 통계를 제출하고, 이에 따른 금융당국과 금융권의 해결책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인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에 대해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도록 채무자와 금융권의 손실을 분담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된 내용은 금융권이 공동으로 기금을 조성해 하우스푸어가 매각한 주택 가격이 하락할 때 이를 보전할 수 있는 ‘완충장치’를 두고, 하우스푸어는 지분을 20~30% 싸게 내놓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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