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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편지

두 전직 대통령의 경우

우리나라는 대통령 단임제를 채택한 매우 특이한 나라입니다. 아마 연임을 금지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우리가 유일하지 않을까 합니다. 게다가 우리 헌법에는 이 단임조항을 고치지 못하도록 엄격한 장치까지 해 놨습니다. 대통령이 재임중 헌법의 임기연장이나 중임 금지 조항을 개정해도 자신은 대상이 될 수 없도록 한 것입니다.(헌법 128조)

우리 헌법이 이렇게 단임 규정을 엄격히 한 것은 장기집권 때문입니다. 바로 2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는 쿠데타로 정권을 잡아 무려 18년이나 장기집권한 후진적 정치문화를 가진 나라였습니다. 지금 헌법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망명, 살해 등으로 전직 국가 수반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태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났습니다만 정변이 일어나면 전직 국가수반은 연금이나 망명, 처형 등으로 사라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 나라의 민주주의 성숙도를 판단하는 데 전직 대통령이 얼마나 활발히 활동하느냐를 따지기도 합니다.

바로 이 대통령 단임제 덕분에 우리는 몇몇 전직 대통령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뉴스가 많은 한 주였습니다. 한 주인공인 최규하 전 대통령은 끝내 역사의 진실을 밝히지 않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최 전 대통령은 퇴임후 회고록은 물론, 검찰 수사에서도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재직중 일을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는데 사실 무책임한 말입니다. 정치 선진국에서 책임있는 자리에서 퇴임하면 회고록을 쓰는 것을 의무시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후대 정치가, 역사가를 위한 마지막 봉사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법에 대통령은 반드시 기록을 남기도록 정한 겁니다. 어찌보면 최 전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임무를 방기한 것입니다.

또 다른 전직 대통령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활발한 활동으로 뉴스가 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가만히 있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다’라고 했지만 그것은 과거 권위주의적 발상입니다. 5년 동안 쌓은 그 중요한 노하우를 가만히 두는 것은 소중한 자원의 낭비입니다.

아직 우리는 전직 대통령 문화라는 것도 없지만 연구하고 강연도 하는 것이 몰려다니면서 골프치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습니까. 1년 반쯤 지나면 우리도 60대 초반의 ‘젊은’ 전직 대통령을 배출합니다. 이젠 바람직한 전직 대통령문화를 만들 시대가 된 겁니다. 이번 ‘뉴스메이커’에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십시오.

<원희복 편집장 wonhb@kyunghyang.com>

2006/10/3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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