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복기자의 타임캡슐(46)

땅을 치며 한탄할 김근태

 

1230일이 김근태 2주기이다. 그의 추모식 안내문은 민주주의 안녕하십니까?’라는 의문부호로 시작하고 있다. 이 질문에 우리는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평생 고생하며 일궈낸 민주화 평화통일 시대가 송두리째 사라진 지금 모습을 보며 김근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김근태는 1971년 그 무시무시한 내란음모혐의로 수배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민주화 통일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1995년 민주당 부총재로 정치 제도권에 들어오기 전까지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통일시대민주주의 국민회의 공동대표 등 재야에서 민주화와 통일운동의 핵심인물로 활동했다. 그는 이즈음, 이부영, 장기표, 김근태 3인의 재야 트로이카 시대를 만들었다.

 


                                                        <사진=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


사진은 김근태의 한창 시기인 1988년 매주 금요일 저녁 종로성당에서 열린 금요강좌에서 통일문제 강의를 하는 모습이다. ‘80년대 통일운동 평가라는 주제로 강연하는 그의 얼굴에서 40대 초반의 열정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하다. 그의 강의 주제는 자주·민주·통일을 민중의 힘으로 달성하자는 것이다.


이때 같이 금요강좌 강사로 활동하던 사람이 강만길 고대교수, 송건호 한겨레신문 사장, 이재오 현 새누리당 의원(당시 서울민중운동연합 의장)이다. 김근태의 자신감 있는 표정에도 불구하고 그의 육신 속은 남영동에 끌려가 전기고문, 물고문으로 이미 만신창이 상태였다.


그는 국제적으로 케네디 인권상을 수상하고, 세계의 양심수에 선정됐고, 국내에서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됐다. 1995년 제도권 정치에 입문해 국회의원, 1야당 부총재, 보건복지부장관 등을 지냈다. 하지만 혹독한 고문 후유증으로 한창 일을 할 나이인 60대 초반에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그의 지론은 자주, 민주, 통일 세 단어로 요약된다. 국회의원이 된 후 남북한 평화공존과 한반도 협력시대라고 점잖게 표현했지만 그게 그거다. 지금 상황에서 김근태의 이 지론은 분명 종북으로 몰렸을 것이다. 당시 재야와 야당은 국가보안법 철폐, 주한미군 철수 등을 당당히 사회적 이슈로 제기했다. 그러나 요즘 야당은 국가보안법 폐지의 자도 꺼내지 못하는 형국이다.


하기야 요즘 박근혜 정부는 현역 국회의원을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하고, 합법적 노동단체의 합법적 파업에 공권력을 투입하고, 신문사 정문을 해머로 때려 부실만큼 과격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박근혜 정부가 부친시절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고 평가한다심지어 국방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1~3월 북한 도발을 공공연하게 말하고 국정원장은 2015년 무력통일을 시사 하는 발언을 자랑스럽게 하고 있다. 지금은 평화통일 얘기마저 종북으로 몰리는 분위기가 됐다. 평화통일 의무는 대통령 취임 시 선서하는 중요한 대통령의 책무인데도 말이다.


이 뿐만 아니다. 지금 정부는 권위주의 시절,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다 숨진 인사를 추모하는 민주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김근태는 이 민주공원에 누울 수 없다. 민주화운동 현장에서 사망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민주공원은 탁치면 억하고 현장에서 죽어야만 갈 수 있고, 고문의 후유증으로 한참 후 사망하면 갈 수 없도록 돼 있다.


게다가 이 민주공원 안장근거가 되는 민주화보상법 적용 시점이 1964324일부터로 돼 있다. 시점을 이렇게 잡은 것은 김대중-김종필의 정치적 흥정의 결과물이다. 6987일은 박정희의 3선 개헌 발의일로, 김종필이 실각, 정치적 책임이 없는 시점이다그리고 이 시점은 다시 1964324일로 당겨졌다. 이것은 한일협정 반대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된 날로 바로 MB(이명박)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하기 위한 조치였다


따라서 이전 시기에 벌어진 1961년 민족일보 사건이나, 5.16 쿠데타 직후 정당 사회단체 탄압, 1차 인혁당 사건 등은 이 법에 의해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인정도 이렇게 누더기인데, 더 무슨 말을 할까.


마석 모란공원에 누워있는 김근태는 지금 대한민국 모습을 보며 땅을 치며 한탄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 요즘 이 험한 꼴을 보지 않고 간 김근태가 오히려 행복하다고 말해야 하나. 이래저래 추운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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