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한 이재오

원희복 기자의 타임캡슐(47)

삐딱한 이재오

 

요즘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관심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이재오 의원이다. 18일 이재오 의원은 최다선 의원이며 친박 좌장이라고 할 수 있는 서청원 의원과 정면 충돌했다. 이 의원은 이날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대통령이 개헌 논의가 정국의 블랙홀이 된다고 말했는데, 제어능력에 따라, 개헌논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블랙홀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고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심지어 이 의원은 국민 여론조사에서 75%가 개헌을 해야 된다고 응답했다면서 국민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소통이고, 국민 의견과 반대로 가는 것이 불통이라고 박 대통령의 아픈 구석을 찌르기도 했다.


그러자 친박 서청원 의원이 이명박 정부 때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었는데 정권의 2인자라던 이재오 의원이 개헌을 추진하지 못했다고 면전에서 힐난했다. 서 의원은 또 지금 우리는 개헌문제보다 국민 먹고사는 경제 살리는 데 우선 과제를 둬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박 대통령을 옹호했다.


사실 MB 정권 실세로 통했던 이재오 의원은 박근혜 정권에 대해 사사건건 삐딱하다. 공개 석상에서 박근혜 대통령 1년 동안 잘한 게 뭐냐?”고 힐난한 것에서부터 당 지도부는 물러나라고 사실상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게다가 국정원 직원의 정치개입 논란이 한창인 시점에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을 경우 처벌을 강화하고 소멸시효를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요즘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 모습을 보면 야당, 그것도 매우 삐딱한 야당 행태 그대로이다. 물론 이런 소신에 찬 행보는 당 내외에서 공감도 얻고 있다.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록 힘은 빠졌지만 그래도 한때를 주름잡던 기개는 남아있어 보인다.




 

사진은 19904월경 민자당 1당 독재 분쇄 및 민중 생존권 쟁취를 위한 국민연합이라는 매우 긴 이름을 가진 재야단체 집회 모습이다. 1987년 대선분열로 정권교체를 놓친 야당은 민주당과 평민당으로 분열돼 있었다. 그나마 재야, 시민단체들이 국민연합이라는 이름으로 대통합을 진행하던 때였다.


사진 왼쪽부터 장기표 당시 민주개혁과 사회진보를 위한 협의체 의장, 이재오 민주연합추진위원회 대변인, 조춘구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 사무차장, 이부영 전교조 부위원장, 정태윤 경실련 기조실장 등 재야 시민단체 지도부가 모여있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 결성에 참여했다가 수배 중인 김희선씨(나중에 국민회의 국회의원 역임) 모습도 보인다.


집회에 참석한 이들 대부분은 차분한 자세이지만, 유독 이재오 대변인만 손발을 꼬고 앉은 삐딱한 모습이다. 재야활동 당시부터 그는 원칙과 소신이 분명한 사람이었다. 얼마 후 이들 대부분은 진보정당 재건을 기치로 민중당을 창당하며 제도권 정치세력에 나섰다. 이우재(상임대표) 장기표(정책위원장) 이재오(사무총장) 조춘구(대외협력위원장) 정태윤(기획조정실장) 등이 그것이다. 사진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김문수 현 경기지사도 당시 민중당 노동위원장을 지냈다.


하지만 진보정당 재건을 위한 민중당 실험은 실패했고, 이들 대부분은 1992년 그들이 타도하려 했던 민자당에 투항했다. 또 일부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 가담하기도 했고, 이재오 의원은 이명박 정권 탄생의 주역으로 실세로 행세하기도 했다.


민중당 출신 정치인들은 특히 박근혜 정권에서 대부분 퇴장하고 있다. 그나마 김문수 경기지사가 차기후보, 김성식 전 의원이 안철수 신당에서 러브콜을 받을 인물로 꼽힐 정도이다. 굳이 꼽으라면 차명진 전 의원과, 허숭 전 경기도 대변인도 있긴 하다.


그런데 이재오 의원이 삐딱하게 박근혜 정권에 각을 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 정치 해설가는 친 이명박과 친 박근혜의 갈등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흘러간 권력과, 새로운 권력의 갈등이라는 관점이다.

하지만 기자는 사진 속의 모습처럼 국민생존권 보장, 자주민주 통일, 국가보안법 철폐 등 자신들이 이루려 했던 초심의 이상을 존중해 주고 싶다. 요즘 세상이 그들이 젊은 시절 이루려 했던 이상과 정반대로 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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