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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편지

묵사발에서 희망 찾기

환경운동연합은 우리나라에서 현대적 의미의 시민단체 중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시민단체에서 보조금을 유용하고 비록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대표가 부정 혐의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국민에게는 충격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장 칼날이 매섭다는 검찰의 구속영장도 헛발질을 합니다만.

어찌됐든 우리 사회에서 한 축을 차지했던 시민단체의 처지가 요즘 말이 아닙니다. 사죄하는 기자회견을 두 번이나 했습니다. 참여정부에서 국정 참여의 동반자임을 자랑스러워하던 그들의 축 처진 어깨하며….

문제는 역시 돈입니다. 이번 문제도 역시 돈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환경운동연합은 세 가지를 국민에게 약속했더군요. 상근자를 축소하는 등 돈 안 드는 조직을 만들고, 그 조직의 사업과 회계를 투명하게 하며, 시민운동을 회원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시민단체가 가지는 비정부적 공익성, 그리고 회원 중심의 자발성 등 본래 NGO 모습으로 돌아가겠다는 겁니다. 그동안 우리 시민단체는 많은 성과를 냈음에도 문제점이 적지 않았습니다. 재벌을 능가하는 문어발식 영역 확대로 상근자가 늘어나고, 더 많은 프로젝트를 수주하려고 정부 지원금은 물론, 관련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아야 했습니다. 여기에 불투명한 회계처리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됐습니다.

그들 상당수는 거버넌스라는 이유를 대며 “우리는 정부의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의 지원을 받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NGO가 정부 지원을 받는다면 관변단체와 무엇이 다를까요. 누구보다 산림 훼손을 감시해야 할 시민단체가 산림조합의 돈을 받는 것이 정당하다고 할 순 없지요. 이런 기회를 틈타 몇몇 사람은 차제에 시민단체를 손봐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특히 정권에 눈엣가시처럼 군 누구누구는 손을 봐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얘기합니다. 실제 모 국회의원은 시민단체를 관변단체화하는 법안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어찌됐든 이번 기회에 우리 시민운동사에 긍정적인 전환점을 마련해야 합니다. 운영이 미흡했으면 이를 보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하고, 너무 오만했으면 반성하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시민사회운동은 건전한 사회를 위해선 필요한 영역이고 앞으로 더욱 발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호 에서는 거의 묵사발된 시민단체를 변명하는 기획을 했습니다. 지금 많은 사람은 그들을 비난하지만 우리는 그들에서 시민운동의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시민운동의 새로운 싹도 발굴해봤습니다. 그랬더니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됐습니다. 그들은 철저히 지역에서, 현장에서, 생활과 밀착해 오만하지 않는 시민운동을 하더군요. 또 과거처럼 피켓 들고 거리에서 구호를 외치는 방식이 아닌 새로운 시민운동 방법도 사용하더군요. 언제나 위기는 기회입니다. 이번 호 에서 대한민국 시민운동의 희망과 미래를 함께 보십시오.

<원희복 편집장 wonhb@kyunghyang.com>

2008/12/16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