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타임캡슐

윤상현의 우지기관총과 이석기 사건의 BB탄

■원희복기자의 타임캡슐(34)

 윤상현의 우지기관총과 이석기 사건의 BB탄 


 전두환씨가 결국 안내고 버티던 추징금을 내기로 했다. 처남을 구속하는 등 검찰의 집요한 추적에 두 손을 든 것이다. 알고 보니 전씨 자식들은 엄청난 재산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출판사를 하며 사회에 기여하는 문화사업을 하는줄만 알았던 장남은 골동품에 미술품까지 손을 댄 사업가였고, 별 직장생활을 않은 두 아들은 엄청난 부동산과 사업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전씨의 장남 재국씨는 검찰청사 앞에서 사과성명을 발표하면서 미납추징금을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장남 재국씨의 검찰청사 앞 사과성명을 보니 25년전인 1988년 11월 23일 전두환씨의 연희동 골목 사과성명이 생각난다. 당시 전씨는 자신의 재산 139억원을 헌납하고 강원도 백담사로 들어갔다. 




 사진은 당시 백담사 주지인 도후 스님과 이야기 하는 전씨 부부의 모습이다. 그때 전씨의 백담사행으로 많은 기자들이 고생했다. 백담사 입구 강원도 용대리는 기자들이 몰려와 숙박시설이 동이났고, 결국 대부분 다방에서 쪽잠을 자야 했다. 특히 사진기자들은 전씨 부부 사진을 찍기 위해 백담사 뒷산에서 한겨울에 야영을 했다.

 그 때 전두환씨의 백담사행은 새로운 권력자 노태우씨와 쇠락한 권력 전씨의 치열한 막후 ‘전쟁’결과였다. 이번 검찰과 전씨 일가가 미납추징금 싸움은 저리 가라고 할 정도로 치열했다. 노태우씨의 권력편에는 박철언 청와대 정책비서관, 최병렬 정무수석, 이원조 의원이 있었다. ‘난로불이 꺼진 것은 난로 가까이 있는 사람이 안다’라는 말이 있듯이 꺼지는 권력 전씨측에는 가족과 몇몇 측근밖에 없었다. 당시 전씨와 끝까지 함께했던 사람은 안현태 경호실장, 장세동 국가안전기획부장, 이양우 변호사 세 사람이다.

 기자는 안현태 전 경호실장으로부터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취재한 적이 있다. 그 때 전씨측을 가장 화나게 만든 것은 주변을 조여오는 일종의 가지치기였다. ‘통큰 스타일’의 전씨측으로선 아주 괴로웠던 것이다. 그 때 가장 울분을 참지 못한 사람이 바로 전씨의 사위 윤상현(현 새누리당 수석부대표)씨였다. 알다시피 윤씨는 현직 대통령의 딸과 85년 6월 청와대에서 결혼식을 올린 최초의 사람이다. 물론 지금 윤씨는 전씨의 딸과 이혼, 전씨의 사위가 아니다.

 특히 윤씨는 어제만 해도 장인 밑에서 굽신거리던 사람이 등뒤에 비수를 꽂는 것에 참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 때 윤씨는 안현태 전 실장에게 ‘이렇게 당하느니 우리도 싸워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며 ‘우지기관총을 달라’라고 했다고 한다. 우지기관총은 청와대 경호실에서 사용하던 성능이 매우 좋은 이스라엘제 소형 기관총이다. 청와대에서 이 기관총을 많이 본 윤씨가 한 정 구해달라고 했던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안 전 경호실장은 “쓸데없이 객기 부리지 말라”고 혼을 냈다고 한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예비 음모 사건에서 녹취록에 장난감 모의 총인 ‘BB탄을 개조해 싸우자’고 한 대목에 국민들이 경악했다. 녹취록의 진위 여부를 떠나 이 BB탄 발언은 이석기 의원이 아닌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의 발언이다. 녹취록 발언 맥락도 전쟁 발발전 미리 구금하는 ‘예비검속’ 에 대항하자는 것이다. 6·25때 이 예비검속으로 구금한 수십만 명을 재판없이 처형한 것이 바로 보도연맹 사건이다. 이 보도연맹 사건은 공권력의 남용으로 드러나 현재 국가가 배상하고 있다.

 어찌됐든 이런 기준에서 보면 이석기(실제는 이상호 고문) 내란예비 사건에서 장난감 BB탄을 개조하자는 것보다 윤상현씨가 청와대 경호실에서 사용하는 우지기관총으로 대항하자는 것이 훨씬 더 충격적 아닐까? 똑같은 말뿐인데 장난감 BB총보다 실총인 우지기관총으로 정부에 맞서자는 것이 훨씬 내란의 현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내란예비 사건의 공소시효는 어떻게 되나 모르겠다.

 지금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를 당에 전달하는 창구격인 ‘실세중 실세’라고 한다. 특히 윤 의원은 ‘우지기관총을 달라’고 했던 것처럼 새누리당 강경파를 주도하고 있다. 윤 의원은 이석기 의원 구속을 주도하며 과거 자신의 행동이 생각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