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새벽 경기도 포천에서 또 한명의 소방관이 순직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숨진 소방관이 응급환자를 전담하는 구급대원이지만 화재 진화작업에 나섰다가 무너지는 건물에 깔려 숨진 것입니다. 구급대원은 응급환자나 화재시 부상자를 응급처치하고 후송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불이 나면 불을 끄는 진화대원, 응급대원이 함께 출동합니다. 불이 번지는데 진화에 숙달되지 않은 대원이 투입되면 사고가 날 우려가 많습니다. 최근 5년간 전국적으로 37명의 소방관이 순직했습니다. 부상을 당한 소방관은 1666명(지난해 말 집계)이 훨씬 넘습니다.
소방관들이 공장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소방방재청 제공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누구보다 강조하겠다며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이름을 바꾸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름만 바꾸면 뭐합니까. 말로만 안전을 외친다고 안전해 집니까? 국민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갖추고, 적절한 예산을 지원하고, 관련자들의 사기를 북돋아줘야 안전이 제도적으로 정착되지 않을까요.
박근혜 정부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니, 이 문제를 면밀히 들여다 보지요. 일단 소방관, 사람 문제입니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 최일선에 있는 사람이 바로 소방관입니다. 화재가 나도, 지진·태풍이 불어도, 교통사고가 나도, 익사사고가 나도, 심지어 멧돼지나 벌떼가 나타나도 119 소방관이 출동해 해결합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연간 2백70만건의 재난·재해 현장에 소방관이 출동합니다. 2011년 통계에 의하면 화재 4만3875건, 구조 43만1912건, 구급 2백3만4299건, 생활안전 17만2740건의 안전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요즘에는 구미 불산누출사고, 연평도 포격과 같은 환경·안보 사고에도 출동합니다.
그런데 소방관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지난해 말 현재 전국의 소방관은 3만8391명입니다. 그런데 본부 근무자 200여명만 국가직이고 나머지는 지방직입니다. 소방관 대부분 17개 시·도에서 임용해 월급을 주는 것이지요. 그런데 지방자치단체가 돈이 없어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현재 모든 공무원은 3교대를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3교대는 2002년부터 격무부처부터 시행돼 2006년 모든 공무원에게 적용하고 있지요. 그런데 2008년 소방관의 3교대 비율은 30%에 불과했습니다. 그나마 2010년에 전체 소방관의 89%가 3교대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 3교대 비율은 91.6%입니다. 지금도 8.4%의 소방관이 아직 2교대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소방관의 3교대 비율은 자치단체 재정력, 또 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다릅니다. 재정형편이 좋은 서울시의 3교대 비율은 66.8%밖에 안됩니다.
사람이 없어 2교대를 시켰으면 수당을 주면 되지요. 법에 정한 휴일이나 초과근무수당을 주면 참고 일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수당도 안줍니다. 시간외 수당을 주지 않자 9000명에 가까운 소방관들이 집단으로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수당지급 소송을 했습니다. 웃기지 않습니까. 공무원 수당을 못줘 지방자치단체장이 ‘임금체불’로 피소되는 현실이.
재판부도 당연히 “예산부족을 이유로 수당을 주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며 “밀린 이자까지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전국적으로 안준 수당이 무려 5천400여억원이나 됩니다. 법정 연체이자 20%까지 줘야 하는 자치단체는 소방관들을 회유하고 인사를 무기로 겁박하다 이젠 “내 배를 째라”고 나오고 있습니다.
2011년 기준 전국 소방예산은 2조6566억원 정도입니다. 이중 국비는 1.8%인 473억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합니다. 그런데 자치단체는 신형 장비를 구입은 고사하고 수당도 못주니, 소방방재청은 ‘국비를 지원하자’고 기획재정부를 찾아갑니다.
그러나 기재부는 꿈쩍도 안합니다. 논리는 “소방업무는 ‘지방업무’이니 자치단체 예산으로 해야 한다”는 겁니다. 현장성이 강한 소방업무는 자치단체 업무로 분류돼 있는 겁니다. 참 웃긴 행정편의적 논리이죠. 아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업무에 지방사무, 국가사무가 따로 있습니까?
외국의 경우 소방에 대한 예산은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중앙정부가 많이 부담합니다. 호주는 국비지원률이 86.8%, 프랑스는 78.4%, 철저한 연방국가인 미국도 국비지원이 15.9%나 됩니다. 일본도 17.7%나 지원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겨우 1.8%입니다.
결국 지난해 소방방재청이 신청한 예산은 모조리 삭감됐습니다. 바로 박근혜 당선인이 속한 새누리당이 그랬습니다. 박근혜 당선인님, 소방관을 대폭 늘리겠다고 공약하셨지요. 공약 이전에 매년 4000명씩 5개년 계획으로 2만명의 소방관을 늘리는 계획이 서 있습니다. 그것을 지키느냐 마느냐의 문제이지요.
전국의 소방관들은 지금 “박 당선인님, 우리좀 살려주세요!”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뉴스브리핑
안기부 X파일 노회찬 의원 의원직 상실
검사가 재벌에게 돈을 받은 사실을 폭로했던 진보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유죄판결을 받고 의원직을 상실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14일 국가안전기획부 도청 녹취록을 인터넷에 올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된 노 의원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4년,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실형을 선고받은 노 의원은 이날 의원직을 상실했다.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노회찬 의원이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 의원은 2005년 국회 법사위 회의에 앞서 안기부 X파일로 불린 불법도청 테이프에서 삼성그룹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언급된 안강민 전 서울지검장을 비롯한 전·현직 검사 7명의 실명을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하고 이를 인터넷에 올린 혐의다. 대법원은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에 해당하지만 이를 인터넷에 올린 부분은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날 대법원 판결에 대해 노 의원은 “뇌물을 줄 것을 지시한 재벌그룹 회장, 뇌물수수를 모의한 간부들, 뇌물을 전달한 사람, 뇌물을 받은 떡값검사들이 모두 억울한 피해자이고 이들에 대한 수사를 촉구한 저는 의원직을 상실할 만한 죄를 저지른 가해자라는 해괴망직한 판결”이라며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하면 면책되고, 인터넷을 통해 국민에게 공개하면 의원직을 박탈하는 시대착오적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대한변협…오세훈 전 서울시장 수사의뢰
대한변호사협회 산하 ‘지자체 세금낭비조사 특별위원회’(위원장 박영수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는 14일 제1차 활동결과 발표회를 열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업무상 배임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 하기로 했다.
특위는 그 이유로 “세빛둥둥섬 조성은 협약 체결 과정에서 시의회의 동의 절차 미이행, 추진 근거법령 미비, 민간 수익사업에 참여할 수 없는 SH공사의 사업 참여 결정, 총사업비 변경 승인 과정의 부적정 등등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수사요청 대상자는 오 전 시장과 행정부시장, 한강사업본부장, 한강사업기획단장, 사업총괄부장 및 SH공사 사장과 이사 등 12명이다.
박 위원장은 “오 전 시장은 민자사업이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실제 민자사업으로 진행되면서 법적으로 요구되는 절차는 지키지 않아 배임 혐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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