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헌법재판소장의 ‘줄사탕 비리’에 이어 김용준 총리 후보자마저 비리가 연이어 드러나고 있습니다. 여기서 국민들은 “평생 고독하게 재판서류와 싸웠다는 판사들이 뒤에서 부동산 투기·자식 병역면제·심지어 횡령같은 범죄를 저지렀다니…”하며 허탈해 합니다.
그런데 이런 ‘하자있는’ 사람을 추천한 사람들은 “청문회가 도살장 같다”(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느니, “사람에게는 공과가 있고 흠도 있고 장점도 있다”(황우여 대표)면서 감싸고 있습니다.
이한구 원내대표 말대로 정말 우리나라 인사청문회는 ‘도살장’ 일까요? 야당 청문위원이, 언론이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천만에 말씀입니다. 인사청문회의 본산으로 청문회가 일상화 된 미국의 경우와 비교하면 우리의 인사청문회는 그야말로 ’솜방망이’ 입니다.
미국 인사청문회 기준으로 보면 이동흡이나, 김용준 후보자 같은 사람은 애당초 지명될 수도, 또 스스로 지명되겠다고 나서지도 않을 겁니다. 자신만 아는 ‘구린 구석’이 있는 사람은 하라고 해도 사양할 것입니다. 그 이유는 미국의 인사청문회는 ‘도살장’보다 훨씬 혹독해 거의 ‘염라대왕 심사’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2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 선서를 한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출처 : 경향DB)
최근 한 인사전문가, 그러니까 공무원의 인사를 전담하는 행정안전부 인사실장이 쓴 책이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인사청문회의 이해와 평가>-미국제도 분석과 한·미 비교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을 재정리해 최근 발행한 책으로 미국의 인사청문회를 세부적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요즘 당선자로부터 입각 전화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인기’라고 하네요.
인사청문회의 평가 (출처: 경향DB)
그런데 여기에 소개된 미국의 인사청문회 제도를 보면 우리 인사청문회는 정말 흉내 수준, 조족지혈(鳥足之血)입니다. 미국의 인사청문회는 ①과거 자료조사 ②평판 확인 ③면접 평가 3단계로 합니다. 우선 과거조사 항목을 보지요. 우리나라는 청문회 대상자가 제출하는 본인 이외 서류는 병역(직계 존·비속) 재산신고, 납세실적(배우자·직계 존·비속) 등 불과 7가지만 제출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직계 존·비속 서류는 물론이고, 전 직장 상사 인적사항, 이혼한 전 부인, 친·의붓 부모, 친·이복·이종 형제의 인적사항까지 제출해야 합니다. 심지어 집안에서 고용한 가정부와 정원사와 같은 고용부의 인적사항까지 작성해 제출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마을에서 대인관계를 알기 위해 과거 7년 동안 거주지별로 알고 지낸 이웃 1명씩의 인적사항을 제출해야 합니다. 주소를 4번 옮겼으면, 옮긴 주소마다 이웃집 사람을 적어 내야 합니다. 그 사람에게서 평소 이웃과 어떤 관계를 가졌는가를 알기 위해서지요.
자, 어떻습니까. 과거 부동산 투기를 위해 살지도 않으면서 주소지만 옮긴 사람들, 이웃을 댈 수 없겠지요. 집안에서 고용한 가정부까지 조사하니, 자신의 식성까지 파악할 겁니다. 이혼한 전 부인까지 조사하니 이혼 사유 등 사생활도 당연히 공개되지요.
게다가 이런 기본적인 도덕성 검사를 어디서 하느냐? 바로 미 연방수사국(FBI)에 있는 특별조사 및 신원조사팀이 합니다. 이 연방수사국 조사는 아주 기초적 사안으로 객관적 사실관계만 적시합니다. 분석이나, 적격여부는 따지지 않지요. 그 적격여부는 또 별도로 따집니다. 최소한 이런 기초적 사실관계만 파악했더라면 이동흡 헌재 소장 후보자, 김용준 후보가 여기를 통과했겠습니까?
두 번째로 평판 확인입니다. 여기서도 빠져나갈 구멍이 없습니다. 과거와 현재의 조직에 있던 사람을 폭넓게 만나 해당자의 리더십이나, 관리 역량, 인간성까지 파악합니다. 조직내 다면평가자료, 직원 여론, 탐문 증언 등을 합니다. 여기서 오로지 자신의 출세를 위해 아부하고, 위만 바라보는, 그러면서 조직을 망가뜨리는 사람을 걸러냅니다.
이동흡 헌재 소장 후보자는 자신이 근무했던 헌재내에서 90% 가까운 사람이 ‘그 사람 안돼’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자신이 근무했던 직장에서도 ‘노(N0)’ 하는 이동흡 같은 사람은 애당초 후보자에 낄 생각도, 또 내정할 생각도 못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본인을 놓고 직접 면접하면서 태도나, 이념적 지향성, 그리고 직무에 대한 열정이나, 비전 등을 보는 것입니다.
인사청문회가 너무 꼼꼼해 언제 인사를 하느냐구요? 그렇습니다. 당연히 늦습니다. 제41대 부시정부와 제42대 클린턴 정부는 정부출범후 인사를 완료하는데 무려 8개월 걸렸습니다. 어떤 때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상원 인준까지 1년도 걸린다고 합니다. 미국은 ‘하자가 있는 사람을 쓰느니 늦더라도 정직한 사람을 쓰는 것이 국가와 국민에게 이익이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확고한 전통 때문에 젊어서부터 공직에 진출하려는 사람은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합니다. 자질구레하지만 전과 14범이 공직에 나서겠다는 것은 꿈을 꾸지도 못합니다. 높은 직위에 오르려는 공직자는 말단부터 개발정보를 이용해 투기를 하겠다는 생각을 못합니다. 장관 하마평에 오르면 “자신의 사생활을 지키기 위해 공직에 나서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사양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미국이 사회저변, 특히 공공부분에 부패가 없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미국 국민이 정부를 믿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겁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국민에게는 ‘법대로’를 요구하고 높은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범법’을 일삼으니, 고위 공직자가, 정부가 존경을 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문제, 비리 등을 적당히 봐주면 안됩니다. 오히려 인사청문회를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그것이 국민이 존경받는 나라를 만드는 첫걸음입니다.
■뉴스브리핑
→신구권력 갈등? 천만에 ‘배째라’이지
이명박 대통령은 29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이날 사면된 사람은 박희태 전 국회의장,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 등 55명이다. 여기에는 측근 정치인과 공직자, 경제인, 교육·문화·언론·노동계와 시민단체 인사, 심지어 용산참사 사건 관련자도 ‘구색맞추기’로 들어갔다.
이에 대해 박근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번 특별사면에 부정부패자와 비리사범이 포함된 것에 대해 박 당선인은 큰 우려를 표시했다”며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대통령 권한을 넘어선 것으로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특별사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신·구 권력의 갈등, 파워게임의 시작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보다 정확하게는 구권력의 ‘배째라식 배짱’이라는 것이 더 정확하다. 비록 힘은 없지만 마지막 권한이 있을 때까지 챙기겠다는 MB정부의 특징 그대로라는 것이다.
이마트 불법사찰 수사촉구 (출처 :경향DB)
→노동·시민단체 이마트 고발
민주노총,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와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은 이마트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위반했다며 29일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이마트는 전 직원을 노조 개입 정도에 따라 문제 사원, 관심 사원, 여론주도 사원, 가족 사원 등으로 분류해 불법 사찰을 해왔다”며 “이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로, 서울지방노동청이 엄정하게 수사해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마트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도 이날 사측을 업무방해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했다. 고발된 사람은 정용진(45) 신세계 부회장과 허인철(53) 이마트 대표이사 등 신세계·이마트 관계자 10여명이다.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22일 인수위원회 앞에서 이마트 불법사찰 등에 대한 수사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뇌물·횡령 기업주 세금 대폭 부과
국세청은 성실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주요 사후검증항목’을 선정해 예고한다”고 29일 밝혔다. 사후 검증 항목은 △정규 증빙 없는 가공비용 계상 △합병·분할 등 자본거래 통한 지능적 탈세 △연구개발(R&D) 세액공제 등 공제감면세액 부당 신청 △공제한도를 초과한 외국납부세액공제 등이다.
특히 올해 형사사건 확정판결문에서 드러난 뇌물과 기업주 등의 횡령금과 관련 법인세와 대표이사 인정 상여(근로소득) 신고 누락을 철저히 검증하기로 했다. 사주나 대표이사가 챙긴 횡령금은 소득으로 간주해 과세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금까지 뇌물과 기업주 등의 횡령금과 관련한 법인세, 근로소득세 처리를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기업주와 경영인을 철저히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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