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에 입교하면 다음과 같은 선서를 합니다. “…본인은 대한민국의 번영과 자손만대 안전을 위하여 조국과 민족에 충성을 다한다 … 신의와 명예를 존중하고 인화단결하여 소아를 버리고 대아를 위하여 …사관생도로서의 중임을 완수한다.”
군인이 되기 위해서는 사관생도부터 신의와 명예를 존중해야 합니다. ‘신의와 명예.’ ‘자신의 이익보다는 대의’를 생각하는 것은 장교에게는 더욱 필요한 것이겠지요. 사관학교는 노블리스오블리주의 상징입니다.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장교가 되면 임관선서를 합니다. 그 내용은 “대한민국 장교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충성을 다하고 헌법과 법규를 준수하며 부여된 직책과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입니다.
이렇듯 김병관 국방부장관 내정자는 신의와 명예, 자신의 이익보다는 대의를 생각하고, 법규를 준수하기로 선서한 사람입니다. 김 내정자는 육사를 수석 입학하고 수석 졸업했으니 입교시 선서와 임관시 선서를 대표로 했을 것입니다.
군대에 가면 ‘군인의 길’이라는 것을 외웁니다. “나는 영광스런 대한민국 군인이다”라고 시작하는 이 군인의 길을 소리쳐 외칩니다. 공직자나, 기업인 어디에도 ‘공직자의 길’ 이나 ‘기업인의 길’이라는 것을 정하거나, 그것을 암송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군인의 길’은 아예 법령(국방부 훈령 1056호)에 정해놨습니다. 그것은 군인이란 다른 직업과 달리 특별한 무엇, 바로 명예와 조국에 대한 충성을 중요시 하기 때문입니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가 굳은 표정으로 임시 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김 내정자는 군인으로서 최고 영예라고 할 수 있는 4성장군 계급장을 달았습니다. 별 넷, 말 그대로 대장입니다. 그런데 요즘 그에게 쏠리는 의혹을 보면 명예와 신의, 법규와 조국 등의 단어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지금 거론되는 그의 비리의혹을 나열하면 10가지가 훨씬 넘습니다. ①무기거래업체 로비스트 ②부대위문금 부적절한 관리 ③뇌물혐의 부하 부적절한 처리 ④변칙 증여로 세금 탈루 ⑤위장 전입 등 주민등록법 위반 ⑥아들 취업 특혜 ⑦아들 회사에 대형사업 수주 의혹 ⑧부인 방위산업체 투자 ⑨기업체 사외이사 ⑩건강식품 광고
야당은 아직 중요한 것이 남아있다고 말하고 있어 또 무슨 비리가 폭로될지 모릅니다. 그에 비리 의혹에 대해서 언론은 ‘눈덩이 의혹’, ‘의혹 백화점’, ‘양파껍질 벗겨지듯’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본인은 물론, 부인, 아들까지 온 가족이 특혜와 탈법으로 얼룩진 것입니다. 오죽했으면 야당이 “본인의 직위와 업무를 일가족의 사적 이익을 위해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라고 평가했겠습니까.
많은 사람들은 “저런 사람이 어떻게 별 넷을 달을 수 있느냐”고 의아해 하면서 “대한민국 군인이 다 저러냐”고 비아냥 거립니다. 그를 가리켜 ‘군대의 이동흡’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동흡은 알려진 대로 헌법재판소장에 지명됐다가 각종 비리가 드러나면서 낙마한 그 사람입니다.
군 내부에서 김 내정자의 군시절 비리 제보가 국회 인사청문위원회에 쇄도한다고 합니다. 그것은 김 내정자가 군에서도 존경받지 못했던 인물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지요. 나아가 그의 장관 임명에 군 내부에서조차 당혹해 한다고 합니다. 군의 자존심 이렇게 망가진 것은 아마 율곡비리 사건이후 처음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율곡비리란 1993년 군 전투력 증강 사업인 ‘율곡사업’에 군장성 50여명이 군수업자들에게 뇌물을 받아 사법처리된 사건입니다. 이때 국방부장관이 구속되는 등 군의 위상이 크게 추락했지요.
이런 사람이 장관이 되면 군대의 사기가 오르겠습니까? 이런 사람이 60만 대군을 지휘할 수 있겠습니까? 야당에서는 고위 공직자가 되기 부적절한 4가지 불가론을 들었습니다. 그것은 ①위장전입, 탈세 등 법 어기기 ②부끄러움 모르기(후안무치) ③부하(남)에게 책임 돌리기 ④임명권자만 쳐다보며 버티기라고 합니다. 그런데 김 후보자는 이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김 내정자에 대해 야당은 물론 여당내에서도 “좀 어렵지 않느냐”는 분위기가 많습니다. 심지어 ‘고소영’ 내각으로 조롱을 받았던 이명박 정부의 이동관 홍보수석조차 이번 조각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까. 결국 ‘언론계의 윤창중, 법조계의 이동흡, 군문에선 김병관’ 등 해당분야에서 최악의 인물을 꼽았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최악의 인물을 찾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합니다. 김병관 후보자가 그나마 마지막 남은 쥐꼬리만한 명예, 그리고 ‘군인의 길’을 지키기 위해선 ‘자진사퇴’ 그 길밖에 없어 보입니다.
■뉴스 브리핑
경제민주화 없는 국정목표 발표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①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②맞춤형 고용ㆍ복지 ③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 ④안전과 통합의 사회 ⑤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구축 등 5대 국정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21개 국정전략을 정하고 140개 국정과제를 실행키로 했다.
21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 브리핑룸에서각 분과 간사들이 국정 비전-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이중 논란이 많은 노령연금의 경우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통합한 ‘국민행복연금’을 내년 7월부터 소득수준에 따라 매월 4만∼20만원 지급하기로 했다. 또 대검찰청 중수부는 올해 내 폐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초 공약집에 담겨있던 경제민주화는 ‘원칙이 바로선 시장경제질서 확립’이라는 애매한 내용으로 정리됐다.
가계부채 증가율 경제성장률의 13배
한국은행은 21일 ‘2012년 4분기 중 가계신용’ 발표에서 작년 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신용은 959조40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전분기보다 23조6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고치다. 가계신용은 금융기관에서 빌린 대출과 카드·할부금융사의 외상판매를 합한 것이다. 여기에 금융권 이자를 더하면 가계부채 총액이 된다.
가계대출은 900조6천억원으로, 처음 900조원을 넘어섰다. 문제는 지난해 4·4분기 가계신용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5.2%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0.4%의 13배로 경제 성장보다 훨씬 빠르게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안기부 X파일 재공론화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등 20여개 단체는 2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우리도 기소하라’ 캠페인을 전개하기로 했다. 캠페인은 삼성그룹이 정관계 인사에게 뇌물을 전달하는 내용을 도청한 이른바 ‘안기부 X파일’을 재공론화하고, 여기에 등장하는 ‘떡값 검사’ 명단을 다시 유포한다는 것이다.
이 단체관계자는 “많은 시민이 노회찬 대표의 ‘떡값 검사’ 명단 공개를 지지하고 ‘사주’했으므로 검찰이 이들도 기소해 보라는 저항권의 표출”이라며 “지금까지 알려진 X파일 내용과 검사 명단을 온라인에 일제히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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