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삼권의 하나로 정립시키며, 교섭단체인 정당 간에 서로를 국정의 동반자로 인정하고, 상호 존중과 신뢰를 기반으로 새로운 정치상을 이끌어 내십시다. 이제는 직권상정 제도가 없기 때문에 대통령도 여야를 설득해야 합니다. 삼권분립에서 정부와 국회의 정당한 관계가 아닐 수 없습니다.…여야 사이도 이제는 전략과 전투력보다는, 국민과 상대 당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느냐 하는 대화와 협상의 정치력이 발휘되어야만 합니다.”
참 구구절절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누가했을까요?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대위원장, 아니면 박기춘 원내대표가 했을 것이라 생각하지요? 천만에요. 바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한 말입니다. 그것도 바로 지난 9월 4일 정기국회 국회본회의장에서 공식적으로 한 당 대표 연설입니다. 국회본회의 속기록에 똑똑히 명시된 ‘명연설’입니다.
지난해 국회는 국회의 품격을 한단계 높이는 국회선진화법을 제정했습니다. 다수당인 새누리당, 그것도 지금 황우여 대표가 앞장서 만든 것이지요. 이른바 몸싸움방지법으로 불리는 이 법으로 우리 정치는 한단계 업그레이드 됐다고 자찬했습니다. 국회존중, 정당간 국정의 동반자, 대통령도 여야를 설득해야 한다…지금 정치에서 가장 필요한 대목들 아닙니까?
그런데 이 ‘명연설’을 한 황 대표의 새누리당에서는 7일 전혀 새로운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심재철 최고위원은 “이른바 선진화라는 거짓말로 분칠된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우려했던 식물국회, 식물정부가 현실화되기 시작했다”며 “한마디로 소수파의 발목잡기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소수파 발목잡기법’이라고 얘기할 수 밖에 없다”고 비난했습니다. 바로 옆에 이 법을 주도한 황 대표는 침통한 표정으로 앉아 있습니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사진 왼쪽)이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선진화법을 비난하자 황우여 대표(오른쪽)가 머쓱한 표정을 짓고 있다.
심지어 이인제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선진화법은 아주 잘못된 것이 법으로 다수결의 원리 자체를 봉쇄해버렸다는 점”이라며 “하수구가 없는 부엌과도 같은 상황”이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 법 제정당시 황우여 대표는 “이 법은 다수결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적 가치를 새로 살리는 일”이라고 큰 의미까지 부여했습니다. 그런데 그 ‘헌법적 가치를 살리는 새로운 법’이 6개월만에 ‘하수구 없는 부엌’로 전락했습니다. 하수구가 없는 부엌은 구정물이 가득차 온갖 악취가 진동하는 시궁창을 말하지요. 이인제 의원님, 참 비유도 ‘품위있게’ 하십니다.
게다가 지난해 만들어진 국회선진화법은 올들어 처음 적용되는 법입니다. 아직 한번도 적용된 적이 없는 법이지요. 한번도 적용해보지도 않고 법을 재개정해야 한다? 법이 장난도 아니고, 이건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 아무리 조변석개하는 세상이라도 한번은 시행해 보고 고쳐도 고쳐는 것이 최소한의 양심이지요.
솔직이 말해 법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여야 합의를 무시하는, 정치가 문제 아닙니까. 더 정확히는 ‘정치를 실종시키고 통치만 남긴’ 청와대가 문제의 원인 제공자이지요. 최고의 가치로 치켜세우다가 불과 6개월만에 구정물 취급하는 작태,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있으면 그럴 수 있을까요. 이런 정치인의 파렴치함, 우리 아이들이 배울까 걱정입니다. 솔직이 이런 말을 하는 정치인들도 속으로는 머쓱 할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지금 정부조직법상 방송문제가 이렇게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방송업무는 독임제 장관 소속이 아닌, 합의제 방송위에 있어야 하지 않나요? 합의제 행정위원회 제도는 이런 상황 때문에 만든 겁니다.
■뉴스브리핑
시민단체 김병관 국방장관 내정자 ‘안돼’
시민단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은 7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의 즉각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이 단체는 김 내정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해 “김 내정자가 8일 국회 인사청문회 전에 사퇴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만약 끝내 청문회에 오른다면 국회는 나라 위신과 국민 자존심을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 반드시 낙마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도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들에게 김 장관 내정자에 대한 반대 입장을 담은 인사의견서를 제출했다. 참여연대는 김 후보자를 반대하는 이유로 △무기중개업체 근무 경력을 가진 후보자에게 국방부 장관의 공정한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어렵다 △군대내 자살문제와 군 정신교육의 정치편향을 개선하지 못할 것이 우려된다 △부동산 투기와 증여세 탈루, 공사업체 금품수수 등의 전력을 가진 김 후보자는 고위 공직자로서의 청렴성과 준법성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도·소매, 음식업 가장 취약
자영업자 폐업의 절반 이상은 도·소매업과 음식 업종인 것으로 드러났다. 기획재정부는 7일 ‘최근 자영업자 동향과 시사점’에서 지난 2011년 음식점업에서 1년간 18만9000명이 창업하고 17만8000명이 폐업해 창업 대비 폐업률(94.3%)이 전체 평균(85.0%)을 크게 웃돌았다고 밝혔다.
올해 자영업자 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2만1000명 줄어 18개월 만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가 올해 모두 50대로 진입해 은퇴 후 자영업에 진출하는 50대 이상 인구 증가가 줄었기 때문이다. 또 정년 연장과 퇴직 후 재취업으로 임금 근로자의 근속 기간이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강동희 감독 검찰 출두…혐의부인
승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프로농구 강동희 감독이 7일 의정부지검에 출두했다. 의정부지검 형사5부(유혁 부장검사)는 이날 강 감독을 상대로 구속된 브로커 최모(37)씨로부터 돈을 받은 경위와 액수, 실제 승부조작에 관여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프로농구 승부조작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동부 강동희 감독이 7일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지방검찰청으로 출두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강 감독은 검찰에 들어가기에 앞서 “돈을 받지 않았다. (최씨와는) 10년 전부터 금전관계가 있었다”고 혐의 사실을 부인했다. 강 감독은 브로커 최씨로부터 승부조작을 대가로 3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다. 4대 프로 스포츠를 통틀어 현역 감독이 승부 조작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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