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박근혜 정부가 공식 출범했습니다. 화려한 한복을 입은 여성 대통령에 팡파르, 멋진 출범식입니다. 그런데 내막을 보면 ‘새정부 출범’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어수룩합니다. 정부 출범에 걸맞는 총리도, 국무위원도 한명도 임명못해 국무회의도 열지 못하는, 법대로 따진다면 새정부가 아닌 ‘헌정부’ 입니다. 1월 31일 본란에서 얘기했듯이 참으로 ‘준비안된 정부’, 그것입니다.
한복을 입은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희망의 열리는 나무’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새정부 출범이 뒤죽박죽 된 것은 정부조직법을 미리 개정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공무원들은 ‘정부조직이 너무 자주 바뀐다’며 불만이 많습니다. 정부조직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미국 대통령 경호를 자주 예로 듭니다. 미국은 1776년 독립이후 수백년간 대통령 경호를 우리로 치면 재무부(관세청)에서 했습니다. 백악관 경호실이나, 국방부, FBI도 아닌 재무부에서 경호를 담당했다는 겁니다.
왜일까요? 미국은 밀주를 단속하던 관세청 직원이 갱들과 치열하게 전투를 많이 했다고 합니다. 자연히 첨단 총기와 정예요원이 관세청에 배치됐고 이들이 대통령을 경호하게 됐다는 겁니다. 더이상 갱들과 전투를 하지 않고, 많은 대통령이 암살되고 또 암살기도가 있었지만 관세청에서 대통령 경호를 담당했다는 겁니다. 이 전통은 2001년 9·11테러가 나서야 바뀌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미국이 정부조직 개편을 자주 하지 않는다는 사례로 인용되곤 합니다. 사실 정부조직 개편, 즉 제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운영이 중요합니다. 정부조직법은 대통령이 자신의 이념이나 공약 등을 실현하기 위해 정책의 실행자인 정부 조직을 개편하는 것입니다. 통상정책을 외교부에서 담당하든지, 산업자원부에서 담당하던지 그것은 새정부가 할 일로 굳이 시비를 걸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정부조직 개편작업은 이전 정부, 혹은 야당이 승인해 주는 것이 관례입니다. 그래서 정부 여당은 ‘정부 출범의 발목을 잡는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쟁점이 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대통령의 지시로 운영되는 독임제 부처와 달리 합의제 위원회라는 것이 있습니다. 전문성이 없는 공무원보다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야 하는 경우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경우는 위원회를 운영합니다. 행정에서 전문성과 합의성을 강조하는 선진적 제도이지요.
지금 정부조직개편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방통위는 장관급 행정위원회로 여야가 추천하는 위원들이 위원회를 구성, 합의로 정책을 수행합니다. 방송과 통신정책이 여론형성 등 정치적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지요. 지금 방통위도 과거 정권이 공보처를 두고, 방송정책을 일개 장관이 좌지우지하던 시절에 대한 반성에서 2000년 이렇게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이 방통위 기능 대부분을 미래창조과학부로 옮기자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 아래 두자는 것이지요. 여당은 방송통신 진흥을 위해서라고 하고, 야당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 공보처로 되돌아 가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편파적인 방송 때문에 지난대선에서 패배했다고 생각하는 야당의 입장에서는 동의할 수 없는 것이지요.
어떤 권력도 방송과 통신을 장악하고 싶어하지요. 쿠데타를 하면 방송국을 제일먼저 장악할 정도로 중요하지요. 이명박 정부도 멘토인 최시중 위원장을 임명하듯이 매우 중요한 자리입니다. 물론 최시중 위원장 시절 방통위의 합의제 원칙을 훼손했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그래도 장관직속으로 두겠다는 생각은 안했습니다.
방송을 진흥시켜 주겠다는데 방송관련, 언론관련 시민단체는 방통위의 미래부 이관을 반대합니다. 지원을 늘려 세계적 경쟁력을 갖게 해주겠다는데 왜 반대할까요. 게다가 이해 당사자인 방송은 꿀먹은 벙어리입니다. 자신의 이해가 달린 문제이고, 육성해주겠다는데 적극 찬성 입장을 밝혀야 정상 아닐까요? 더구나 방송 때문에 정부조직법 개정 작업을 못하고, 결국 새정부 출범도 늦어지는데요.
당사자는 묵묵부답, 관련 단체는 반대하는 진흥 정책, 어딘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뉴스 브리핑
스마트폰 출하액 PC 넘어서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와 금융투자업계는 25일 올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액이 2396억달러로 PC(2186억달러)를 처음으로 앞지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액은 2045억달러로 PC(2274억달러)보다 229억달러 적었다. 그러나 올해 스마트폰 출하액은 작년보다 17.2% 늘어나고 PC는 3.9% 줄 전망이다.
스마트폰과 함께 태블릿PC 인기도 더욱 높아져 올해 출하액이 635억달러로 작년보다 9.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문가들은 IT제품의 경우 PC는 메모리 용량이 한계에 도달했고, TV는 스마트TV로 진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스마트폰을 추격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매출액이 올해 애플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민 10가구중 1가구 가계부채 한계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12년 가계금융ㆍ복지조사(부가조사)’ 결과, 금융기관 대출을 받은 가구는 전년도보다 3.1% 포인트 증가한 57.1%로 나타났다. 대출용도는 주택마련이 34.3%로 가장 많고, 생활자금 25.4%, 전월세보증금 12.6%, 사업자금 12.2% 등 순이다.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가계 총수입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과다부채가구는 부채 보유 가구의 13.1%, 전체 가구의 7.7%다. 대략 10명중 1명은 가계부채에 한계 상황까지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소득과 담보·신용 때문에 은행에서 원하는 만큼 돈을 빌리지 못해 45.4%는 금리가 높은 제2, 제3 금융권으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믿음 주기에는 너무 모자란 정부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24일 박근혜 정부 인사를 혹평하는 ‘박근혜 정부의 불안한 출발’이라는 제목의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이 교수는 박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대탕평, 대통합에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다”고 전제하면서 “감동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맥 빠지게 만드는 인사”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그 이유에 대해 ‘대통합 정신이 발휘되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잘 선택한 것 같지도 않고’, ‘도덕적 결함이 없는 깨끗한 사람들만 모아놓은 것 같지도 않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못난 지도자는 훌륭한 사람을 골라 쓰지 못하고 자기 주위에 믿고 일을 맡길 만한 사람이 없다는 투정만 한다, 못난 지도자는 쓴소리 하는 사람을 멀리 하고 아첨배에 둘러싸이는 걸 좋아한다, 못난 지도자는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포용하지 못하고 타눌러야 할 적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이런 못난 지도자는 모든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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