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행정안전부의 한 전직 공무원이 쓴 회고록의 일부입니다.
“여기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은 주식백지신탁제도의 도입을 추진한 일이다. 공직자가 직무상 취득한 정보를 이용하여 주식을 거래함으로써 부당한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마련하여 입법을 추진한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주식을 신탁토록 구상하였었는데 기자간담회 과정에서 경향신문 원희복 기자가 신탁만 해봤자 자기 이익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할 것은 뻔하니 소용없지 않냐고 코멘트하는 것을 듣고 난 뒤 단순한 신탁을 백지신탁(수탁기관에서 주식처분)으로 개선한 것이 잊혀지지 않는다. 이러한 업무혁신노력을 인정받아 나는 1년 여 만인 2004년 5월 감사관에서 기획관리실장으로 행자부에서 유례가 없는 파격적인 승진을 하였다.”
이는 이상호 전 지방자치국제화재단 이사장이 2003년 행안부 감사관으로 주식백지신탁제도를 도입할 당시 회고록 대목입니다. 이 전 감사관은 행시 18회로 ‘미스터 규정’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엄격한 공직자였습니다. 지방에 있던 그는 노무현 정부들어 김두관 행안부 장관에 의해 전격 행안부 감사관으로 발탁됐습니다. 행안부 감사관은 공무원의 윤리와 복무를 감찰하는 주요 보직입니다.
이 회고록에는 주식백지신탁 제도를 도입할 당시 정부의 고민과, 문제를 제기했던 기자의 실명이 나옵니다.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가 18일 주식백지신탁 제도 때문에 중기청장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정부는 주식백지신탁제도 폐지를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많은 공무원들이 업무상 정보를 이용해 주식으로 치부를 했습니다. 지금도 대부분의 재벌이나 기업은 정부와 거래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결정여하에 따라 공사를 수주하거나, 환차익을 얻거나, 개발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정부의 국방·건설·금융·정보통신 등의 정보는 거래 기업 주가를 크게 좌우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많은 공무원들이 개발정보를 이용해 치부를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요즘 문제가 되는 전관예우 문제보다 훨씬 악질적입니다.
그것을 없애기 위해 도입한 것이 주식백지신탁제도 입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금융기관에 자신의 주식을 맡기고 퇴직하면 찾아가는 제도를 도입하려 했습니다. 재직중 거래만 못하게 한 것입니다. 하지만 뻔히 자기 주식이 무엇인지를 아는데, 정책결정이 중립적일 수 있을까요? 그래서 기자가 문제를 지적했고, 지금의 주식백지신탁제도가 도입된 것입니다. 단순한 주식신탁제도에서 엄격한 주식백지신탁제도로 바뀌는데 일조한 기자는 나름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 백지신탁제도에도 허점이 많습니다. 보유한 주식과 업무의 관련성을 주식백지신탁심의위원회에서 심사합니다. 그런데 위원회의 기능이 유명무실, 애매모호 합니다. 경제장관이 버젓이 금융기관 주식을 보유하고, 경제정보를 총괄하는 국정원장 부인도 주식투자를 해도 업무 연관성이 없다고 판정합니다. 경제장관, 국정원장은 포괄적으로 경제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위치인데도 말입니다.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의원도 자신의 주식처분 없이 정치와 경영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국회입법과정에서 업무의 연관성 범위를 축소해 빠져나간 것이지요. 기자는 이 제도가 원래 의도했던 백지신탁제도의 절반 정도만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가 자신의 기업 주식을 정리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청장직을 사퇴했다고 합니다. 사실 기업체를 운영하다가 청장 임명을 제안받은 사람이 공직자윤리법을 알리 없겠지요. 문제라면 중소기업 사장에게 중소기업 진흥정책을 맡기려던 임명권자가 더 문제이지요.
이번 사례를 기화로 정부 여당은 공직자윤리법의 주식백지신탁제도를 폐지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철우 원내대변인도 19일 "주식백지신탁제도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며 "정치쇄신특위 차원에서 새롭게 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은데 관련법 개정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습니다.행정안전부 공직자윤리법 개정 태스크포스팀(TFT)도 유능한 기업인의 공직진출 기회를 주기 위해서 백지신탁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는 공무원이 직무상 정보를 이용해 주식투자를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중소기업청장 내정자의 중도사퇴가 인사잘못이라는 비난을 받자 아예 제도를 없애겠다는 것입니다. 제도를 모르고 임명한 것이 문제이지, 제도 자체가 무슨 문제입니까? 본말이 뒤바뀌어도 한참 뒤바뀐 조치입니다.
요즘도 공직자들의 전관예우 문제가 심각합니다. 공직을 그만두고 기업체로 가 1년에 수억씩 벌어들입니다. 지금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수없이 지적돼 서민을 허탈하게 만든 것이 그것 아닙니까? 그런데 이 제도를 없애겠다니요. 공직과 기업의 밀착을 더욱 감시하고, 떼어놓아야 하는 이때 거꾸로 가는 것입니다. 이것을 정치쇄신이라는 새누리당을 보면 말문이 막힙니다.
주식백지신탁제도를 도입한 공로로 공무원을 영전시킨 정부와, 인사 잘못을 주식백지신탁제도 탓으로 돌리며 제도를 없애려는 정부, 그것이 노무현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차이점인가요?
■뉴스 브리핑
국민의 3명 중 2명은 사회를 불신
현대경제연구원 김동열 수석연구위원은 19일 ‘한국 사회의 낮은 신뢰도’ 보고서를 통해 ‘우리 정치·경제·사회가 투명하고 믿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68.6%가 부정적으로 응답했다.(‘별로 그렇지 않다’ 52.0%, ‘전혀 그렇지 않다’16.6%) 이런 부정적 응답은 40대(71.9%)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이어 20대(70.2%), 30대(68.1%), 50대 이상(64.6%)이 뒤를 이었다. 직업별로는 무직·퇴직자(73.9%), 자영업자(72.5%)가 높았다. 지역별로는 호남(78.1%), 서울(76.0%)이 두드러졌다.
또 ‘중산층 복원을 위해 시급한 정책은 무엇인가’란 질문에 43.5%가 ‘일자리 창출’이라고 대답했고, ‘자녀 양육·교육비 부담’이란 응답은 21.1%, ‘고용안전망 확충’이란 응답은 13.2%로 나타났다.
부동산시장…미분양·경매주택 증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손정락 수석연구원은 19일 ‘주택시장 공급적체 위험 확대에 대한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미분양과 경매주택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2009년 이후 감소세를 보인 미분양 주택이 작년 하반기 증가세로 반전했다고 밝혔다. 특히 작년 말 수도권의 주택 미분양은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은 3만3000호까지 늘었고, 비수도권의 미분양주택도 작년 하반기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다.
서울 송파구 잠실본동 공인중개사 사무실이 밀집된 상가가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기남 기자
수도권의 주택경매 건수도 2008년 2만2000건, 2010년 3만7000건, 작년엔 5만2000건으로 계속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수도권의 경매 낙찰가율은 2008년 96%에서 작년엔 72%로 떨어졌다.
손 연구원은 “미분양, 경매주택 등 적체물량이 주택시장의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하므로 종합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통신사 LTE 요금 담합 폭리
참여연대는 19일 이동통신 3사가 롱텀에볼루션(LTE)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 요금을 담합,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참여연대는 신고서에서 “최근 이동통신사들이 거의 같은 시기에 LTE 데이터 무제한 사용 서비스를 시행했는데 서비스의 내용, 시행시기와 요금과 관련해 담합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또 “이동통신 3사가 사전에 짜지 않고서는 이처럼 기존 상품보다 2배 가까이 인상된 고액의 무제한 요금제를 거의 동시에 시행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새로운 서비스의 출시 등 다양한 명목으로 요금을 인상해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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