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반대의 목소리는 농민에서 지식인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과 같이 일하던 청와대 출신까지 가세했습니다. 노 정권의 지지기반인 재야·시민단체, 진보적 지식단체 대부분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물러서기커녕 여전히 ‘고’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어떤 교수는 “박정희의 돌진적 개방을 흉내내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또 다른 사람은 “노무현의 개혁욕구와 김현종의 야망이 만났다”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김현종이라는 사람은 바로 한·미 FTA를 주도하는 외교통상교섭본부장입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국내에 소개된 책 하나가 있습니다. 원제는 ‘Confession of an Economic Hit Man’으로 국내에선 ‘경제 저격수의 고백’이라는 이름으로 번역됐습니다. 이 책은 미국 보스턴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존 퍼킨스라는 사람이‘경제저격수’로 활동한 고백서입니다.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경제저격수란 겉으로 다국적 기업의 컨설팅 회사 직원이지만 사실은 미국 국가안보국(NSA) 직원으로 활동하는 사람입니다. 이들의 활동 공간은 컨설팅회사뿐 아니라 평화봉사단, 국제기구, 세계은행, 정부기관 등에서 `자선’ 혹은 ‘시혜’로 위장하고 있습니다. 그 활동수법은 대충 이렇습니다.

그럴 듯한 이유로 개도국에 차관을 제공하고 파산을 유도한다, 결국 국민 모두가 빚을 떠안고 이 과정에 부자는 돈을 더 많이 벌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진다, 결국 파산한 나라는 영원히 미국에 채무관계를 지고 미국에 충성하게 된다, 그 대가로 미국이 상대국의 군사기지나 유엔 내 투표권을 확보하고 석유나 천연가스 같은 지하자원을 마음대로 이용한다.
너무나 섬뜩한 얘기입니다. 더구나 최근 한·미 FTA 체결 논란에서 우리가 처한 현실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물론 이런 시나리오대로 될 리 없겠지요. 애국심에 불타는 김현종 본부장이 경제저격수일 리 없고 특히 영민한 노 대통령이 경제저격수에 저격을 당했을 리 만무합니다.

하지만 김 본부장이 걸어온 길과 스타일이 존 퍼킨스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또 노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기반 모두가 무너지는 이 와중에도 FTA를 추진하지 않으면 안될 말 못할 내막은 있을 겁니다. 지금 많은 사람이 그 점을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그 말 못할 미스터리를 이번 주 ‘뉴스메이커’에서 같이 추적해 봅시다.

<원희복 편집장 wonhb@kyunghyang.com>

2006/07/1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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